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 Tokyo

후지락 일정을 마치고 도쿄로 돌아왔다. 도쿄에서는 2박 3일 48시간 정도를 보내다 돌아갈 예정.

시간이 짧다보니 도쿄에 가서 뭘 하고 싶은지를 쭉 생각했는데 막상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도쿄에 갔던 때에는 없었던 아자부다이 힐스를 한 번 가봐야 겠다는 것 외에는 정말 아무 것도 없었다.

그리하여 P의 여행처럼 아침에 눈을 떠서 오늘은 어딜 가볼까~ 하는 생각으로 길을 나섰다. 덴엔토시선을 타고 쭉 내려갔다 올라오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첫날 메트로패스를 끊은 까닭에 그냥 도쿄 메트로 권역에 있어야겠단 생각을 했다.

결과적으로는 도쿄에 거주하며 일을 한다면 이라는 직장인 코스프레의 하루였던 것 같기도 하다. 이전까지는 학생이나 관광객의 입장에서 도쿄를 바라보고 느꼈다면 이제는 언젠가 정말 디지털 노마드로 거주하며 일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무심결에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첫 날은 고엔지에서 퇴근 후 한잔 걸치는 직장인이 되어보고, 둘 째날은 진보초의 숙소에서 나와 토라노몬 힐즈로 이동해 직장인 사이에 껴 점심을 먹고, 아자부다이 힐즈로 이동해 도쿄의 전망을 구경했다. 시부야로 옮겨 쇼핑을 좀 하고 짜요를 만나 다이칸야마, 나카메구로를 구경하다 시바코엔에 들러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일정.

다음 도쿄 방문이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멀지 않은 시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번엔 전체적으로 먹은 것들이 부실해 한국에 돌아와 나폴리탄을 만들어 먹고 일본 라멘을 먹으러 가고 그래버렸다. 다음엔 좀 제대로 먹고 와야지!




도쿄역에 내렸다. 아직도 후지락의 감흥을 잊지 못한 팔찌족들이 더럿 있었다.



라쿠텐을 샅샅히 뒤져 찾아낸 넓은 크기의 트윈 베드 숙소. 가격도 착한데, 정말 도쿄에서 이런 가성비 찾기 힘들어~ 진보초였다.



짐을 풀고 신주쿠 이케야로 향했다.



짜요의 신주쿠 이케아 에디션 소품 쇼핑을 기다렸다. 직원 할인이 되지 않아 직원 분들과 사소한 논쟁이 있어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1층에 있는 푸드코트에서 라무네 맛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기다렸다.



사실 다리가 너무 아파서 어디든 앉고 싶었는데 1층엔 그런 공간이.. 지하 1층 쇼룸의 쇼파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케아를 빠져나와 업되어 있는 짜요와 살짝 부딪히기도 했는데, 내가 구지 불필요한 말을 했던 것 같아 미안했다.



어쨌거나 신주쿠에서 JR을 타고 고엔지로 향했다. 오키나와 음식인 고야참푸루가 먹고싶다는 짜요 말에 아무래도 오키나와는 고엔지로 가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런데 너무 월요일이라 그랬는지 음식점들이 많이 닫아 아쉬웠다. 날이 너무 더워 고엔지 특유의 야장 분위기도 없었다.



어쨌거나 2순위로 마킹해두었던 오키나와 이자카야에 들어왔다.



소태 고야 참푸루와



소태 오징어 먹물 야끼소바. 그리고 각자 2인분씩 받은 고봉밥까지. 대식 클럽이 참패하는 순간이었다.



고엔지 산책을 좀 하다 다시 진보초로 돌아간다.



이때쯤 진짜 다리가 나가기 직전이었다. 계단을 내려가는데 다리가 너무 후들거리고 발바닥이 달구어진 돌 위를 걷는 느낌이었다. 호카 너 이 녀석.. 인생에 없던 휴족시간을 사다 발바닥에 붙이며 요양을 했다.



그리고 드디어 호텔에서 빨래를 했다. 후지락에서 더럽혀진 것들을 그대로 한국에 가져가고 싶지 않았기에.. 건조까지 야무지게 돌리느라 졸린 눈을 부여잡고 버텨야 했다.



다음 날은 온전한 관광의 날인데, 짜와 각자 여행을 다니다 저녁 때 만나기로 했다.



진보초역에서 메트로를 타고 토라노몬 힐스로 향했다. 점심으로 스시를 먹고 싶었는데, 괜찮아 보이는 집이 꽤 멀어 웨이팅이 있을 것 같아 그냥 가까운 지점으로 가보기로.



요즘 도쿄에 새로 생기는 건물들의 에스컬레이터는 대부분 이런 좁은 폭인 것 같았다. 서로 어깨를 부딪히지 않으며 하나는 서있는 용도, 하나는 올라가는 용도로 유도리 있게 사용하라는 의미일까.



