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후지 락 페스티벌 / 2024 Fuji Rock Festival
목요일에 시작되는 전야제부터 일요일 마지막 공연까지 알차게 보낸 4박 5일의 일정이었다. 숙소를 따로 구하지 않고 캠핑을 했는데, 괴로운 순간도 있었지만 즐거운 시간이 더 많았다. 첫 날은 여기서 어떻게 5일을 보내지 걱정이었는데 둘 째날부터는 홈스윗홈 소리가 절로 나왔다.
몰랐던 음악을 신나게 즐긴 순간이 많았다. 어떻게 나만 이런 가수들을 모르고 살았지 싶을만큼 컬쳐쇼크인 시간이 많았다.
온전히 음악과, 자연과, 우리만 인지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고행의 길을 함께해준 짜에게 고마움을 남긴다.
드디어 에치고 유자와역에 도착했다. 역 곳곳에 후지락 바이브가 가득했다.
셔틀을 타고 나에바로 넘어가기 전 마지막 도시에서의 식사. 먹어보고 싶었던 니가타 명물 헤기소바를 먹었다. 소바는 평범했는데 함께 세트로 나온 버섯튀김이 정말 명물이었다.
슈퍼에 들러 부탄가스를 사고 셔틀버스 탑승하러 역으로 돌아갔다.
줄이 어마무시하다는 후기에 약간 지레 겁을 먹기도 했는데, 전야제라 그런지 한 큐에 탑승할 수 있었다. 40분 정도 걸리는 왕복 티켓 2천엔.
일본 식 위생 관리와 방역.
드디어 후지락이 열리는 나에바 리조트에 도착했다. 푸른 슬로프를 보며 겨울의 이곳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어쨌거나 우리는 캠핑장까지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한다.
입장 팔찌를 바꾸고 드디어 캠핑존으로 들어섰다. 구역이 어마무시하게 컸는데 우리는 조금 위쪽 한산한 데로 올라 쳐보기로. 결국 날이 지날수록 들어치는 텐트 행렬로 내가 박은 팩 위에까지 다른 텐트가 들어서기도해 의미없는 움직임이긴 했다.
땅도 경사가 진데다 풀이 고르지 않아 텐트를 치는데 애를 먹었다. 나중에 텐트 안에 들어가보니 한쪽엔 억센 풀데기가 한움큼 있어 자연스러운 베개가 생기기도 했다. 오늘은 날이 흐렸지만 앞으로 기대되는 햇살과 비소식에 대비해 한국에서 가져간 방수포를 씌웠다.
캠핑장 곳곳을 구경다녔다. 샤워실에서 풀리지 않는 여독을 위해 나에바 리조트 내의 온천을 이용할 수 있다 했다. 첫 째날 가봤는데, 아찔한 웨이팅과 위생상태로 그 다음부터는 가지 않았다.
그리고 처참한 수준의 BBQ 구역. 취사는 이곳에서만 할 수 있었는데, 짐을 한보따리 싸들고 텐트에서 여기까지 오르락내리락 하기도 힘들었고, 개미도 많고 직사광선이 내리쬐어 첫날만 물을 데웠다. 게다가 나중에 알게된건 후지락 인포센터에서 주전자에 끓인 뜨거운 물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다는 것.. 덕분에 편하게 컵라면을 끓여먹고 커피를 내려 마셨다. 괜히 버너를 챙겨갔네, 짐만 무겁게..
바리게이트를 옮기는 스탭들. 아직도 공사중인 곳이 여러군데 였다.
공식 굿즈 샵의 오픈을 기다렸다. 짜요는 티셔츠를 하나 샀고 나는 구경만 했다.
드디어 전야제에 입장한다. 오늘은 오아시스와 레드마키, 블루갤럭시 정도만 무료로 오픈하는 날.
앞으로 친해져야할 화장실. 최대한 깨끗하게 유지하려는 주최측의 노력이 엿보였지만, 그래도 긴 웨이팅과 반복되는 더러움은 어쩔 수 없었다.
축제장 구역구역마다 서로 다른 푸드 부스가 있었다. 그런데 막상 또 강하게 당기는 것은 없어 호루몬 야끼를 사다가 안주로 찹찹 먹었다.
