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엠립 / Siem Reap
어쩌면 이번 긴 여행의 핵심은 씨엠립이었던 것 같다. 긴 휴가를 앞두고 여러 후보지를 떠올렸지만, 앙코르 와트가 있는 씨엠립에 갈 기회가 왔다는 생각이었다. 화양연화의 엔딩에서 차우가 구멍에 속삭이던 앙코르와트가 어떤 곳일지, 어떤 곳이기에 마음 깊숙한 곳의 비밀을 털어두고 올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앙코르 와트는 씨엠립에 있는 사원 중 하나이며, 앙코르 와트 이외에도 수십 개가 넘는 사원이 산재하고 있다. 지금의 캄보디아를 100년쯤 후퇴시킬 정도로 당시 너무나도 번영하며 14세기까지 이어진 크메르 왕조의 위엄을 느낄 수 있다. 힌두교와 불교의 흔적이 혼재하는데, 덕분에 다큐멘터리나 아이러브캄보디아 홈페이지의 자료를 읽으며 조금이나마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려 애썼다.
관광객이 무척 많았지만 코로나 덕분에 좀 줄어든 거라 한다. 2022년 12월 29일 새벽부터 1월 1일까지 3박 4일간 머무르며 보고 느낀 것들을 남긴다. 방문한 순서대로 올리기엔 너무 뒤죽박죽이라, 날짜에 상관없이 섹션을 나눠봤다. 사원 역시 방문한 순서가 아닌 지어진 순서대로 편집을 해본다.
교통
프놈펜에서 밤 10시 반에 출발하는 슬리핑 버스를 타고 새벽 4시 반쯤 씨엠립에 도착했다. 패스앱으로 툭툭을 불러 호스텔까지 부리나케 이동했다. 해가 뜨기 전에 짐을 맡기고, 샤워를 한 뒤 일출을 보러 앙코르 와트로 떠나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피곤한 씨엠립 여정의 시작.
마지막 날, 씨엠립에서 치앙마이로 이동할 때는 에어아시아를 탔다. 무료 수하물 무게를 넘기는 짐에 약간 긴장했는데, 아무 체크 없이 무사히 통과. 연착도 없었다.
씨엠립 안에서 돌아다닐 땐 마지막 일정을 제외하고선 자전거를 빌렸다. 스쿠터나 전기자전거를 빌리고 싶었는데, 캄보디아에서 외국인이 스쿠터를 모는 것은 불법이었고, 전기자전거는 남는 물량이 없었다. 대여샵 사장님들은 코로나때문에 경찰들이 암암리에 스쿠터 단속을 하지 않는다 하셨지만, 내 몸을 믿고 자전거를 빌리기로. 이런 MTB 자전거도 빌려보고
동네 마실용 무거운 자전거도 빌려봤다.
시내에서 25km 정도 떨어진 사원들에 방문하는 날엔 툭툭 기사님과 일일 계약을 맺었다. 지금 시간을 계산해보니 9시간을 꼬박 기사님과 함께했네..
사원을 오가는 길은 대체로 황량하거나 울창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닐 땐 뱀이나 원숭이, 소, 들개같은 동물들을 만나 식겁하기도 했다. 신기하리만치 찬바람과 더운바람이 번갈아 불어 달리는 맛이 있었다.
음식
캄보디아 음식들은 대체로 맛이 없다. 맛을 떠나서 위생이 신경쓰여 뭘 마음껏 사먹을 수 없었다. 얼음과 물 자체가 너무 더러워 보였고, 실제로 관광객들이 배탈에 자주 걸린다 했다. 사원들을 돌아다니며 중간에 멈춰 가야 하는 식당은 그 분위기가 도저히 감당이 안되는 느낌이었기에, 전날 마트에서 일용할 양식을 사서 쟁여 다니곤 했다. 그래도 저녁에 시내로 돌아와서는 괜찮은 음식점들을 여럿 다녔다. 그렇게 먹은 것들.
캄보디아식 볶음 쌀국수, 롯차. 가격도 단돈 1.25달러! 앉은 자리에서 뚝딱 해버렸다. 그나저나 캄보디아 드래프트가 캄보디아의 맥주 중 가장 맛있는 것 같다.
