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놈펜 / Phnom Penh
12월 27일부터 12월 28일까지 1박 2일동안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있었다.
앙코르와트가 있는 씨엠립에 가기 전에 잠시 들리는 일정이지만, 캄보디아라는 나라에 대해서 좀 알게된 시간이었달까. 엄청나게 걱정했던 것에 비해선 안전하게 잘 보냈다.
캄보디아의 수도가 프놈펜이라는 사실 역시 아직도 어색한데, 이전에 CityCraft를 하며 지형지도를 계속 봐왔던 도시기에 뭔가 굉장히 낯익기도 하면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가 있는 곳이었다.
베트남 국경인 목바이 출입국 사무소. 버스 회사에서 제공하는 비자 서비스를 이용해 편하게 출국할 수 있었다.
버스에서 내린동안 잠시. 야심차게 바깥 구경을 하며 갈 생각에 들떠 있었는데, 내 자리가 딱 저렇게 테이프와 박스로 막혀있었다. 사고가 났었는지 유리가 없는듯 했다. 운이여~
캄보디아 이미그레이션 카드를 받았다. 40불짜리.
캄보디아 국경 바벳 검문소로 가는 길. 캄보디아 출입국 프로세스는 정말 놀라웠다. 파고다 공원에 테이블 몇 개 깔아놓고 비자 장사를 하는 느낌이었다.
Tsubasa Bridge. 드디어 메콩강을 건넌다.
캄보디아로 넘어와서부터 무지하게 많이 보이는 붉은 Ganzberg 간판. 모든 음식점마다 다 붙어있는 듯 했다. 검색해보니 Ganzberg라는 맥주 회사에서 몇년 전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전국에 입간판을 뿌렸다 한다. 나중에 맥주를 사서 마셔봤는데 맛이 영..
프놈펜 시내에 입성. 왕복 2차선 도로에서 차선에 아랑곳 하지 않고 추월을 밥먹듯 하던 기사 아저씨의 핸들이 멈춰버렸다.
툭툭 기사들의 호객을 뿌리치고 호텔로 걷기 시작. 원래 그냥 탈까도 했는데, 도착한 시간이 4시 쯤으로 애매해 호텔에 가는 길에 있는 박물관에 들려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프놈펜의 첫 인상은 교통체증이었다. 베트남보다 더 한 무질서와 매연. 알파벳을 읽을 수 없는 나라에 왔다는게 정말 실감났다.
종종 걸음으로 도착한 곳은 뚜얼슬렝 대학살 박물관. 폐장 30분을 남기고 도착.
1960~70년대에 캄보디아에서 일어난 대학살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박물관. 원래는 학교였던 곳을 개조해 수용소로 만들었다 했다. 이전에는 체조대로 쓰이던 철봉을 고문도구로 사용하고..
만명에서 이만명 사이의 사람들이 이 곳에 어이가 없는 이유로 갇혔지만 생존한 이는 고작 12명이라 한다. 수감되었던 이들의 증명사진, 시체의 사진, 해골이 수용소 방들 가득 전시되어 있었다.
총 4개의 동이 있는데 구조는 거진 동일했다. 건물의 양 끝마다 있는 계단.
벽돌로 만들어진 수용 공간.
나무로 만들어진 곳도 있었다.
잔인함에 마음이 울렁이며 관람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이 공간을 발굴하고 관리하고 연구하는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호텔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더 만족스러운 호텔.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 구 Kinin 현 kumbhaka The Sleeping Giant. 평이 좋아 왔는데, 좋을만 하다.
우선 생맥 한 잔!
무척 가보고싶던 Stone Head brewery taproom이 거리가 좀 있어, 여기서 대신 맛봐보기로 한다. 태국에 가서 제대로 즐겨야지.
Pastis Pasta. Pastis와 치즈의 조합도 좋았는데, 저 생 후추가 너무나도 충격이었다. 처음엔 해초인줄 알았는데, 여쭤보니 green pepper라고. 와! 정말 잘어울려!
후식으로 망고 스티키라이스까지. 완벽한 식사.
식후주로 궁금했던 pastis 를 시켜봤다. 역시나 듣던대로 물에 희석되어 나온다. 맛은 정말 정향 그 자체..!
호텔로 돌아가기 전 동네를 잠시 산책했다. 편의점 체인 이름이 smile이라니. 귀엽다. 전체 유리에 반투명 광고가 붙어있지 않은 느낌이 굉장히 오랜만이다. 이젠 한국에선 보기 힘든 광경.
결국 앙코르 마트에서 군것질 거리를 사기로 했다. 생선이 너무 디테일하게 그려져있는 과자.
