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 / Kansong Art Museum
서울에 웨타 분들을 만나러 가는 김에 간송미술관에 들렀다. 간송미술관은 올해 투두리스트 중 하나였는데, 일년에 두달 남짓만 오픈하기 때문에 때를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6월 16일이 올해의 마지막 관람일이었는데, 서울에서 모임이 생기는 덕분에 정말 운이 좋게도 기간 안에 다녀올 수 있었다.
문화보국을 꿈꿨다는 간송 전형필 선생님의 안목이 궁금했다. 이번에 보화각과 소장품을 보고 오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정말로 미적인 센스가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 센스에 재력과 추진력이 더해지니..
올해 오픈한다는 대구 간송미술관이 너무 기대된다.
짜요네 차를 세워두고 무궁화호를 타고 서울로 이동했다. 서울역으로 가는 완행열차에서 마주친 남산.
싱글벙글 서울.
얼마전 미라클모닝 친구들을 만났을 때 얘기한 타이포그래피 연구를 생각했다.
4호선을 타고 한성대 입구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올라갔다. 주택가 사이에 위치한 간송미술관 입구. 젊은 사람들보다 연세가 지긋하신 관람객이 훨씬 많았다.
올해 전시는 여기 북단산장 내에 위치한 보화각 건물에 대한 특별전.
전시 자체는 사진 촬영이 금지라 눈으로 담았다. 건물 곳곳에 세심한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외국에서 여러 대리석 샘플을 들여와 고민 끝에 선정한 대리석으로 꾸민 복도라든가.
맨 윗 칸과 아래 두 칸만 각자 여닫을 수 있는 너른 창문도 좋았다.
뮤지엄샵 도록에서 찍어온 이번 전시품들. 예전엔 그냥 넘겼을 서체인데, 이번엔 왜이리 좋던지. 전서체를 볼때마다 웃음이 났다.
친구 아버님 생신 축하를 위해 친구들이 한 폭씩 각자 취향대로 만들었다는 병풍도 너무 좋았다.
미술관 설립 때부터 전형필 선생이 정성을 들여 써왔다는 장부. 겸재화첩 대금이 당시 140원.
낙인 마저도 센스 터지는 아름다움이. 가장 오른쪽 상단의 낙인이 가장 좋았는데, 꼭 보화각의 창문 칸칸이 글자를 써넣은 느낌이 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문화보국으로 가는 길. 이제는 ‘대한민국’이라는 테두리 안에 갇혀서라기 보다 지구촌 한마을의 마음으로 보은하고 싶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대구 간송미술관이 오픈하는 해에 보화각에 와보게 되어 더 뜻깊었다. 당시엔 컸지만 이제는 작아진 공간에서 한껏 날개를 펼치다, 이제 마음의 크기에 걸맞는 공간으로 이동하는 느낌이라 더 마음 한켠이 가득 찼다.
전시된 블루프린트에 창틀의 패턴 마저도 하나 하나 설계했던 세심함이 떠올랐다.
서울성벽과 성북동 주택가가 한눈에 보이는 미술관 앞뜰도 좋았다. 시간이 많고 해가 좀 덜하다면 커피 한 잔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미술관 위쪽으로 있는 사택엔 아직 일가가 살고 있는지, 재단 사무국이 있을지 궁금해졌다.
미술관을 빠져나와 성북동을 찬찬히 걸었다.
굿-럭.
싱글벙글 서울 나들이.
명동에서 사람들과 회포를 풀고 1호선을 타고 병점행 막차를 탔다. 마중나온 짜요를 만나 주문해둔 와인을 픽업하고, 철원행을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