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다이 / Sendai

도쿄에서 열리는 SIGGRAPH Asia를 참석하는 김에, 앞뒤로 시간을 조금씩 붙여 여행을 했다. 금토일월이라는 짧은 3박 4일의 일정을 어디서 보낼까 고민을 했는데, 마음의 빚과 구멍을 채운다는 느낌으로 센다이에 다녀왔다.

아무래도 우리 세대에게는 이수영의 <My Stay in Sendai>로 익숙한 도시인데, 이번 여행으로 실제로 센다이시가 아니라 근교의 시로이시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도…

완전한 배산임수의 도시로, 거대한 평지의 도시 뒤쪽으로는 거대한 산맥이 위치하고, 도시의 앞쪽으로는 너른 해안이 펼쳐진 곳이었다. 도시 자체의 크기가 크다보니 바닷가 도시라는 느낌보다는 내륙의 느낌이 강한 것도 흥미로웠다. 후쿠시마 북쪽에 위치하는데, 동일본대지진 때 센다이 사람들이 느꼈을 공포와 연민의 감정이 어땠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짧은 시간을 다녀본 결과 일본의 다른 도시들과는 조금 다른 결의 사람들이 있는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날 것에 가까운 어쩌면 한국 사람들과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란 생각이었다. 어떨 때는 그런 태도가 불편하기도 했는데, 체면이나 뺑뺑 돌림 없이 감정과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데서 안도감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사실 너무 짧은 시간이었어서 일반화 하는 것도 이상하긴 하지만.




김네다 노선을 이용했다. 센다이로 비행기로 환승을 할까 고민했지만, 신칸센을 타기로. 날은 좋았는데, 후지산 정상이 구름에 가려 아쉬웠다.



생각해보면 김네다 탑승은 처음인 것 같다. 도쿄 시내를 바라보는 이륙이 생소했다. 쇼난 상공에서 해안선을 구경했다.



신칸센을 타러가는 길. 하네다 공항에서 도시로 들어가는 전철에서 신칸센을 우에노에서 탈지 도쿄역에서 탈지 고민하다, 도쿄역에서 내렸다. 러시아워 속에서 캐리어를 가지고 우에노에서 내릴 자신이 없어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는 도쿄역에서 내렸다.



시간이 애매해 도시락 대신 맥주를 하나 사서 기차에 탔다. 석양을 옆에 두고 책을 읽으며 한 시간 남짓을 달렸다.



센다이까지 타고 온 도호쿠 신칸센 열차. 석양이 진 지 한참이 지나서야 센다이에 도착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센다이 시내를 도보로 구경했다. 유튜브 <유우키의 일본이야기> 채널에서 소개되었던 한국식당 부여가 호텔 근처였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 <우연과 상상>에 등장했던 센다이역 앞 거대한 육교로 향했다.



몇 개의 사거리를 장악한 모습이 거대한 동물같았다.



근처 건물의 2층과 연결되어 있는 모습들도 흥미로웠다. 덕분에 강제 아이쇼핑 시간이 잦았는데, 그게 나쁘지 않고 꽤 재밌었다.



센다이의 명물이라는 하피나 아케이드를 걸었다. 듣던대로 거대한 아케이드였다.



첫 끼니로 선택한 것은 우설. 도쿄에서 먹던 우설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어 놀랐다. 누군가 말해주지 않으면 우설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왼편에 우설을 잔뜩 쌓아두고 숯불에서 끊임없이 구워내는 모습을 구경했다. 내가 먹은 우설은 몇 마리의 소로부터 나온 것일지도 궁금해졌다.



빵빵한 배를 소화시킬겸 다시 센다이 시내를 구경했다. 아오바 사거리 지하도. 직관적인 안내.



거대한 몽벨 회사 건물 1층에 큰 샵이 있어 들어가봤다.



스트링부터 이런저런 캠핑 용품이 잔뜩이었다. 90g짜리 경량 우산을 보고 탐이 나기도 했는데 후에 도쿄에서 생각해보니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소비욕이 좀 해결되었다.



일본 전역에 퍼진 크리스마스와 신년 바이브.



비비고 만두 가챠.



그리고 지명수배 가챠. 크리피하다.