시선을 강탈하던 의상.
락페의 정석같은 착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캡모자, 공식 티셔츠, 방수가 되는 가방에 손에 들리는 작은 의자, 반바지에 샌들. 언제든 방방 뛰고 언제든 이동하기 쉬운 복장.
숲을 가운데 두고 분리된 블루 갤럭시와 레드마키. 블루 갤럭시 쪽 숲에 앉아 구경을 했다.
레드마키에서 열린 SPARK!!SOUND!!SHOW!!의 무대. (영상)
전야제를 둘러보고 텐트로 돌아왔다.
다음날 아침. 따가운 햇살에 이른 아침부터 눈이 떠졌다.
텐트가 점점 증식해가는 중.
아참, 홀린듯이 나에바호텔 매점에서 의자를 사왔다. 후지락은 헬리녹스 스타일의 조립식 의자 반입이 금지라 한국에서 따로 구매해 가져간 등받이가 없는 휴대용 의자가 있긴 했는데 절레절레. 이 캠핑 의자가 반드시 필수품이었다. 원래는 간단한 음료를 사러 들어간 매점이었는데, 짜랑 내가 서로 말하지 않아도 무언가 홀린듯 둘다 의자를 구매해 버렸다. 남은 기간동안 정말 요긴하게 잘썼다.
라면과 드립커피로 시작하는 아침. 경량화를 위해 테이블도 포기했더니만.
점점 해가 강해진다. 짜요와 내 텐트를 연결해 각자 빨랫줄을 쳤다.
메인 게이트 쪽 이벤트 부스에서 만든 기념품 코스터. 나무를 고르고, 톱으로 자르고, 사포질, 인두질까지 스스로 체험하는 시스템. 덕분에 엉망인 결과물이 나왔지만, 기념품으로 제격이란 생각이었다.
후지락의 마스코트 곤짱. 어디든 눈알만 두 개 붙여놓으면 곤짱이다. 축제장 곳곳에서 곤짱을 찾는 재미가 있었다.
메인 스테이지 중 하나인 그린 스테이지에 도착. 무대 앞쪽에서부터 뒤로 갈수록 점차 경사가 올라가는 너른 평원인데, 맨 뒤쪽은 저렇게 울창한 숲으로 되어있다. 더위를 피해 숲에 자리를 잡은 사람들. 나도 나중에 kraftwerk를 볼 땐 저기에 앉았다. 어차피 서서 볼 게 아니라면, 무대를 조망하기에 저만한 곳이 없었다.
첫 째날 첫 관람 무대는 인디고라엔드. (영상)
오늘은 대식클럽 티셔츠를 입고 출격했다.
유료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면 볼 수 있는 데이드리밍 스테이지도 한 번쯤은 가야겠단 생각이었는데, 그게 바로 오늘이었다. 앞으로는 보고싶은 무대가 가득해 도저히 짬이 안 날 것이기 때문에.
40분쯤 올라간다. 용평의 발왕산 케이블카가 생각났다.
다른 리조트와 연결된 곤돌라라 쭉 올라가는게 아니라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며 산맥을 넘어간다. 청명한 협곡 사이를 지나기도 했다.
드디어 도착한 데이드리밍 스테이지. 자유로운 영혼들이 많았는데, 스테이지를 장악한 EDM이 좀 아쉬웠다.
햇빛을 피하는 룩. 다이소의 밭일 모자가 정말 큰 일 했다.
삼삼오오의 사람들. 아래의 큰 무대들을 놔두고 위에 올라와 즐기는 이들의 마음이 신기했다. 정말 즐거워보여 그 즐거움이 부럽기도 했다. (영상)
정말 많은 애기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덕분에 이따금씩 천국같이 느껴지기도. 케이블카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했고, 밥을 포장하는데 웨이팅이 길어 무대를 제대로 즐기진 못했다. 밥과 맥주를 후딱 먹고 다시 아래로 내려간다.
화이트 스테이지로 내려왔다. 오늘 가장 궁금했던 오오누키 타에코의 무대. 그런데 공연은 음원만큼 좋지는 않았다.
