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카마치 / Muikamachi

미나미 우오누마에 위치한 작은 마을 무이카마치에서 1박 2일을 보냈다. 굿즈를 사거나 텐트를 치는데 있어 일찍 입장하면 좋다는 얘기를 들어 목요일은 에치고 유자와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설국을 집필했다는 다카한 료칸에 자리가 있다면 그리로 가고 싶었는데 계속 매진이었다. 라쿠텐을 뒤적이던 중 에치고 유자와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무이카마치에 위치한 료칸 류곤이 깔끔함과 서비스에 있어 베스트 옵션처럼 느껴졌다. 후지락에서 고생할 것을 생각하니 나에바로 넘어가기 전 하루 정도는 료칸에 머물며 편안한 시간을 보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이 글을 쓰며 <걸어서 세계속으로> 니가타편에 등장한 료칸이 류곤이라는 사실을 알고 무척 소름돋았다.)

3시쯤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 료칸에서 온천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 밖에 나가 산책을 하고, 저녁을 먹고 돌아와 다시 또 온천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료칸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던 짜요가 좋아해주니 나도 덩달아 기뻤다. 눈이 많이 내린 설국의 시간에 다시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는.




나는 니가타에서 출발하고 짜는 도쿄에서 출발해 무이카마치에서 만났다.



원래 짜는 더 늦게 오고, 나는 더 일찍 올 예정이었는데 우연히도 시간이 맞아버렸다.



역에서 료칸까지 걸어 내려갔다. 도착.



생각보다 멋들어진 실내 인테리어에 놀랐다. 리셉션에서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방에 짐을 두고 료칸 곳곳을 구경했다. 곳곳에 편히 앉아 바깥 풍경을 구경할 수 있는 스팟들이 있었다.



편하게 쓸 수 있는 프라이빗 온천도 있고, 대중탕도 있는데 대중탕의 노천탕이 좋아 보통 거기에 계속 있었다. 빗소리를 들으며 뜨끈하게. 처음 체크인을 하고 료칸을 구경다닐 때 사람이 없어 한 컷.



비가 오기도 하고 덥기도 해서 야외에 앉지는 않았지만, 겨울에 무척 운치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료칸 곳곳에 니가타의 겨울을 견디는 오래된 장비의 흔적이 남아있다.



여름이라 사용하지는 않는 라운지의 이로리.



체크인이 이뤄진 공간. 저 커다란 쇼파에 짜요와 앉아있는데 너무 황송해 어쩔 줄을 몰랐다.



그리고 예약할 땐 몰랐던 프리 사케 타임!



덕분에 핫카이산 긴죠를 마음껏 맛봤다. 핫카이산 산기슭에서 마시는 핫카이산이란.





무척 마음에 들던 좌식 의자. 적당히 무릎이 들리는 쿠션감이 좋았다.



석식을 신청하지 않았기도 했고, 내일 후지락에 필요한 물건을 사러 밖으로 나섰다. 아까 체크인하러 지나칠 때는 용도를 눈치채지 못했었는데



쌀의 고장답게, 쌀을 가져와 도정을 할 수 있는 공용 공간이었다.



이것도 그냥 형태가 특이하다고만 생각했지, 왜 일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짜요가 말하길 눈이 쌓이는 걸 방지하기 위한 것 같다고. 정말 그런 것 같다.



강을 건넜다.



철길도 건넜다.



다이소와 마트에 들러 장을 본 뒤 식당을 찾아 헤맸다. 원래 가려고 했던 식당이 문을 닫은 터라.. 랜덤하게 골라 들어온 이자카야. 동네 사랑방이었다. 마파두부와 야채 정식, 낫토유부 같은 것들을 시켜 배를 채웠다.



푹 자고 다음 날. 비가 고인 정원이 고요하고 아름다웠다.



조식을 먹었다.



체크아웃 시간까지 잘 즐기다 가자는 짜요의 바람대로 시간을 잘 때우며 보냈다. 료칸 안에 있는 샵을 구경했다. 눈꽃 모양의 파스타.



연간 적설량이 10m라는 도시답게.



료칸에서 보고 무엇인지 궁금해 했는데, 이후에도 일본 곳곳에서 마주치게 되어 더욱더 용도가 궁금해진 나무 볼이었다. 이제와서 검색해 보니 스기타마라는 새 술이 만들어졌음을 알리는 “스기타마"라는 삼나무 장식이라 한다. 원래는 초록색인데 색이 변한 것이라고.



이제 체크아웃을 하고 다시 등짐을 맸다. 에치고 유자와까지 셔틀이 있긴 한데, 셔틀은 11시고 체크아웃은 12시라 한 시간을 료칸에서 더 보내고 셔틀을 포기하기로 했다.



강을 건넜다. 낚시를 하는 이들. 겨울에는 료칸에서 강에서 잡은 물고기를 구워먹는다고 했었던 것 같다.



뭔가 날카로운 클로즈 타임.



무이카마치 역으로 돌아왔다. 90년대 유리벽 디자인에 기분이 몽글해졌다.



에치고유자와행 호쿠호쿠선에 탑승한다.



또다시 너른 들판을 달린다.



에치고 유자와에 도착. 어제 니가타에서 파스모를 찍고 탔는데, 무이카마치 역에 교통카드 단말기나 게이트가 없어, 역무원에게 종이를 받아 에치고 유자와에서 한 번에 결제를 했다. 이제 진짜 야생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