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DMZ 피스트레인 / 2024 DMZ Peace Train

2박 3일로 2024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2019년에 다녀왔으니 4년만의 방문이었다. 그 때는 좀 더 날것의 좋은 느낌이었다면, 이번엔 확실하게 성숙해져 자리잡은 축제의 느낌을 물씬 느꼈다.

숙소를 잡지 않고, 캠핑을 하며 2박 3일을 보낼 예정이라 걱정을 좀 했는데 걱정한 것에 비해서는 꽤 잘 지냈다. 이번 여름에 있을 후지락을 대비할겸이었는데 아침 저녁으로 이어지는 찬물샤워가 조금 괴롭긴했지만ㅎㅎ

혼자였다면 심심하기도, 고독하기도 했을 시간들. 짜요와 함께해서 더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출발


목요일 저녁에 서울에서 웨타분들을 만나는 일정이 있어, 대전으로 내려오지 않고 짜요네서 하루 묵었다. 오전엔 일을 좀 하고, 점심으로 무척이나 가보고싶었던 콩게미에 갔다.



무시무시한 웨이팅 중의 즐거움.



거대한 설탕과 소금통을 보니 맛이 더 궁금해진다.



드디어 영접한 콩국수.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정말 맛있게 뚝딱 먹었다. 면과 콩국물 반찬 삼위일체가 완벽했다.



이케아에 들려 짜는 잠깐 오피스에 갔고, 나는 물건을 좀 샀다. 드디어 스탠딩 체어를 구했다. 직원 할인 쿠폰 찬스를 제공해준 짜요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드디어 철원으로 출발한다. 쉬리캠핑장으로 찍고 가다보니 지난 번과는 다른 길로 안내되었다. 시원한 도로와 멋진 산맥의 절경이 시원했다.



드디어 철원에 도착. 폰트가 즐거워.



말로만 듣던 백골부대도 마주쳤다.



캠핑장에 들어가기 전에 읍내에 들렀다.




시장은 문을 닫아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봤다. 저녁으로 먹을 유부초밥, 떡볶이 그리고 반주할 막걸리를 샀다.


전야제


드디어 쉬리 캠핑장에 도착했다. 궁예와 두루미의 고장.



텐트와 침낭이 제공되는 패키지를 예약했다. 데크사이트인 다슬기 16A로 배정받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1빠로 도착한 바람에 제공된 사이트는 쉬리 1A.



사실 체크인까지 시간이 좀 남게 도착해 짜요가 준비한 하이볼도 한 캔씩 뚝딱했다.



저녁을 먹고 미니 전야제에 참가. 전날 데일리샷에서 픽업한 와인을 땄다. 네프헤어 사장님이 말씀하셨던 플리아 지방의 아파시멘토는 정말 맛도리였다.



분수쪽이 아닌 캠핑장 안쪽에선 모닥불과 함께하는 아날로그 감성의 콘서트도 있었다. 양창근 님의 공연



야생마와 자유부인의 공연까지 보고 분수대쪽으로 이동했다.



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훑는 가요 메들리에 신나게 놀았다. 전야제에서만 판다는 핫도그도 영접했다.


고석정


아침에 부리나케 준비하고 아침까지 챙겨먹었다. 10시에 출발하는 용양보행 버스를 타야해 마음이 급했다.



어쨌거나 용양보 탐방을 마치고 메인 스테이지인 고석정으로 돌아와 입장했다.



올해의 디자인.



스탠딩과 돗자리, 그리고 체어 존이 완벽하게 구분되어 있어 좋았다.




인스타에서 봤을 때도 피식 했는데 실제로 만나서도 피식하게된 파묘를 패러디한 페이스 페인팅 부스, 꾸묘.



역시 하이볼엔 발효액이.



이선좌 깃발 등장.




DMZ 피스트레인의 메인 스테이지가 위치한 고석정 뒷편은 정말 절경 그 자체다. 2019년엔 저기서 짜와 보트를 타기도 물수제비를 던지기도 했는데, 이번엔 위에서 구경만 했다.