캄보디아식 소고기 요리인 록락. 이번 캄보디아 방문에서 총 3번 록락에 도전했는데, 집집마다 그 맛과 형태가 다 다르다. 저기 저 후추가루를 준다는 것만 동일하달까? 그나저나 나중에 알고보니 캄보디아가 후추로 유명하단다. 개인적으로 이 집은 가장 맛있게 먹은 록락이었다.
국물이 자작한 스타일의 록락.
보트 누들. 태국식이 있고 캄보디아식이 있었는데, 주문 받으시는 분께서 태국식이 맛있다고 그걸 먹으라 하셔서 그렇게 주문했다. 국물을 봤을 때 상상되는 그대로의 맛이었다.
씨엠립은 어딜가도 생맥이 정말 쌌다. 해피아워엔 500 한 잔이 단돈 0.5달러! 해피아워가 아니어도 1달러 정도.
사원을 구경하는 중간에 식당에 들려 마시는 앙코르도 꿀맛이었다.
캄보디아 생맥.
하이네켄이었던가 칼스버그였던가, 둘 다였던가. 어쨌거나 캄보디아에 공장이 있어 신선하다 했던 것 같은데. 호스텔 근처 바에서 마신 칼스버그 생맥.
영화 툼레이더 촬영 시 안젤리나 졸리가 자주 왔다는 펍 레드 피아노에서 시킨 앙코르 생맥과 툼레이더 칵테일. 씨엠립에서 마신 생맥 중 가장 으뜸이었다.
콘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으려 했는데, 캄보디아 현지인 분들의 강추로 먹은 아이스크림. 엔초맛.
망고 스무디도 제철은 아니라지만 맛있었다.
태국 브랜드인 cafe amazon. 개점한 지 얼마 안 된 매장인지 무척 쾌적하고 깨끗했는데, 음료 맛도 좋았다.
마트에서 산 우유. 나중에 태국에서도 사먹어 봤지만, 동남아에서 우유는 걸러야 하는 걸까.
일출과 일몰
연말과 연초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일몰과 일출에 집착하진 않았을텐데. 늦어도 아침 5시 그리고 저녁 5시부터는 현장에 있어야 일몰과 일출을 구경할 수 있어 항상 일정이 타이트했다.
씨엠립에 도착한 첫 날의 일출. 정면에서 바라보면 총 3개의 탑이 보이지만 이렇게 비스듬히 보면 5개를 전부 확인할 수 있다.
새해 첫날의 일출.
프놈 바껭 사원에서 바라보는 12월 30일의 일몰.
2022년 마지막 날엔 좀 더 편안한 자리에서 타임랩스를 찍었다.
셀카
뭔가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기 쑥스러워 삼각대를 놓고 찍었다. 배낭여행이었던터라 긴 바지는 하나만 갖고 갔는데, 사원을 입장할 때의 복장 제한 때문에 매일 밤 손빨래를 하고 아침에 덜 마른 바지를 입고 나가기를 반복했다.
기타
씨엠립에 있는 유적지의 보존 상태는 열악했지만, 관광을 위한 시설은 꽤나 깔끔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검표원, 주차 안내원, 나무를 가지치기하거나 땅을 다듬는 어머님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통일된 색상의 유니폼을 입고 유적지 곳곳에 포진해있다. 앙코르 유적지만큼은 하이 퀄리티의 관광지로 보존하려는 캄보디아 정부의 의지가 느껴졌다. 이따금씩 공무원들의 일일 투어 호객은 귀찮긴 했지만.. 어느 사원을 가더라도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정말 만족스러웠던 화장실! 관광객은 무료 현지인은 유료인데, 어느 화장실을 가도 관리인과 청소하시는 분이 상주하신다. 정말 벌레 하나 보지 못했던 좋았던 추억 중 하나..
앙코르 유적지 대다수를 방문할 수 있는 앙코르 패스는 현지 물가 대비 꽤 비싼 편이다. 나는 62불짜리 3일권을 샀는데, 프로모션으로 구매한 일자의 두 배인 6일을 구경할 수 있었다. 도시 전체에 넓게 퍼져 있다보니 이렇게 입구마다 티켓 컨트롤을 하고 있었다.
