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tangirua Pinnacles, Cape Palliser in New Zealand
아침에 일어나니 해가 쨍했다. 일기예보엔 비가 온다 되어있어 걱정했는데. 어제 못간 트래킹 코스에 다녀왔다.
조식을 먹으며 창밖을 보니 마켓이 열려있었다. 드디어 오늘이구나.
처음으로 하버프론트에 나가본다.
물가 파악을 시작했다.
키위국답게 일반키위는 키로당 3200원!
며칠간의 레스토랑 탐방 끝에 알게된 사실은, 아쉽게도 고수 청정 지역은 아니라는 것..
아보카도가 저렴해 한번쯤 사먹으려 했지만 조식에서 나오기도 하고, 회사 키친에도 있어 쉽게 손이 가질 않는다.
마켓탐방을 마치고 웰링턴을 떠난다.
어젯밤 꽤나 골머리를 쓴 2번 도로에 다시 왔다. 낮에 오르는 데도 심란했다. 사실 구불구불한 정도야 카트라이더로 단련된 실력으로 커버 가능했지만.. 왕복 2차로를 사람들이 속도를 줄이지 않고 오르다 보니 눈칫밥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잠시 내려 2번 도로를 구경한 곳은 Rimutaka crossing lookout. 세계1차대전 당시 참전하는 군인들이 이 도로를 도보로 건넜다 한다.
다시 길을 달린다. Martinborough 의 와이너리에도 들리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이 없다! 포도밭과 올리브밭을 구경하며 달렸다.
한참을 달려 드디어 바다를 만났다. 에메랄드빛 바다라니.. 웰링턴 바다도 비슷한 색이지만 더 짙은 에메랄드 빛에 사뭇 감동을 먹어버렸다. 구름에 가려 수묵화처럼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육지의 모습도 너무 아름다웠다.
오늘의 목적지인 Putangirua Pinnacles에 도착했다. 차를 세웠는데, 막상 어떻게 트래킹을 가야하는지 안내판이 없어 당황했다. 너른 벌판에 자갈밭이 수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냥 무작정 주차한 곳과 반대로 물줄기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젖어있는 강바닥을 보자니, 후두(Hoodoo)라는 지형이 어떻게 생겼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수없이 많은 반지의 제왕 촬영지 중 하나라는 이 곳. 이 깊은 데까지 올라온 촬영 스탭들과 말들에게 박수를.
딱딱한 자갈과 부드러운 흙이 굳어가며 솟아올라 만들어진 지형이라 한다.
부드러운 흙부분은 아직도 물렁해서 손으로 만지면 쉽게 부셔져 버린다. 그래서인지.. 오르다 이따금씩 하늘에서 떨어지는 자갈에 맞곤 했는데, 이때 정말 등골이 오싹해진 것 같다. 어제 비바람을 무릅쓰고 왔다면.. 상상만해도 아찔하다. 기상상황이 좋지 않을 땐 절대 객기를 부리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무척 거대한데 생각보다 거대함이 담기지 않는 느낌이군..
저 멀리 보이는 언니들의 도움으로 안전한 곳까지만 발길을 옮길 수 있었다.
자갈과 모래가 섞여있어 잘못 밟으면 그냥 움푹 빠져버리기 십상이다. 커다란 돌마저도 고정되어 있지 않기도 해서 계속 확인하며 밟아야 했다.
후두의 바닥. 지금도 여전히 변화하고 있는 모습이 경이로웠다.
돌길만 걷다가 잠깐 만난 숲길이 왜이리 반갑던지.. 전망대에 오르면 후두 전경을 볼 수 있다는데, 시간이 촉박해 그냥 내려와야했다. 못내 아쉽다.
부랴부랴 온 곳은 북섬의 최남단 Cape Palliser. 등대가 있었는데.. 물개 구경하다 오르는걸 깜빡해버렸다. 가까이 오라 손짓할수록 자꾸만 도망가버리는 녀석들…
물개와 나.
더 오래 머물고 싶었지만 일몰 시간을 계산하며 자리를 떴다. 다시 2번 도로를 타고 웰링턴으로 떠나야 했기에..
좌측엔 에메랄드빛 바다를, 우측엔 넓은 언덕에 방목되는 가축들을 구경하며 달리는 드라이브란.
시내로 돌아와 아슬아슬하게 남아있던 기름을 채우고, 위스콘신 버거에서 저녁을 포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