호텔이 센다이역 동쪽 출구에 있어 육교를 통해 요도바시를 지나쳐야 했는데, 요도바시 1층이 캠핑과 백패킹 용품이 가득해 또 열심히 구경을.. 그레고리 백팩을 고민하다 마땅히 맘에 드는 디자인이 없어 다음 기회로 미뤘다.



글자 없이 심플했던 어느 술집의 간판.



다음날. 센다이역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호빵맨. 호빵맨이 센다이 출신도 아닌데 어떤 연결고리인지 모르겠다.



일본은 아직 낙엽이 짱짱했다.



시청을 지나 거리를 좀 걸었다.



센다이에서 단연 1등이라는 라멘을 먹었다. 바지락밥, 닭껍질 튀김을 사이드로한 시오라멘 계열이었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먹어본 라멘중 단연 1등이라 말해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감칠맛과 밸런스였다. 가게에서 판매하는 밀키트를 사고 싶었는데 냉장이 필요한 밀키트같아 아쉬웠다.



오늘은 버스를 타고 더 내륙으로 들어간다. 이 때 어떻게든 전철을 탔어야했는데, 좀 잘못된 생각이었다. punctual할 줄 알았던 버스가 점점 늦어져 결국 연결편인 전철을 놓쳐버렸다.



전철 간격이 1시간이라 꼼짝없이 어느 외딴 동네의 정류장에 갇혀버렸다. 덕분에 음악도 듣고 사람 냄새도 맡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은 점도 있었다. 경직된 일본 건축물의 유쾌함에 대해 생각했다.



오랜 시간이 걸려 도착한 곳은 닛카 위스키 증류소였다. 홋카이도 요이치에 하나가 있고, 이곳 미야기현에 하나가 더 있다 해서 미리 예약하고 방문하게 되었다.




별로 걱정 없이 다녔는데, 막상 반복되는 야생 동물 주의 표시를 보니 어젯밤 몽벨에서 구매하지 않은 곰을 쫓는 종 키링이 생각났다.



꽤나 오래 전에 지어졌다 하더니, 증류소 곡곳에서 그런 클래식함을 느낄 수 있었다.



투어는 공장 실외와 실내를 돌아다니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갑자기 내리는 비에, 나무 그늘 아래 서서 구경했다.



이 곳 미야기현 증류소는 요이치에 비해 꽤나 큰 규모라는데 첫 증류소였던 요이치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졌다.



증류기에 걸려있는 일본 전통의 모형이 흥미로웠다.



다른 위스키 증류소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증류액의 향을 맡아볼 수 있는 코너가 있었다.



어딘가 밸런스가 무너진 폰트.




오크통을 만드는 나무의 단단함도 만져볼 수 있었다.



한 시간 남짓의 투어가 끝난 뒤 세 잔의 시음이 있었다.



모든 테이블마다 얼음이 구비되어 있었다. 참 일본다운 준비.



시음으로 마신 위스키는 대체로 별로였다. 굿즈나 사볼까 샵에 기웃거렸다.



그래도 이 증류소의 가장 프리미엄은 맛봐야 하지 않을까 해서 10년산으로 한 잔을 주문했다. 10년산은 스카치 위스키처럼 향과 맛이 모두 괜찮았는데 그렇다해서 다른 브랜드와 비교했을 땐 좀 가성비가 나오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현지에서만 살 수 있다는 위스키 한 병을 사서 시음장을 빠져 나왔다.



또 한참동안 버스를 기다리다 해가 지고서야 센다이 시내로 돌아왔다. 원래는 야마데라까지 한 번에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환승에 낭비되는 시간들 때문에 오후 온종일을 닛카에만 사용한 것 같아 아쉬웠다.



도호쿠 대학 근처로 넘어와 전통 즌다 집에 갔다. 먹고갈 생각이었는데 마감 시간이 촉박해 포장을 했다.



도호쿠 대학 카타히라 캠퍼스를 구경했다. 너른 평지에 저층의 건물들 사이로 산책을.


몰랐는데 루쉰이 도호쿠 대학에서 유학을 했다 한다. 중국인들은 센다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졌다.



다시 시내로 돌아오다보니 신기한 요코초를 발견하기도 했다. 좁은 아케이드 사이로 귀여운 술집들이 바글바글했다.



일단은 북오프에 들려 참새일을 마무리했다.