7월의 도쿄의 더위는 정말 어마무시하다. 비가 올 것 같아 흐린 날씨임에도 땀이 줄줄 흘렀다. 덕분에 싱가폴같은 푸릇한 도시 경관을 실컷 볼 수 있었다.



드디어 식당에 입장. 비주얼도 그저 그랬지만 맛은 더 그저 그랬다.



그런데 뷰가.. 토라노몬 힐즈 4층 남향은 도쿄타워 뷰였구나.. 스시 한 입, 도쿄타워 한 입으로 배가 불렀다.



건물 2층의 워크를 걷다 보면 마주치는 도리이로 시작되는 뒷 길이 궁금해졌다. 이따 밖으로 나가 저 길을 걸어보기로.



밥을 먹고 나와 토라노몬 힐즈를 배회하며 구경했다. 돈이 돈을 번다는 생각을 했다. 가치가 가치를 만들어 낸다. 그래서 플랫폼이 중요하구나. 도쿄 곳곳에 오래된 주택가를 밀어버리고 그 위에 생긴 모리 계열의 힐즈 들이 생산해내는 부가가치를 상상하니, 마음이 좀 웅장해지기도 부럽기도. 막상 그들은 점점 더 부품화되는 것 같아 좀 서글프려나.



건물 곳곳의 의자에 앉아 점심 시간의 달콤한 휴식을 취하거나 도시락을 먹는 직장인들이 많았다.



나도 의자 하나에 걸터 앉아 숨을 돌렸다. 그런데 너무 덥긴 덥더라.



토라노몬의 몬을 로고로 만든 것인가, 모리의 M을 로고로 만든 것인가. 어느 방향이건 귀엽다.



아까 밥을 먹으며 봐뒀던 길을 걷는다.



고즈넉한 숲길이 정말 좋았다. 일본의 이런 도심에 놓인 좁은 산책로는 신기하리만치 마음에 안식을 준다.



그런데 밑을 내려다보니 묘지뷰였구요. 이런 주택가 좁은 공간에도 묘지를 만들어 놓는 그네들의 풍습이란.



아타고 신사로 오르는 출세의 돌계단을 오르면 출세한다는 말이 있어 나도 올라보려 했는데, 아뿔싸 나는 지름길로 올라와 출세의 돌계단을 그냥 내려다볼 수 있었다. 인생도 이런 것일까. 출세의 내리막을 걷는 것이 두려워 다시 지름길로 가던 길을 떠났다.



고즈넉한 길을 빠져나와 아자부다이 쪽으로 걷기로 한다.



계단을 타고 내려간다.



한참을 걸어 드디어 도착. (사실 너무 더워 잠깐 롯폰기까지 지하철을 타고 한 정거장 갔다가 돌아오며 에어컨에 땀을 식히는 지하철 여행을 했지만).



듣던대로 화려하고 담백했다. 명품 매장들에게 한 동씩 할애한 디자인의 지속성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내부도 디자인이 아름다웠는데



사소한 부분 역시 그냥 처리하지 않은 것을 보며 얼마나 많은 설계사와 시공사가 조인트했을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거대 시스템의 프로젝트 결과물을 보게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가기로한 34층의 전망대에 오른다. 올 초까지는 무료 전망대로 운영하다가 이제는 카페로만 이용이 가능하다 한다.




너른 통창으로 보이는 도쿄타워. 시바 공원이 도쿄타워뷰 1등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이 곳과 비등비등해졌다는 생각이다.





교환학생 시절 덴엔토시선을 타고 다니던 여정이 한 눈에 조망되는 것이 좀 뭉클했다.



아자부주반도 지척에서 구경이 가능.



저 멀리 카나가와까지. 서울과는 무척 다르게 느껴지는 지형. 산으로 둘러쌓여 자란 사람들과 평야에서 자란 사람들의 습성이 자라나며 어떻게 작용할지 궁금해졌다. 아쉽게도 후지산은 구름이 껴 보지 못했다.




문득 도쿄타워의 아름다움은 타워의 중간중간 묻어있는 흰색 패턴에서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자부다이 힐스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아자부주반으로 걸었다. 가는 길에 이전에는 알지 못하던 공간들을 여럿 구경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그냥 보고 슥 지나쳤던 화단들도 짜요의 시각 덕분에 즐겁게 구경했다. 타인을 방해하지 않는 내 공간에서 나를 알리며 나의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온전한 나만의 공간이라는 시각이랄까..



뭐 어쨌거나 북오프 무새가 북오프에. 근데 예전에 이 아자부주반 북오프가 구매 전용이라는 것을 깜빡하고 또 방문한 것이었다. 아뿔싸. 그런데 이제 북오프의 기세가 예전만 하지 않은 것 같다. 시부야점도 폐점하고, 전체적으로 사양길에 접어든 것인가. 생각해보면 한국인의 시각에선 여태까지 버텼던게 신기하다.



시부야로 돌아와 갖는 쇼핑타임. 러쉬에 들렀다.