무대간 이동하는 인파. 익숙해져야 한다. 우리도 흐름에 몸을 싣고 가장 끝에 위치한 필드 오브 헤븐으로 넘어간다.
그 전에 집시 아발론 쪽 숲에서 잠깐 숨을 돌리고.
Original Love Jazz Trio. 생각했던 음악과 전혀 달라 놀라웠다. (영상1) (영상2) (영상3)
정말 히피스러운 곳이었다. 후지락을 생각했을 때 상상했던 가장 이상적인 무대의 모습을 가진 공간.
이번 후지락에서 마신 맥주 중 가장 맛있었던 맥주.
우드스탁이 이런 느낌이었을가 싶은 순간이었다.
우리도 사다리에 올라 앉아 무대를 구경했다. (영상)
다음 무대로 내려가기 전 야끼소바를 포장했다. 웨이팅의 가장 마지막 사람이 들고있다가 다음 사람이 오면 넘겨주는 표식.
락페는 고달파.
스테이지 사이사이에 데크로된 숲길이 펼쳐져 있는 것도 즐거움 중 하나였다.
그린 스테이지와 화이트 스테이지 사이에는 계곡물도 흘러 열을 식히기 제격이었다.
더 킬러스를 기다리며 차마 다른 무대까지 다녀올 체력이 남아있지 않아 그린 스테이지에 전 무대부터 쭉 앉아있었다.
생각치도 못했던 Awich의 무대가 너무 좋아 넋을 잃고 구경했다. (영상1) (영상2)
그리고 대망의 첫날 헤드 라이너인 더 킬러스. 사실 후지락에 오기 전엔 더 킬러스가 누군지도 몰랐다. 와! 근데 정말 너무 팬이 되어버렸다. 나 브랜든 플라워스 좋아했던듯..
중간에 쇼맨쉽처럼 일반 관객을 한 명 무대 위로 올려 드럼을 치게했는데, 또 그 와타루 상이 기가막히게 드럼을 쳐서 또 한 번 대단한 무대가..
여러모로 정말 대단한 무대였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후지락을 통틀어 가장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못보던 텐트들이 더 생겨 있었다. 메인 게이트 앞에서 쿠로네코 택배사가 일본 전역에서 도착한 택배를 보관 중이었는데, 그렇게 캠핑짐을 전달받고 다시 집으로 보내는 것도 꽤나 괜찮을 것 같단 생각이.. 우리 앞 텐트도 그렇게 짐을 받았나보다.
오늘은 북쪽 어린이가 되어버린 짜.
여덟시만 되어도 해가 너무 쨍해 전날 해놓은 빨래가 금세 말랐다.
오늘도 매점에 들렸다. 보통 유산균 음료를 사먹으러 가는 것이었는데, 오늘은 삿포로 니가타 에디션 생맥도 한 잔 들이켰다. 계속 수돗물을 마셔야 했는데, 수돗가까지 거리가 멀어 너무 목이 말랐어!
텐트로 돌아오니 어떤 어린이 친구들이 또 텐트를 뚝딱중.
캠핑장과 스테이지가 곧바로 연결되는 레드 게이트. 어제는 닫혀있던 레드 게이트를 통해 무대로 빠르게 내려간다.
자꾸만 화장실 양변기 같던 픽토그램.
타워레코드의 후지락 티셔츠와 타월이 마음에 들어 구매했다. 3500엔의 행복.
어제는 보지 못했던 공간들을 구경했다. 그린 스테이지에서 화이트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길에 있던 키즈랜드.
말 그대로 숲 속에 펼쳐진 커다란 어린이 놀이터였다. 근데 어른이 더 신난.
종이 버섯도 구경했다.
오늘의 첫 무대는 집시 아발론에서 열린 soraya의 무대. 나보다도 짜요가 더 빠져버렸다. (영상)
집시 아발론 뒤쪽에 설치된 해먹존. 자리가 나지 않아 다시 무대쪽으로 돌아왔다.
