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산너미목장 / Pyeongchang Sanneomi Farm

주말동안 평창에 있는 산너미목장에서 짜와 캠핑을 하고 왔다. 금요일부터 전국적으로 펼쳐진 폭우에 당일 아침까지도 예약을 취소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을 하다 지른 여행이었다. 텐트를 칠 때까진 비가 꽤 내렸지만 금세 잦아들고 멋진 풍광이 펼쳐져 오길 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과론적이지만, 이런 멋진 가을이 시작되는 주말을 그냥 집에서 꼼짝없이 있을 수는 없었다.

산너미 목장, 60마지기, 이화에 월백하고, 육백마지기까지 보고 오는 것을 계획했지만 이번에 육백마지기는 가지 못했다. 다음에 기회가 있을거라 위안하며.

왕복 여섯 시간의 긴 운전이었지만 오가는 동안 멋진 구름과 빗방울을 만끽하며 이동했다. 가져간 책을 몇 페이지 못 읽고 그대로 가져와야 했다. 생각해보니 뭔가를 채워온 여행이었다기보다 많이 비워온 여행이었던 것 같다.




당일 아침 9시에 예보에 따라 예약 취소가 결정되는 캠핑장 정책 때문에, 새벽같은 출발 대신 늦은 아침에 집을 나섰다. 폭우 때문인지 도로에 차가 많지 않아 생각보다 일찍 평창 읍내에 도착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비를 피해 들어간 멋진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짜를 기다렸다. 이 순간만으로도 밖으로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짜를 만나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하는 읍내 구경.




점심으로는 옹심이 만두국. 따뜻하고 든든하게 점심을 뚝딱 해치웠다.



오륜기 팔찌를 끼고 있는 메밀부꾸미. 평창의 마스코트? 우리도 메밀전과 부꾸미를 사서 캠핑장으로 이동했다. 짜의 차는 올림픽시장에 주차를 해두고 한 차로 이동.



목장까지 올라가는 길이 생각보다 덜 험준해 금방 도착했다. 폭우와 폭풍이 불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캠핑장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장님의 말씀도 들었다.



목장엔 지정된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 데나 원하는 곳을 이용해도 된다 했다. 사장님 왈 새로 다듬었지만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다는 사이트에 타프와 텐트를 설치했다.



시원한 날씨가 좋았다. 짐을 옮기다 바닥에 떨어트려 분수가 된 캔맥주를 처치하는 시간을 가졌다.



짜요가 가져온 인센스. 바람이 거세 제대로 즐기지 못해 아쉽다.



캠핑장 지반이 무척 신기했다. 거대한 사선으로 펼쳐진 지층을 다듬어 만들어진 곳 같았다.




리셉션에서 판매하고 있는 화이트크로우x산너미목장 콜라보의 60마지기 맥주를 짜요가 한 턱 냈다.



다시 텐트로 돌아와 저녁을 준비한다. 오늘은 두 개의 버너로. 된장찌개를 위해 다시마까지 잔뜩 준비해온 녀석…



도마며 칼에, 온갖 야채까지.



오늘 저녁 반찬은 오겹살과 짜요 어머님표 된장찌개. 너무 배가 불러 햇반을 남길 정도였다.



바람이 거세 좀 걱정했지만 불멍도 했다. 지난 번 군위에서 쓰고 남은 장작을 가져갔다. 여름내 축축해져서 불이 붙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달이 너무 밝아 가로등을 켜둔 것 같았다.



구름에 가려졌다 보이길 반복하는 무수한 별들을 보며 짜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귀마개 덕분에 숙면을 하고 짜는 귀뚜라미 때문에 설쳤다 한다. 아침에 다른 시간을 가지며 늦게나마 나도 60마지기에 올랐다.



저 멀리 우측 언덕에 보이는 우리의 타프.



시간이 넉넉하다면 체어를 가져와 앉아 맥주를 한 잔 해도 좋을 것 같았다. 다시 내려가 텐트를 정리하고 목장을 빠져 나왔다.



다음 일정으로 넘어가기 전 미탄면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아마 올해의 마지막 막국수가 되지 않을까. 양이 적어 아쉬울 정도로 맛있게 먹었다.



짜가 예전부터 강추한 “이화에 월백하고"라는 카페로 향했다. 1시에 오픈하는데 항상 웨이팅이 길었다는 짜요의 말에 겁을 먹었는데, 폭우가 내린 일요일의 아침이라 그런지 우리가 첫 손님이었다.



맛있는 커피와 멋진 음악.



아담하지만 탄탄하게 꾸며진 실내를 구경하며 몸과 마음을 데웠다.



사실 카페로 향하며 짜요와 신나게 트로트메들리를 부르며 갔는데, 카페에서 경건히 클래식에 드립커피를 마시려니 기분이 묘했다. 물론 차에서 내리기 전 짜요가 사장님이 클래식 마니아란 사실을 미리 예고해줘 마음의 준비는 되어있었지만.



카페 곳곳을 구경했다. 내외의 손길이 정갈하고 아름다웠다.



정원에서 잠깐 시간을 보내고 읍내로 돌아왔다. 짜요가 추천한 나드리김밥에서 각자 김밥 한 줄씩 포장해 손을 들고 빠이빠이. 아쉬움이 좀 남지만 곧 있을 부산과 자라섬에서의 재회를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