야마가타 / Yamagata

센다이도 도쿄나 여느 일본의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크게 구경할 것이 없고, 보통 동쪽의 산이나 서쪽의 바닷가를 구경하는 것이 여행의 FM이라 들었다. 시간의 여유가 좀 있었다면 동일본대지진의 여파가 있던 서쪽 바닷가를 보고오고 싶었는데, 반나절 정도의 여유가 있던터라 동쪽의 산을 보고 왔다. 사실 원래는 닛카 증류소와 함께 묶어 전날 다녀오려 했는데, 교통체증으로 인해 일요일 아침으로 밀렸다.

야마가타시에 있는 야마데라, 즉 산의 절이라는 하나의 스팟만 다녀왔는데 놀랍게도 센다이에서 다녀온 곳들 중에서도 가장 임팩트가 있는 곳이기도 했다. 예상을 했는데 예상보다도 아름다워 놀랐다. 세상을 피해 산에 숨어 들어간 중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시간 이외에도 가을이라는 계절이 만들어낸 놀라운 절경에 압도당했다.

기차 시간에 쫓겨 구경한 것이 못내 아쉽다. 다른 계절의 야마데라도 무척 궁금하다.

*법보신문에 실린 야마데라에 대한 기사를 첨부한다.




센다이역에서 센잔선을 타고 한시간 남짓 동쪽으로 들어간다. 기차 간격이 한 시간이라 이른 아침 호텔을 나섰다.



음료수를 한 병 사서 올라탄 기차.


센다이는 날이 맑았는데 동쪽의 산으로 들어갈 수록 점점 흐려지고, 빗방울이 굵어졌다.



어제 닛카 증류소로 향하는 버스도 선산선과 겹치는 루트가 있어 보게된 절경. 이번에는 놓치지 않고 사진을 찍었다. 물이 좋고 땅이 좋아 술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 귀를 맴돌았다.



야마데라역에 도착했다. 이른 시각이라 그런지 동네가 고요했다.



절의 입구. 료칸 송영버스 시간을 역으로 계산해보면 야마데라에서 주어진 시간은 한 시간 남짓이라 부리나케 등산로를 오르기 시작했다.



한 시간이 넘게 걸릴 것만 같은 계단과 경사라 슬슬 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점심을 건너뛰더라도 정상은 보고 와야겠다는 생각으로 맵을 훑었다.



860년에 창건되었다는 절. 삼나무 숲을 지나.



좁은 돌길을 지나.



절벽을 깎아 만든 비문들. 까막눈이라 무슨 내용인지는 모른채.



절벽의 곳곳에 뚫린 동굴들이 대단했다. 산으로 들어갔던 상도의 임상옥을 생각했다.



천 년 넘게 높은 봉우리의 법당에서 머물러 갔을 이들을 상상했다.




높은 산꼭대기에 위치해 완전히 다른 구조임에도 이상하게 공주 마곡사가 생각났다. 속세로부터 떠나온 이들의 공간이라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다.



오대당(고다이도우, 五大堂)이라 불리는 정상의 전망대. 날이 어두워 사진은 보정을 하긴 했지만, 실제 자연의 색은 사진보다 더 쨍하고 붉고, 푸르렀다. 정상에 다다른 이들이 모두 짧은 탄성을 내뱉었다.



설산과 가을이 공존하는 계절.




더 길게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다음 기차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발길을 돌렸다. 다음에 방문하게 된다면 반드시 캠핑체어를 가지고 오랜 시간 머물고 싶단 생각이었다.



내려오는 길.




역으로 향하는 길은 올라오는 길과 달라 좀 헤맬뻔 하기도 했다. 시간이 생각보다 넉넉해 문을 연 가게에 들려 마그넷을 샀다.



고즈넉한 야마데라역.



내부엔 따뜻하게 머물다갈 수 있는 작은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작은 마을의 가게들을 귀엽게 그려놓은 맵. 이런 정성을 볼 때면 꼭 다음에 온다면 그냥 하루쯤 머물고 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센다이로 돌아가는 길. 오모시로야마코겐, 재밌는 산 고원 역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