인도네시아에서 버디였던 데스리가 선물로 줬던 책을 아직까지도 읽지 못한터라, 이번 여행에선 반드시 읽으리라고 가져왔는데.. 잠을 잘 못잔 탓인지 초장을 좀 읽다가 졸아버렸다.
오리사카 유타의 공연. 내가 자꾸 오리사카를 까먹고 사카모리 모리시타 같은 다른 이름으로 바꿔 불렀는데도, 짜가 찰떡같이 알아 들었다.
짜는 다른 무대로 이동하고, 나는 계곡에서 발을 담그고 땀을 식혔다.
계곡에서 만난 곤짱. 그러고보니 이번에 크록스 대 신 저 호카 호파라 샌들을 신고 갔는데, 아주 실패한 전략이었다. 구름 위를 걷는다는 광고에 넘어갔는데, 샌들을 벗으면 정말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 그런 의미로 어쨌거나 구름을 걷게 하니까?
쿠루리의 무대. 공연은 별로였는데, 나중에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음악을 들으니 나쁘지 않았던 것 같기도. 그래도 뭔가 좀만 몽환이 섞이면 확 취향에서 멀어져버리는 것 같다. (영상1) (영상2) (영상3) (영상4)
데크를 따라 걸으며 그린 스테이지로 넘어간다. 스테이지간 이동이 너무 멀어 정말 고되다. 한국 락페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구글맵에서 찍어보니 메인 게이트에서 필드오브헤븐까지가 3km 정도 되는 것 같다. 메인 게이트에서 반대쪽으로 피라미드가든도 펼쳐져있으니 총 길이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아찔해. 이걸 무대에 따라 계속 왔다 갔다 반복해야하니 정말 죽을 맛이었다. 발에 물집이 나서 터트리면 그 위에 또다른 물집이 나기를 반복했다.
뭐 어쨌거나 다시 한참을 돌아나와 나에바 식당 뒷 켠에 위치한 스테이지로. 진짜 이런 자그마한 스테이지들을 운영하는게 후지락의 웃음 포인트 중 하나. 그런데 또 음악은.. SIX LOUNGE라는 밴드의 공연이었다. 이번 후지락에서 들었던 음악들 중 보컬만으로는 손에 꼽히게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어떻게 옥구슬을 굴리는 사람이 세상에 이렇게 많은지. (영상1) (영상2) (영상3) (영상4) (영상5)
공연이 끝나고 다시 식당 앞켠으로. 금강산도 식후경이기에.
한국식 백반같은 밥에 켄친지루를 시켜 뚝딱 먹었다. 오랜만에 먹는 밥알이 왜이리 맛있던지.
그리고 kraftwerk를 보러 그린 스테이지로 이동했다. 정말 깜짝 놀랐다. 나 EDM 좋아했네.. 말도 없이 음악만 뚝딱뚝딱 디제잉하는 그들. 다음날 아침에도 나도 모르게 kraftwerk 노래를 흥얼거리며 다녔다. (영상1) (영상2)
음악에 걸맞는 비주얼아트 역시 대단했다. 노익장들의 힘이란. 공연 중간엔 류이치 사카모토를 추모하는 공연을 잠시 갖기도 했다. (영상)
다시 화이트 스테이지로 옮겨 짜요를 만나 girl in red를 좀 듣다가 중간에 빠져나왔다. 그리고 메인 게이트 근처에 있는 크리스탈 팰리스 텐트로. 여기도 다 정신 놓은 사람들이… 전혀 내 취향도 아니고 너무 덥고 습해 짜요를 두고 나는 바깥으로 피신. (영상)
대신 야외 무대에서 열리고 있는 태양의 서커스를 구경했다. 영상으로 볼 땐 전해지지 않던 긴장이 왜이리 절절히 느껴지던지. 왜 사람들이 돈을 내고 서커스를 보러가는지 알 것만 같았다. 그리고..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나오지 않는 짜요를 밖에서 기다리다 도저히 안되겠어 나는 먼저 텐트로 복귀했다. 결국 샤워장에서 다시 만났다. (영상)
드디어 일요일 아침. 오늘도 커피를 내렸다. 낮엔 푹푹 찌는데 밤엔 날씨가 쌀쌀해 따뜻한 커피가 제격이었다.
