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전주국제영화제 / 2024 Jeonju International Film Festival
1박 2일으로 짧게 전주영화제에 다녀왔다. 보고싶은 영화들은 전부 예매해 성공해 좀 설레기도 했다. 전주에서 짜와 예솔이를 만나 같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40년 전 <룸 666>에서 회자되던 영화의 존재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아직도 모두가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그래서, 영화란 무엇인가?
출발하는 시간을 고민하다 이른 새벽 길을 나섰다. 시내버스 첫차를 타고 도착한 터미널에서 고속버스 첫차를 타고 전주로 향했다. 영화제에 가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혁신도시로 출근하는 이들의 출근길도 구경할 수 있었다.
시간이 많이 남아 터미널에서 객사로 슬슬 걸어갔다. 원래는 객사 삼백집에서 아침을 해결하려다, 새로운 곳에 가보고 싶어 덕진구청 근처의 원일옥에서 뜨끈하게 국밥을 먹었다. 수란도 두 알, 밥도 무한리필, 바로 탕탕 다져지는 파. 점심 앞뒤로 영화 상영이 가득차 점심을 못먹을 타이밍이라 두 그릇을 뚝딱 말아먹었다. 내년에도 이 코스로 시작해볼까 생각이 드는 든든한 아침이었다.
전주엔 유난히 재밌는 간판이 많다고 생각해왔는데, 올해도 역시나. 마약밥이라는 단어를 생각치 못해봤는데.
넘버원이라는 데에 믿음이 가는 타이포그래피.
한방 만능 한의원.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거대한 풍채의 목욕탕.
뜻밖의 유니클로.
드디어 영화의 거리에 도착. 어제가 개막일이라 무척 한산했다. 영화제 아침의 한산함이 정말 즐겁고 소중하다. 하루를 알차고 반듯하게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에너지를 얻는다.
올해는 100films100posters 행사의 10주년을 맞이해, 전주 곳곳에서 전시회가 열리기도 하고 10년치 포스터를 모두 판매하고 있기도 했다.
올해의 프로그래머 허진호 감독과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할 차이밍량 감독의 포스터.
첫 타임의 영화는 <수학영재 형주>였다. 아침부터 리클라이닝관이라니, 이거 원 불안해서..
다행히도 졸지 않고 GV까지 잘 구경하고 왔다. 아무도 질문을 던지지 않아 관객도 모더레이터도 감독과 배우들도 뻘쭘한 시간이 계속되었다. 용기를 내서 질문을 던졌는데, 그에 대한 대답도 약간 미적지근해 왜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었는지 알 것만 같은.. 여러모로 좀 아쉬운 GV였다.
다음 영화 타임까지 시간이 애매했는데, 픽사존에 가서 <인사이드 아웃2>도 구경하고 포스터도 받아왔다.
흥이 오르는 간판.
두 번째 상영관 입장하러 가는 길에. 젊은 전주 영화제의 패기가 느껴지는 상영 안내판.
두 번째 영화는 개막작이었던 <새벽의 모든>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미야케 쇼 감독과 GV가 있었는데 다음 영화 상영 시간이 촉박해 일부만 듣다 나왔다.
다음 영화는 <파리, 텍사스>. 영화관이 아닌 집에서 모니터로 봤다면 아쉬웠을 영화였다. 강렬한 색의 조합이 아직도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드디어 첫 날의 모든 영화 감상을 마친 뒤 짜요와 예솔이를 만났다. 작년에도 묵었던 양사재로 이동해 체크인을 하고, 짐을 두고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늦은 시간이라 음식점들이 대부분 문을 닫아 한옥마을의 한 전집에서 막걸리를 반주삼아 저녁을 해결했다.
식사를 하고 나오니 골목상영이 한창.
전일갑오로 옮겨 먹태에 맥주를 걸치며 하루를 마감했다.
둘째 날 아침. 짜요와 예솔이는 해장 겸 영화를 보러 일찍 방을 나섰다. 나는 양사재에서 맞바람을 맞는 아침을 즐기고 싶어 아침 영화를 취소하고 노트북을 했다. 내년에도 다시 머물 수 있기를 바라며.
남부시장 쪽으로 건너가 포스터를 팔고있는 작당으로 향했다.
10년간의 포스터가 작은 엽서로 전시되어 좀 아쉽긴 했지만, 구매하고 싶은 것을 고르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주문표에 사고싶은 것들을 마킹해 결제하면 끝. 맘에 드는 포스터가 많아 잘 골라 구매했는데, 포장이 좀 엉망이라 아쉬웠다. 집에 돌아와보니 지관통에 넣을 때 엉망으로 넣었는지 이곳 저곳 구겨지고 찢어진 곳들이 많았다. 어쩔 수 없지.
세상에 이런 노인이…
남부시장과 풍남문을 가로질러 평화와 평화로 향했다. 시간이 부족해 커피를 마시진 못하고 예솔이를 만나 밖으로 나왔다.
영화가 끝난 짜요와도 쪼인해 픽사존에 다시 방문. 빈백에 잠시 앉아 콩물을 마시는 시간도 있었다. 아까 남부시장을 가기 전에 진미집에 들려 텀블러에 콩물을 픽업했었다. 여름엔 역시 자네야..
다들 짐이 한 보따리. 화덕피자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웨이팅이 길어 금암소바집에서 소바와 돈까스로 점심을 해치웠다.
둘째 날 첫 영화인 <끝없는 기다림의 날들> GV. GV도 별로였고 영화도 별로여 아쉬웠다.
GV가 끝나고 재빠르게 CGV 근처 에스프레소바에서 에스프레소를 한 잔 털어 넣었다. 어제 아침에도 그곳에서 에스프레소를 한 잔 마시고 영화를 보러 간 것이었는데, 영화와 영화 사이에 에스프레소의 가성비와 효율이 꽤나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마지막 영화인 차이밍량의 행자 연작을 보러 다시 상영관으로.
1시간 남짓한 상영이 끝난 뒤 시작된 GV. 이강생 배우도 함께 자리했다.
세상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감독. 관객에게 묻거나 의견을 듣고, 자신의 의견을 다시 말해주는 태도가 놀라웠다. 굉장히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은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는데 거기서 느껴지는 허세나 잘난체의 느낌은 덜했다.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어갈 지 궁금해진다. 이번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행자 10편을 모두 한꺼번에 상영하는 것이라 한다. 다른 작품들도 무척 보고싶어졌다.
진미반점에서 저녁을 먹고, 노매딕 비어템플로 자리를 옮겼다.
건너편에 있을 때보다 공간이 한결 더 좋아진 것 같다. 모기만 좀 어떻게 해결하신다면.. 화장실에 붙어있던 포스터.
성당세례에 꼭 필요한 한복대여. 게다가 10년도 더 되어 보이는 집에서 오픈 특가를. 마지막까지 씨게 웃고갑니다~
막차를 타고 대전으로 돌아왔다. 샘머리터미널에서 집까지 타슈를 빌려 텅빈 갑천변을 달렸다. 이번 GV들에서 질문을 열심히 한 덕에 이런 저런 선물을 많이 받았다. 올해 못 본 영화들을 다음 영화제 전까지 보고 갈 수 있기를 바라며.. 내년에 만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