두 개의 메인 스테이지와 축제장 입구에 있는 분수대 공연장을 오가며 관람했다.




정돈된 슬램이 많았다. 덕분에 축제가 두 배로 즐거워진 기분이다.



이번 축제의 트레일러는 레트로한 감성이 물씬 나는 겸둥이 디자인이었다.


공연

체력이 받쳐주지 않거나 관심이 없을 땐 스킾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관람한 공연들을 나열해보자면.



오마르와 동방전력.



미역수염. 와! 앞으로는 미역수염 팬 되기로.



어어부 프로젝트. (영상1) (영상2)



Yellow Days.



바밍타이거. 바밍타이거 때 기력이 딸려 돗자리에서 본 게 아쉽다. <부리부리> 무대 때 나도 마음은 정말 같이 흔들었다.



The Orb. 짜요도 궁금해하고 나도 궁금했던 비주얼 작업물의 단가. 정말 고퀄이었다. (영상)



토욜에 막공으로 보고온 Meule.



듀얼 드럼이라니. (영상)



다음 날. 대만에서 온 9m88. 역시 연배가 비슷해서 그런지 음악이 아주 맛있었다.



포리지 라디오.




스네이크치킨수프. 무척 신나는 슬램이었지만 신기하게도 음원이 더 좋긴 하더라ㅋㅋ… (영상1) (영상2) (영상3)



실리카겔. 한 곡을 마치고 즐겁게 즐기는 관객을 본 김한주가 방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봤다고 말하는 멘트가 왜이리 좋던지. 하도 전날 날티나는 멘트를 만난 터라 더 그렇게 느꼈나보다. (영상1) (영상2) (영상3) (영상4)



대망의 김수철. 이번 철원행을 결정하게된 가장 강력한 이유.



노익장은 정말 대단했다. 막곡은 <젊은 그대>였는데 3일을 통틀어서 베스트 모먼트였다. (영상1) (영상2) (영상3) (영상4) (영상5)


멋쟁이들

겉과 속이 멋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속상한 경우도 왕왕 있었지만, 그래도 대체로 많이 배운 시간.



슬로건이 화려해 눈이 즐거웠다.



멋쟁이 아버지와 그걸 잘 즐겨주는 아들.





멋쟁이가 숨어있다.




스페셜 프로그램: 용양보 탐방

매일 아침마다 있는 스페셜 모닝 프로그램을 신청해 부지런히 다녔다. 토요일 아침에 방문했던 용양보.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아 사단장 낚시터라고만 불리다가 정비 후 공개를 시작했다 한다. 남방한계선을 밟을 수 있는 지역이라 사전에 신청이 필요한 투어였다. 폭이 좁아져 군사분계선까지 1km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는 비무장지대의 초입을 보고왔다.



쉬리캠핑장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군사지역이다보니 투어 내부는 대부분 촬영 불가. 그래도 가능한 부분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였던 김화역. 금강산선이 다니던 곳이라 한다.



이젠 더이상 사용되지 않는 선로를 걸었다.



평화로운 광경과 상반되는 지뢰 주의 표지.





저 산봉우리 중 몇 개는 북한이란 생각을 하니 기분이 묘했다.



북한으로부터 흘러들어오는 물이 개울이 되어 남한으로 흐른다.



외래종인 가마우지가 터를 잡아 토종 새들이 사라졌다는 가이드님의 슬픈 얘기도 전해 듣고.. 우리는 왜 중국처럼 전부다 원래부터 우리 것이라 우기지 못하는지, 왜 중국 새라고 선을 긎는 사람들인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스페셜 프로그램: 해소되지 않는 침묵 @수도국터

일요일 아침엔 수도국터에서 열린 작은 공연을 보러 갔다. 강원도에서 처음으로 생긴 수도국으로 당시 철원이 얼마나 번영했는지를 보여주는 공간이면서도, 전쟁 당시 학살이 이뤄진 잔혹한 공간이기도 했다. 볕이 무척 따가웠고 전날의 피로가 풀리지 않아 몽롱했는데, 그런 상태에서 듣는 차분한 음악이 우리를 잠시 다른 세상으로 데려다 놓은 것만 같았다.