오늘이 축제의 마지막 날이기에 가보지 않았던 곳들을 더 탐방해보기로 했다. 나에바호텔을 지나쳐 반대쪽인 피라미드 가든까지 걷기 시작했다.
드디어 만난 피라미드 가든. 뭔가 오아시스를 만난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초원을 가로질러 한참을 오르니 불을 피우고 앉아 여유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라니.
피라미드 가든에서 보고싶은 공연이 있어 부리나케 온 것이었다. 아침 10시에 시작하는 카와구치 쿄고의 공연에 딱 맞췄다. 박혜경이 서신이라는 제목으로 번안을 하기도한 원곡 사쿠라로 유명한 가수인데, 사쿠라 말고 다른 곡들도 좋았다. 이런 잔잔바리 어쿠스틱 감성이 좀 필요했던 것 같다. (영상1) (영상2) (영상3) (영상4) (영상5)
뒤늦게 피라미드 가든에 넘어온 짜요와 공연을 마저 즐기고선 샵들을 구경했다. 반대쪽과는 사뭇 다른 어른의 분위기의 푸드 부스와 소품샵들. 이번 후지락의 공식 맥주 주류사는 하이네켄과 브루독이라 대부분의 가게에서 하이네켄만을 판매 중이었다. 그게 좀 아쉬웠는데, 피라미드 가든에 무척 다양한 크래프트 비어를 파는 부스가 있었을 줄이야!
지난번 부산 ㅎㅎㅎ에서 마셨던 것 같은 무척 낮은 도수의 스무디 맥주가 있어 아침 식사 대신으로 갈음했다.
다시 또 한참을 걸어 레드 마키로 향했다. betcover!!의 공연. (영상)
조금 듣다 내 취향은 아니라 밖으로 나왔다. 오아시스에서는 이런 저런 공연이 계속되었는데, 아저씨의 허들을 좀 구경했다.
그런데 아저씨가 허들만 하시는게 아니더라..? 돈을 드리고 오라고 아이를 부축이는 일본 부모님의 마음을 애쓰려 노력했다. (영상)
다시 그린 스테이지로 이동했다. 후지락의 휠체어존. 잔디밭과 흙길 뿐이라 장애인에게 프랜들리하지 않은 공간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나보다. 좋은 위치에 좋은 각도로 장소가 마련되어 좋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집시 아발론으로 부리나케 이동했다. 이번 후지락에서 가장 기대하던 리미 나츠카와의 무대를 리허설부터 대기했다.
역시나.. 너무 좋은 공연이었다. 노래도 좋았지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샤르르 녹아버리게 만드는 사람의 매력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오키나와 추임새도 이야 샤샤~ 도 배우고 안무도 배웠는데, 앞으로 남은 여행에서도 이야 샤샤는 짜요와 요긴하게 써먹었다. (영상1) (영상2) (영상3) (영상4) (영상5) (영상6)
다시 데크 길을 따라 걸어간다. 이 날은 아침부터 흐리더니 계속 비가 쏟아지고 그치기를 반복했다. 짜요는 우비를 입었고, 나는 될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우비 없이 가벼운 무게로 돌아다녔다. 결국 노앨 갤러거 때 폭우가 내려 폭싹 젖어버렸다.
데크를 지나다 숨겨진 보석같은 무대를 발견하기도 했다. 숲의 피아노라는 공간에서 열린 EYRIE의 무대. (영상)
가던 데크 길을 마저 걸어 도착한 필드 오브 헤븐. 인도네시아의 자랑, Ali의 공연을 구경했다.
정말 체력이 방전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화이트 스테이지와 집시 아발론 사이의 숲에 앉아 무대는 보지 않고 The Jesus and Mary Chain의 음악만 들었다. (영상1) (영상2)
다시 집시 아발론 쪽으로. 짜요는 해먹에서 짧은 낮잠을. 아기 짜요. (ㅋㅋㅋㅋ)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여기에 올리진 않지만, 그린 스테이지에서 열린 즛토마요의 공연이 꽤나 충격적이었다. “계속 한밤중이면 좋을 텐데.“라는 이름의 대형 밴드였는데, 멤버 개인들의 프라이버시가 너무 중요해 얼굴을 모두 가렸을 뿐만 아니라, 무대 스크린에 잡히는 얼굴 마저도 블러 처리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에 계속 오르고 싶고 올라야 하는 밴드의 숙명에 대해 생각했다.