미고랭맛이라니!
어디서부터 여기까지 오게된 것인지 알 수 없는 우편 박스.
캄보디아 맥주를 종류 별로 사봤다! 이날 다 마시지 않고 다음날 체크아웃 전까지 알차게 마셨다. 내 입맛엔 Cambodia draft 랑 angkor 가 제일 잘 맞는 것 같다. 아 참고로, 330ml 병맥 가격은 대략 0.75불정도.
캄보디아는 자국 화폐인 리엘과 미국 달러를 섞어 사용하고 있다. 1달러가 4000리엘쯤. 위조 달러가 많아 돈을 주고 받을 때마다 신경이 곤두선다. 부디 캄보디아에서 지내는 동안 아무 일도 없기를!
조식은 호텔 1층 카페 겸 레스토랑에서 진행된다. 캄보디아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디자인과 실내 분위기. 실제로 브런치 집으로 유명하다 한다.
뷔페식이 아닌 컨티넨탈 식이라, 메뉴에서 원하는 음료 하나와 음식 하나를 주문하라 했다. 이 집의 시그니처라는 아보카도 라떼. 충격적인 맛. 그런데 아보카도와 라떼가 생각보다 꽤 잘 어울리는..
팬케익이나 샌드위치를 시킬까 고민하다 결국 크메르 전통식인 lok lak을 주문했다. 우리들에겐 급식 찹스테이크와 거진 비슷하게 느껴지지만, 오른쪽 상단의 시고 짜고 단 소스 때문에 여기가 캄보디아란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조식을 먹고 방으로 돌아와 체크아웃 타임까지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다. 듣고 싶은 음악을 틀어놓고 전날의 프놈펜 여행기를 마무리했다. 냉장고에 넣어뒀던 맥주도 마무리했다. 어젯 밤과는 다르게 따가운 햇살에 에어컨을 풀로 틀었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툭툭을 불렀다. 생애 첫 툭툭. 가격은 1~2 달러 정도.
일단 가고 싶은 곳 중 호텔에서 가장 먼 곳부터 둘러보기로. 왓 프놈에 올랐다. 외국인은 1달러 내국인은 무료인 덕분인지, 절이 가진 힘때문인지 예불을 드리러 오는 현지인이 갑절 많았다.
법당 안은 무지 바빠 보였다.
이 분이 바로 이 사원을 만드셨다는 펜 할머니. 프놈펜 이름의 유래이기도 한 분. 이 곳 말고도 사원 곳곳에 펜 할머니의 동상이 있었다.
신년 맞이인건지, 뭔가 다들 소원을 빌며 소원지를 태우기도 했다.
스투파를 바라보며.
사원에서 만난 충격적인 새.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큰 코뿔새라 한다. 걷거나 뛰고 나는 모습이 새가 아니라 공룡 같았다. 무척이나 딱딱해보이고 괴이한 모습의 머리와 부리도 굉장히 생경했다.
발걸음을 옮겨 나이트 마켓쪽으로. 캄보디아에서 타이거 맥주 광고판은 상대적으로 무척이나 세련되어 보인다. 여튼 나이트 마켓은 듣던대로 모든 샵이 문을 걸어 잠근 상태였다.
정신없는 시가지를 걷는다.
베트남에서도, 이 곳에서도, 오토바이와 툭툭은 밥줄이자, 발이자, 쉼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시장을 지나쳤는데, 비위가 많이 약해졌다. 상온에 내놓은 채 잘 관리되지 않는 고기들과 생선들을 보니 없던 입맛이 뚝 떨어지는 느낌.
이들을 가난하게 만드는 요인이 무엇일지를 계속 생각했다. 너무 더운 나라라서, 여러 측면에서 어려운 것인지, 국민성의 문제인지, 리더쉽의 문제인지.
어쨌거나 좀 더 걸어 왓 온날라옴에 도착했다.
너무 화려한 외관에 장사에 집중하는 절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무지하게 고요하고 조용한 절이었다.
그냥 지나치려는 걸, 절에서 일하는 어떤 아저씨께서 내부에 꼭 들어가라 하신 덕분에 들어와 버렸다. 특별한 건 없지만 외부의 소리와 차단된 고요함이 좋았다.
좀 더 걸어 캄보디아 박물관에 도착했다.
건축물이 정말 아름다웠다. 특히나 내부 중정에서 바라보는 건축물이 정말 장관.
내부 촬영이 금지되었다 알고 있는데, 모두가 사진과 비디오를 찍고 있고 그걸 바라보는 시큐리티도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요령껏 심금을 울린 작품들만 찍어봤다. 크메르 양식은 진짜 유희가 장난 없는 듯.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나온다.