쉬리캠핑장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없어 고석정 근처에 차를 댔다. 고석정 인근에서 열리고 있는 고석정 꽃밭 축제를 구경하며 고요한 거리를 걸었다.



드디어 수도국터에 도착.



첫 번째 공연은 이민휘.



공연 사이에 뜨거운 날씨에 달아오른 악기를 세팅하느라 웨이팅이 생기기도 했다. 그 중간에 수도국터를 구경했다. 이렇게 외진 곳에서 그런 끔찍한 일이…



두 번째 스테이지였던 씨피카x김도언x낸시보이의 공연. (영상)



버스를 타고 다시 고석정으로 돌아가는 길. 철원의 산이 이상하리만치 한국 남쪽의 산보다는 뉴질랜드의 산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분비자

메인 스테이지에 입장하기 전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무료 공간에 있는 스테이지가 있다. 분수대 앞에 있는데다 EDM과 막춤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 이비자를 따라한 분비자라고 불리는 공간. 2019년에 왔을 때 이 곳에서 막걸리 한 사바리에 몸을 맡기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실컷 보기도 했었다. 올해는 철원 할머니 할아버지보단 축제를 즐기러온 젊은이들이 더 많았지만, 아무렴 어떻냐는 생각으로.



공기인형부터 압도하는 시선.






남녀노소 흥겨운 시간.



임꺽정과 함께하는 칙칙폭폭이랄까…



나와의 싸움을 즐기는 이들.


먹은 것들

이번엔 대체로 축제장 식음료가 아쉬웠다. 철원으로 떠나기 전 인스타로 공지받은 F&B 소개가 알차 무척 구미가 당길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축제장 음식보다는 고석정 내에 위치한 식당들에서 식사를 해결했는데, 의외로 그게 또 맛도리라.



이번 행사장 맥주를 전담한 곳은 춘천의 감자아일랜드.



캔을 포장해 집으로 가져가고 싶었는데, 행사장 규정상 캔음료는 팔지 않고 모두 잔에 따라줘야해 그럴 수 없었다.




막걸리를 판다는 소식에 들어가게된 대디조크.




아쉽게도 맛은 평범.. 제임슨 부스도 크게 있었는데, 뭐 이렇다할 특별함은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숙취 없이 소량의 알콜만을 소비하며 멀쩡한 정신으로 축제를 즐겼다.



고석정 입구에 있는 자옥이네서 먹은 도토리묵과 메밀전, 그리고 옥수수 막걸리. 어머님 손맛이 정말 일품이다.



생각보다 달지 않고 고소해 놀라버린 옥수수 막걸리. 이번에 사장님이 맘먹고 처음 들이셨다고.




축제 부스 중 하나였던 바베큐도 먹어봤는데, 너무 가성비가 안나온다는 생각이었다. 아무리 장시간 훈연한 바베큐라해도 만오천원에 고기 몇 점이라니!



편의점에서 얼음컵을 사서 짜가 가져온 하이볼을 나눠마시기도 하고.



트래버틴 워크샵에서 커피도 마셔봤다. 집 근처에 있었다면 한달에 한 번쯤은 갔을 것 같은데.



결국 솔드아웃으로 먹어보지 못하게된 피자 부스. 다음 기회에!


우리들



Adult 인증, 2일권, 그리고 캠핑 입장권을 손에 매고 방방 뛰었다.



첫째날은 제작해간 티셔츠를 입었다. 솔드아웃될 굿즈를 맘졸이며 기다리기 싫어 만들어버린 굿즈.



둘째날은 예년 피스트레인 때도 입었던 꽃무늬 하와이안 셔츠를 장착하고.



임꺽정에 기대어. 막공까지 야무지게 보고 대전으로 내려와 짐을 정리하니 새벽 네시였다. 잘 놀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