다시 또 먼 산책을 떠나 레드 마키로. 정말 그냥 그린 스테이지에 머무르고 싶었는데, RIDE를 한 번쯤은 직접 눈으로 귀로 봐야되지 않겠냐며 정신력으로 걸어갔다. (영상)
드디어 마지막 무대가 되었습니다. 노엘 갤러거가 후지락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 역시는 역시였다~ 엔딩에 다다라서 오아시스의 명곡들을 부를 때는 다들 붕붕 떠다니는 것만 같았다. 벗어날 수 없는 오아시스의 굴레. 노엘 갤러거 본인에게는 영광일까 족쇄일까. (영상1) (영상2) (영상3) (영상4) (영상5) (영상6) (영상7)
모든 무대가 끝나고 귀가 행렬이 이어졌다. 우리는 하룻 밤 더 캠핑을 하고 다음 날에 돌아갈 생각이었기에 여유가 좀 있었다. 계속 지나치기만 하고 마셔보지 않았던 브루독에서 나에바 에디션을 마셨다.
그리고 다시 피라미드 가든의 막공을 보기 위해 부리나케 걸어갔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과, 엔딩 시간을 넘겨버린 공연, 그리고 가게들과 여전히 깨어있는 사람들. 이렇게 축제의 마지막 밤이 흘러갔다.
텐트로 돌아오는데 유난히 별이 쏟아지는 밤이었다.
이제 텐트를 해체하고 짐을 싼다.
마치 고대의 유적터처럼 남아버린 우리의 캠핑 자국.
잘 놀다 갑니다~
다시 에치고 유자와역으로 돌아가는 셔틀을 타는 것도 일이었다. 땡볕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그래도 몇 시간을 설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고 몇 십 분만에 탑승했다.
에치고 유자와역에서 도쿄로 돌아가는 신칸센 티케팅 줄도 어마무시했다. 어찌저찌 한 시간 정도의 여유를 두고 티켓을 끊었다. 에치고 유자와 역에 있는 폰슈칸에 갔다. 이 곳 폰슈칸이 <걸어서 세계속으로>에 등장했던 폰슈칸이기에 정말 와보고 싶었다.
이번엔 오이도 사서 짜요와 반식 나눠 먹었다. 시로 된장이 고소하니 땅콩버터처럼 맛있었다.
와! 여기 폰슈칸에는 쿠보타 만쥬가 있었다. 냉큼 코인 네 개를 넣고 마셨다. 한 번쯤 마셔볼만한 맛이지, 날아다니는 맛은 아니었지만.
폰슈칸 샵에서 요거트나 이런저런 음료와 간식을 사고 싶었는데, 오니기리 줄을 기다리다가 그만 열차 시간이 촉박해져…
오니기리와 캔사케만 하나 사서 탑승했다. 저 캔 사케는 도수가 너무 높고 맛이 없어 몇 모금만 마시고 말았다. 오니기리는 우매보시와 부타가쿠 믹스로 샀는데, 토실하니 식사로 제격이었다. 나중에 다시 또 영상을 보니 우리가 산 오니기리 집도 <걸어서 세계속으로>에 나오더라…
이번엔 직접 만든 티셔츠를 가져갔는데, 예를들면 이 콩국수 연구회 티셔츠라든가
대식클럽 티셔츠를.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락페를 즐기는건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했다. (펜타포트나 국내 어디 락페에 키린지가 나온다면 또 모르겠으나..) 그렇게 생각하는 해에 후지락까지 다녀와볼 수 있어 정말 뜻깊었다. (위생 문제로 영국이나 미국 어디의 락페는 가고 싶은 생각이 일절 없기에.. 후지락이 마지노선이라는 생각..) 캄보디아에 다녀온게 인생의 변곡점 중 하나가 되었듯, 이번 후지락도 그렇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인생이 점점 영글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