나비처럼 올라 불꽃처럼 떨어지려 한다.
이번 관람에서 가장 좋았던 작품. 손실로 인한 미완성의 느낌이 되려 작품을 더 풍성하게 만든느 느낌이었다.
이제 자리를 옮겨 프놈펜 왕궁으로.
저 뒤편엔 현 국왕이 살고 있다고.
신화 속에 등장하는 뱀이라는 나가. 캄보디아 어느 유적지에 가도 항상 계단 위에서 보이는 것 같다.
실버 파고다에 입장했다. 왕궁과는 비슷한듯 다르게 보이는 구조와 색감에 살짝 놀랐다. 마치 다른 세계에 입장한 듯.
실버 파고다를 감싼 회랑에 힌두 벽화가 그려져있다. 처음보는 힌두 벽화가 신기했다. 내용을 알면 더 잘 즐겼을텐데.
실버 파고다 내부엔 여러 스투파와 건물로 가득 차 있다. 다 유명한 사람을 기리는 거겠지..!
캄보디아의 지붕 양식이 무척 궁금했다. 실제로 두겹으로 얹은건지, 착시로 두 겹으로 보이게 만든건지 궁금했다.
한 쪽에 앙코르와트의 축소 모델이 있던데, 이유가 궁금했다. 아니 왜 여기에..?
파고다 안에 인공 산까지 조성하다니, 정말 스케일 멋져~
아쉽게도 많은 곳들이 리노베이션 중이라 들어가볼 수 없었지만..
툭툭 호객으로부터 잠시 동안 해방되었던 왕궁과 실버파고다를 떠난다.
리버사이드로 나왔다.
비둘기와 비위를 약하게 만드는 노포의 풍년이었다.
메콩강을 보고 싶어 선셋 보트를 예약했다. 탑승 시간을 기다리며 어디에 다녀오기엔 시간이 애매해, 근처 호텔 1층에 있는 맥주집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샘플러를 주문했는데 게스트 비어 한 잔을 서비스로 주셨다. 아이러니하게도 게스트 비어가 제일 맛있었던…
드디어 탑승. 계산 때문에 시간이 걸려 조금 늦었더니, 보트가 만석이었다.
하지만 혼 여행의 맛을 살려, 갑판 위에 덩그러니 놓인 체어 하나를 차지했다.
식사나 드링크가 포함된 패키지 대신, 기본 승선권에 추가로 맥주를 하나 시켰다. Indochina라는 이름에 끌렸는데, 아니 이게 바로 그 kingdom brewery의 맥주였다! 망한 회사인줄 알았는데 아직 영업 하는구나..
프놈펜의 스카이라인. 10년, 20년 뒤에 이 도시는 어떻게 변해있을까. 톤레삽강과 메콩강이 합쳐져 다시 메콩강의 줄기로 흐르는 장관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메콩강을 보는게 이번 여행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추억 속에 메콩강이 어떤 강으로 자리잡았었기에 그랬었나.. 잘 모르겠다.
저녁을 먹을만한 곳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동남아의 야시장은 으 정말 좋지 않은 의미로 괴로워!
캐비넷의 식재료와 음식들, 플라스틱 식기들 등 여러모로 괴롭다.
낮에 오지 못한 독립기념문을 찾았다. 노로돔 시아누크 왕의 동상도 함께 구경.
프놈펜의 홍대라는 Bassac street으로 왔다. 끌리는 펍은 없었다.
정말 1도 못읽겠다.
수요일은 정기 휴일이라는 러시아 마켓. 호텔 근처였음에도 결국 마켓 자체 구경은 못했지만
마켓을 둘러싸고 열린 야시장을 구경했다.
저녁으로 드디어 아목을 먹는다. 무척 불안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코코넛 생선 치킨 샐러드 카레였다.
후식으로 망고 스티키라이스까지~
호텔에서 체크아웃한 뒤 riel brewing taproom으로 이동. 버스 탑승 전까지 이 곳에서 알차게 시간을 보낼 예정.
라즈베리 맥주는 산뜻하고 시큼했다.
Hazy IPA 색감과 거품 보소.. 정말 맛있었다. 아쉬움을 뒤로한채 툭툭을 타고 터미널로 향했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 터미널 앞에 열린 프놈펜 야시장. 아니 누가 금토일만 한다 했나요! 수요일에도 성업중이었습니다. 그나저나 캄보디아 사람들은 포차에서 음식을 포장해 테이블 대신 이런 카펫에서 먹는다고..
하지만 메이드 인 타일랜드.
밤 10:30에 출발하는 슬리핑 버스를 타고 고대 도시 씨엠립으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