시부야 스크램블을 지나쳐



시부야 아니메이트에 들렀는데,



아쉽게 내가 필요한 스위치 소프트는 없었다. 내가 아니메이트에 왔다는 것을 아주 간과해버렸던 듯 하다.



도큐핸즈에서



양배추 슬라이서를 샀다.



정말 대단한 층계 공간의 구성이란 생각을 했다.



자리를 옮겼다. 좌 닌텐도 우 포켓몬센터의 웅장한 구도.



내가 매일 밤 혹사시키며 뜀박질을 시키던 그분이!



왜이렇게 귀여운 소품이 많던지. 캐리어를 가져간 여행이었다면 여럿 쟁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지만 곱게 두고 나왔다.




바깥으로 나가 드디어 짜를 만났다. 한 시간 정도 더 늦게 만날 예정이었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네즈 미술관에서 시간을 좀 지체한 탓에 아직 다이칸야마를 못 다녀 왔다고. 동선이 애매할 것 같아 그냥 먼저 만나 저녁을 같이 먹고 같이 다이칸야마로 넘어가기로 했다.



저녁으로 스프카레가 먹고 싶던 그녀라 하라주쿠에 갈 생각이었는데,



P답게 길가다 마주친 몬자야끼를 먹겠다 하여 몬자야끼로 마지막 식사를 했다.




마지막 시부야 타워레코드 타임을 가졌다.



혹시 사지 못하게 될까봐 후지락 전에 잠깐 있던 도쿄에서도 LP를 사서 후지락까지 들고온 그녀.. 그런 열정인데 마지막 타워레코드 타임을 갖지 않는건 친구로서 해서는 안 될 행동이라는 생각이었다.



게다가 나도 우타다 히카루의 신보도 구경하고



키린지 음반을 구경할 수 있어 즐거웠다.



류이치 사카모토 섹션도 꽤나 잘 꾸며져 있었다. 완전히 인테리어 소품으로 제격이란 생각이었다.



드디어 마지막 쇼핑타임을 마치고 다이칸야마로 걸어간다.



다이칸야마 T사이트에 도착했다. 짜는 구경을 하고, 나는 2층 안진 라운지에서 시간을 보냈다.



현대카드가 이벤트로 무료로 1시간 이용이 가능했기에 이런 저런 음료와 간식을 챙겨먹었다. 소프트드링크 플랜이었는데, 맥주가 굉장히 잘 구비되어 있어 나중에 2200엔을 내고 알콜플랜으로 와도 괜찮겠다 싶었다.



구경을 마친 짜를 다시 만나 나카메구로 쪽으로 걸었다. 원래는 진보초나 시부야의 어느 라이브 재즈바에 갈 생각이었는데, 이미 공연 시간이 한참 지난 시간이었기에 갈 수가 없었다. 아까 라운지에서 폭풍 검색해 발견한 나카메구로의 LP바로 향했다.



결과적으로는 무척 대만족이었다. 뜨내기가 아닌 뭘 좀 아시는 분의 스무스한 선곡이 귀를 즐겁게 했다.




음악을 실컷 듣고 나왔다. 막차를 타고 시바공원에 들렸다 가려면 시간이 촉박했다. 나카메구로 역으로 가던 중 만난 도큐 스토어. 도큐권에 들어왔구나.



편의점에 들러 간단한 간식을 사서 공원에 앉았다. 그런데 막차 시간이 타이트해 한 10분 컷을 해야했다는게 좀 아쉬웠지만. 이렇게 다시 숙소로 돌아와 배낭을 챙기는 타이트한 하루가 마무리 되었다.



다음날 몇 시간 자지 못하고 일어났다. 이른 아침에만 반짝 한다는 숙소 근처 라멘집에 걸어갔는데 구글맵이 잘못되었는지 점심영업만 한다 했다. 짜요와 보내는 마지막 일정이었는데. 나는 점심비행기 짜는 저녁비행기라, 아쉽게도 이렇게 빠이빠이를 하고 나는 배낭을 메고 도쿄역으로 향했다. 도쿄역 라멘스트리트에서 아쉬운대로 마지막 식사를.



돈코츠나 미소를 먹고 싶었는데 막상 문을 연 괜찮은 데가 츠케멘 집이라.



나리타로 떠난다. 돌아가는 버스 웨이팅이 길어 좀 걱정했는데, 다행히 두 번째 버스만에 탑승할 수 있었다.




이번에 탄 에어로케이는 터미널3를 이용하는데,



면세구역에는 레스토랑이 없어 반드시 식사를 입국 수속 전 마쳐야 했다. 출발층에 있는 로손에서 엔화를 털었다. 돗대기 시장이 따로 없었지만, 잘 먹었다.




후지산을 가려버린 구름 떼. 다음엔 볼 수 있기를 바라며.



집에 돌아와 만난 빨래 지옥.



후지락 타월과



부채로 집안 곳곳을 꾸미며 여운을 즐기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