사원 입구가 아니라 하더라도 주요 길목에도 티켓 검문소가. 툭툭이를 타든 자전거를 타든 걸어가든 이 검문소로 돌아 들어가야 한다.
유적지 곳곳에 있는 통일된 쓰레기통.
10미터마다 볼 수 있는 표지판. 집권당이겠지?
뜨거운 날씨에 매일 생수 큰 병을 뚝딱했다.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맞아 씨엠립 시내도 들썩이는 분위기였다.
펍스트리트엔 대단한 인파가 모였다. 거리 속으로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아 바깥을 빙빙 돌았다.
어느 펍을 가도 생맥은 모두 떨어졌다고. 병맥도 무려 3배가 넘는 가격을 받고 있었지만, 이런 날 마시지 않으면 언제 마시겠어란 생각으로. 군중 속에서 나홀로 고요히 맞는 새해의 기분이란, 처량했다.
조금만 교외로 나가면 볼 수 있는 집들. 지열때문에 1층을 비우고 창문이 없는 2층에 살고 있다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면 1층에 주방이며 거실같은 리빙룸의 공간으로 채워져 있었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참 숯불에 구워먹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한국 어린이집 가방들이 잘 수출되어 잘 도착했다.
냉장고가 흔치 않은 것인지, 전기가 흔치 않은 것인지. 많은 상점들이 맥주며 물을 냉장고 대신 아이스박스에 넣어 둔다.
어딜가도 가지런히 주차된 오토바이들.
도미노피자!! 캄보디아는 크메르어를 사용하는데, 내게 있어선 언어를 읽고 배우길 포기한 첫 나라였다. 인도계통의 언어들은 그 형태를 인지하기가 너무 어렵다.
사원
지어진 순서와 관계 없이 한 바퀴를 돌고, 그 감흥을 바탕으로 다음날 다시 한 바퀴를 돌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두껍게 본 탓에 사원 각자의 멋이 다 다르게 느껴졌다.
앙코르 유적은 어느 시간에 방문하냐에 따라 해가 비추는 색이 달라져 그 인상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정말 시간이 멈춘 것 처럼 좋았던 사원은 프놈 복, 박세이 참크롱, 피메아나카스, 프레 룹, 반테이 스레이, 그리고 바이욘.
프레아 코 (Preah Ko, 879)
롤루오스 유적군의 사원 중 하나인 프레아 코는 가장 먼저 생겼다지만 가장 나중에 방문하게 되었다. 왕의 부모, 외부모, 선대 왕의 부부 등 6인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사원이라 한다. 6개의 탑에서 효심이 느껴진다.
초기엔 이렇게 계단이 멀쩡했구나.. 후기에 가서는 너무 좁고 가파르고, 곡선의 멋이 전혀 없다.
성스러운 소 동상이 사원을 바라보고 있다.
천년 전의 모습이 궁금하다.
6개의 탑.
해가 비추는 사원의 모습이 정말 좋았다. 천년이 넘는 매일을 이렇게 보냈겠지.
바콩 (Bakong, 881)
옛날의 이 바콩 사원은 롤루오스 도시의 중심에 위치했었다 한다. 총 5층의 사원으로 그 규모가 무지하게 컸다.
멀리 보이는 사원.
어떤 종교의 행사인지 알 수 없었으나, 엄청나게 긴 행렬의 흰 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두드리며 사원을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물어보니 인도 계열 종교라는데 불교인건지, 다른 종교인건지.
다른 사원들과 다르게 매 층 모서리에 서있는 동물의 상이 온전했다.
밖에서 보이는 것보다 오르는 높이가 거대해, 옛 명성을 상상하게 되었다.
롤레이 (Lolei, 893)
야소바르만 1세가 아버지에게 헌정한 힌두 사원이며, 롤루오스 도시 전체에 물을 공급했던 수원지라 한다.
사원 중앙에 있는 링가. 남성의 성기를 상징하는 링가와 여성의 성기를 상징하는 요니는 심심치 않게 사원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옛 사람들이란~
프놈 복 (Phnom Bok)
씨엠립은 정말 평야 그 자체였다. 그런 평야에 몇 개의 언덕이 있는데, 이 프놈 복이 그 언덕 중 하나 위에 위치해있다. 시내에서 20km가 넘게 떨어져 있어 스쿠터를 빌려 가려 했지만, 툭툭을 타고 위의 롤루오스 유적군, 반테이 스라이, 반테이 삼레와 함께 묶어 방문.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천국의 계단이구나.. 엄청나게 오르기 시작..