센다이의 야구팀도 라쿠텐 이글스라 한다. 묘한 동질감이.



저녁 메뉴를 고민하다 다시 우설을 먹으러 왔다. 이번엔 다른 집으로. 집마다 커팅 방법과 여러 구성이 다르다해 비교도 해볼겸. 그나저나 잔인한 마스코트..



어제는 우설을 가로로 저민 느낌이었다면 이번엔 통 우설을 두껍게 세로로 썰어낸 방식이었다. 집마다 이렇게 식감과 맛이 다른게 신기하다. 이 날 먹은 우설이 어제 집보다 더 좋았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이로하 요코초.



아까 눈팅해놨던 타치노미에 들어갔다.



안주와 음료의 가격이 무척 착하다. 게다가 신기한 드링크 메뉴들이 많아 이런 저런 것들을 시켰다.



먼저 감자샐러드와 고구마 소주 소다와리.



토마토 하이.



그리고 두유 소주까지.



카운터에 서서 옆 사람 그리고 가게 마스터와 이야기를 하며 마시는 분위기라, 나도 짧은 일본어로 대화를 조금 했다. 센다이에 그냥 여행을 왔다하니 도대체 왜 센다이에 여행을 온건지 모르겠다며 “나니..?” 를 반복해 물으셨다. 차마 이수영 4집때문에 오고 싶었다는 설명으로 이야기의 포문을 열고싶진 않아, 그냥 한 번쯤 오고 싶은 도시였다고 얼버무렸다. 계산을 하는데 점원분이 이 가게에 방문한 두 번째 한국인이라며 신기해하셨다. 집근처에 있으면 종종 들리고 싶은 곳.



그리고 호텔로 돌아가 드디어 즌다를 오픈했다. 초록의 완두콩의 프레시한 단맛이 너무 좋았다. 나중에 도쿄에서 즌다쉐이크를 사먹어봤는데 영 오리지널의 맛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웠다.



다음 날 이른 아침, 체크아웃을 하고 길을 떠나 야마데라로 향했다. 야마데라 방문기는 다른 포스트에서.



다시 센다이 역으로 돌아왔다. 어떤 기념품을 사갈까 고민이 됐다. 즌다맛 자가비나 다른 과자를 살까,



우설맛 pretz가 좋을까 고민했다.



결국 완두콩 열쇠고리로 낙점.



AER 전망대에 올라 센다이 전경을 관람했다. 역부터 저 멀리까지 정말 길게 늘어서있는 아케이드의 지붕.



닛코 증류소와 야마데라가 있는 센다이 서쪽 방향의 전경.



대불상이 우뚝 서있는 센다이 북서쪽의 전경.



그리고 자연이 무서운 얼굴로 들이닥쳤을 센다이 동쪽 해안가의 전경.



센다이의 지하철은 남북선과 동서선인데 센다이역에서 교차하는 것이 직관적이라 무척 재밌었다. 다른 도시에 비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는 교통비는 물론 재미없었다.



센다이 시내에서의 마지막 점심 메뉴를 고민하다 오래된 중국요리 노포에서 마파야끼소바를 먹어보기로 했다. 말 그대로 마파두부에 밥 대신 얇은 소바를 곁들인 메뉴. 한 번쯤 먹어볼만 하단 생각.



눈여겨보던 카페에서 커피도 한 잔 테이크아웃했다. 여러 원두의 향을 맡아볼 수 있게 하고, 오늘의 커피의 원두가 어떤 것인지 표기해놓은 스티커가 귀여웠다.



다시 육교를 건너 센다이역으로 향한다. 영화 <우연과 상상>의 주인공 나츠코의 마음을 상상해보며.



짐을 찾으로 다시 센다이역 동쪽 출구로 나가다 발견한 세균맨 타일. 호빵맨과의 연관관계 정말 궁금하다 궁금해…



아참, 아까 시내에서 유명한 명물이라해 백화점 지하에서 하나 사서 먹어본 하기노츠키(萩の月)가 정말 맛있어 놀랐다. 고민을 하다 센다이 역에서 한 박스를 구매했다. 달걀맛이 정말 일품.



센다이역 사케방에서 100엔 사케를 맛보며 시간을 보내다 시로이시로 향하는 기차에 탑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