20분쯤 걸었을 때 나타난 정상의 사원. 폐허였다.
어디에 붙어있었는 지 알 수 없는 조각을 밟고 지나가야 한다.
현재도 꾸준히 무너져 가는 안타까운 역사를 바라보며.
언덕에서 바라본 씨엠립 전경.
프놈 바켕 (Phnom Bakheng, 907)
앙코르 와트와 가까이 위치한 프놈 바켕 역시 언덕 위에 지어졌다. 덕분에 일몰 관람 장소로 유명세가 있다. (물론, 출입 가능 시간도 한 몫 했다. 다른 사원은 대다수 5시 반에 닫는데 이 곳은 7시쯤. 달걀과 닭의 문제 같긴 하지만.)
프놈 바켕에 올라오니 저 멀리 앙코르 와트가 보인다. 앙코르 와트를 위에서 내려다 보는 거의 유일한 곳이 아닐까.
프라삿 크라반 (Prasat Kravan, 921)
작은 힌두교 사원. 반테이 크데이를 보고 앙코르 와트로 다시 돌아가는 길에 들렀다. 그 규모가 작은 데도 석양 때문인지, 사원 자체가 가진 힘때문인지 꽤나 우아하게 느껴졌다.
5개의 탑이 전부이다.
사원 내부.
박세이 참크롱 (Baksei Chamkrong, 947)
앙코르 톰 남문 앞 숲길에 있는 사원. 정방형의 사원이 전부이지만, 힘겹게 올라가 그 위에서 즐기는 숲 바람이 좋았다.
보기와 다르게 무척이나 높고 가파르다.
계단의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아 네 발로 올라야 했다.
이스트 메본 (East Mebon, 952)
이상하리만치 제일 감흥이 없었던 사원.
피메아나카스 (Phimeanakas)
바푸욘 사원을 보고 숲길을 따라 돌아가다 만나게 되는데, 그 광경이 정말 아름답게 느껴졌다. 왕이 머리가 9개 달린 뱀 여인과 동침을 한 곳이라 한다.
아쉽게도 올라갈 수는 없었다. 밤마다 저 계단을 올랐을 왕과 뱀 여인을 상상했다.
아스라히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광경이 마치 동화 같았다.
프레 룹 (Pre Rup, 961)
화장을 하고 장례식을 거행한 사원이라 한다. 3층 계단식의 사원임에도 그 높이가 무지 높았다. 이전엔 이 곳에서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은데, 툭툭 기사님들이 말하길 지금은 둘 다 불가하다 했다. 진실은 저 너머에.
나중에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들어보니 가파르지 않게 올라가는 나무 계단도 있었던 것 같은데, 너무 돌계단으로 걸어버렸나..
사진에 잘 담기진 않았지만 동서남북으로 탁 트인 시야가 절경이었다.
스라 스랑 (Srah Srang)
예전엔 왕의 목욕장이었다 한다.
연못 가운데 사원같은게 서있다고 생각했는데 후에 찾아보니 그냥 계단인듯.
반테이 스레이 (Banteay Srei, 967)
혹자는 크메르 건축의 보석으로 부른다 한다. 다른 사원들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프랑스 소설가 앙드레 말로는 이 곳의 여신상에 반해 밀반출을 시도하다 체포되었다 한다. 다른 것보다도 그 어떤 사원보다 상세한 설명판과 전시실이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가장 체계적으로 구성된 사원이었다.
정말 보고싶었던 세계사와의 연대표 비교. 그리고 사원 자체에 대한 설명.
사원 바깥엔 이 곳에서 출토된 유물에 대한 간단한 전시실이 있었다.
아까 언급했던 링가와
요니.
타 케오 (Ta Keo, 975)
처음으로 녹색 사암을 사용해 기술자들이 조각을 넣지 못했다 한다.
씨엠립엔 정말 들개가 많다. 다른 한국분들에게 들어보니 씨엠립 들개는 치앙마이 들개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라고..
바푸온 (Baphuon, 1060)
왕비가 태국의 왕으로부터 아들을 살리기 위해 이 사원에 숨겼었다 한다. 단순히 아들만을 숨기기 위해 사용했다기엔 너무 아름답게 느껴졌다.
다른 사원들과 달리 입구에서 사원까지 긴 육교가 설치되어 있다. 그래서 분위기가 남달랐나보다.
육교와 주변엔 무척 많은 원숭이가 있었다.. 이 녀석 내 핸드폰 줄을 잡고 매달려 놓질 않아 땀을 뺐는데, 어떤 캄보디아 아저씨가 발차기를해 처치해주셨다. 발로 직접 차신 건 아니고 차는 척을 하니 원숭이가 지레 겁을 먹고 도망쳤다.
복도가 온전히 남아있었는데, 그 곡선이 무척 우아했다.
다음 사원으로 가기 위해 삥~ 돌아가려는데, 저 멀리 개구멍으로 사람들이 오가는 것을 발견. 나도 저리를 넘어 피메아나카스로 넘어갔다.
반테이 삼레 (Banteay Samre)
앙코르 와트와 유사한 건축 양식으로 지어졌다 한다. 앙코르 와트와 유사한 양식인데 좁은 부지에 대단한 양의 건물이 들어서다 보니 무척이나 옹기종기한 분위기였다.
티켓 검사를 하고 사원 입구로 향하는 길. 사원 어딜 가도 우측에 있는 것 같은 기념품 샵 직원들이 나와 호객을 시작한다.
옹기종기하다는 건 이렇게 입구가 나란히 붙어있는 건물에서 유난히 느껴졌던 것 같다.
여기도 시내에서 약 20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사람이 없고 무척 한적했다.
어느 사원에서도 난간은 뱀의 신인 나가의 형상을 하고있다. 덕분에 어디에서도 난간에 기대 앉지 말라는 표시판이.
몸을 잃어버린 발, 창을 잃어버린 창살.
앙코르 와트 (Angkor Wat)
씨엠립에서 가장 웅장하고 보존 상태가 좋은 사원. 숲에 묻혀 잠자던 이 곳을 깨운 그 시절의 분위기가 궁금하다. 씨엠립에 머무는 매일을 방문했다. 앙코르 와트는 해자와 숲으로 둘러쌓여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그 견고하고 거대한 크기에 비해 외부에서는 그 안에 웅장한 사원이 있다고 상상할 수 없다는 점이 신기했다.
앙코르와트로 들어와 바라본 입구쪽 전경. 이전엔 이 풀밭이 목조 건물로 가득차 있었다 한다.
몇꺼풀을 반복해 점점 더 중앙 층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중간에 만나는 홀에 앉아 시간을 구경하기도 했다. 이전엔 저기에 물이 차있었을거라 추정한다 했다. 마지막 날엔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이곳에 앉아 삼십분 정도 졸았는데, 그 시간이 꽤나 황홀하고 행복했다.
우유바다 휘젓기가 그려진 회랑.
앙코르 와트 바닥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구멍들. 목조 건물을 고정시키기 위한 용도였을 거라 한다.
햇살이 아름다웠다. 천년이 넘게 반복되었을 햇살.
3층으로 올라간다. 높이가 가파르다.
14개의 양산과 5개의 부채가 올라가 있어 알아챌 수 있는 수리야바르만 2세의 모습.
4일을 내내 봤는데도 점점 더 압사라가 호감이 되어간다. 정말 유쾌해.
화양연화의 촬영지를 찾아 헤매다 결국 발견. 아쉽게도 노후화가 심해 내부는 들어갈 수 없었다.
자연적으로 떨어졌는지 베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듣기로는 태국인들에게 침략당했을 때 동상들의 머리가 많이 베어졌다고.
원래의 색이 상상되지 않는다. 과거의 앙코르 와트는 어떤 색감의 건물이었을까.
마지막 날 일출 타임랩스를 위해.
타 프롬 (Ta Prohm, 1186)
툼레이더를 촬영했다는 타 프롬은 앙코르 와트 다음으로 관광객이 많다. 사원 자체의 구조도 꽤나 흥미로웠는데, 붕괴되는 사원을 감싼 스포안 나무 덕분에 사람들이 더 모이는 느낌이었다. 사원에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느낌이랄까..
커다란 나무 앞에서.
타 프롬엔 특히나 웨딩 촬영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 곳에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걸까.
굴러온 돌의 박힌 돌 빼기.
프레아 칸 (Prea Khan, 1191)
어쩌면 그 붕괴의 모습에 가장 마음이 쓰이던 사원이 아닐까 싶다. 인적이 드물어 그 공허함이 더했다.
지붕이 떨어져나와 추락해 버렸다.
대부분의 건물 내부엔 추락한 돌무더기가 가득했다.
원래는 이런 모습이었을까.
반테이 크데이 (Banteay Kdei)
신기하리만치 반테이 크데이의 인상도 그저 그랬다. 뇌리에 박힌 기억이 희미하다.
네악 페안 (Neak Pean)
Jayatataka Baray라는 인공 호수 한가운데 섬처럼 서있다.
한강 공원을 걷는 기분이었다.
인공 호수 안에 있는 사원 안에 있는 인공 호수 안에 있는 사원이라니!
타 네이 (Ta Nei)
프렌치 댐을 가보고 싶어서 가는 길에 우연찮게 만난 사원. 이번에 방문한 사원 중 가장 사람이 적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그 무너짐의 정도가 더해보였다.
타 솜 (Ta Som)
프레아 칸에서 네악 페안을 지나 프레 룹으로 지나가는 길에 들리게 된 사원. 마찬가지로 감흥은 적었다.
가파르고 좁은 계단 정말 못말려!
바이욘 (Bayon, 1200)
앙코르 톰의 중심에 위치한 사원. 정말 그 분위기와 크기와 구조와 모양새가 대단하다! 4면에 얼굴이 새겨진 탑들이 높게 솟아있는데 그 위엄이 어마무시했다. 이상하게도 그 느낌이 좋아 자전거로 바이욘 사원 둘레를 몇 바퀴 돌기도 했다.
저 탑들이 모두 4면에 얼굴이 새겨진 탑들이다!
내부는 꽤나 미로같다. 다른 사원은 그 구조가 심플하게 느껴져 길을 찾는데 어려움이 없었는데, 바이욘 사원은 까딱하다간 길을 잃기 십상이었다.
탑 내부의 모습. 으.. 박쥐 똥 냄새 PTSD가 올 것 같다. 어느 사원이건 이런 탑 내부엔 박쥐 똥 냄새가 어마무시 했다.
바이욘 사원은 긴 회랑에 새겨진 힌두교 신화나 서민의 생활상으로 유명하다 한다. 아는게 많았다면 더 잘 보였을텐데.
앙코르 톰의 네 개의 문 (Angkor Thom Gates)
앙코르 톰은 왕도를 요새화하기 위해 앙코르 와트 시대를 저물고, 새로 지은 성이라 한다. 다섯 개의 성문이 있다 하는데 동서남북문만 가보게 되었다. 북문은 자전거를 타고 지나치느라 사진은 생략.
앙코르 와트와 가까워 가장 통행량이 많은 남문.
나기 난간에 우유바다를 휘젓는 이들이 줄지어 서있다.
빅토리 게이트라 불리는 동문.
공사중인 서문.
문둥왕 테라스 (Leper King Terrace)
테라스 위에 올라와 바라본 아래.
미로에 수많은 부조가 새겨져 있다.
코끼리 테라스 (Elephant Terrace)
옛날엔 이 곳에서 왕을 위한 행진이며 행사가 열렸다는데, 300m쯤 되는 이 거대한 테라스에서의 과거를 상상했다.
프라삿 수오르 프랏 탑 (Prasat Suor Prat Towers)
코끼리 테라스 반대편에 있는 저 탑 꼭대기에 줄을 연결해 줄타기를 하고 왕이 그걸 구경했다고.
반테이 프레이 (Banteay Prei)
프레아 칸에서 네악 포안으로 향하는 길에 들렸다. 감흥이…
프렌치 댐
대단한 댐을 기대 했는데 아쉽게도 역시나..
댐으로 향하는 길이 무척 험했다. 모래밭, 숲길을 헤쳐야해 자전거로 다니기가 대단히 힘들었다. 게다가 오가는 인적이 없어 뱀을 만날까봐 마음을 졸였다.
시엠립주강을 가로지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