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자레, 포르투갈 / Nazare, Portugal
나자레를 일정에 넣은 것은 나름의 모험이었다. 대단한 관광도시는 아니지만 하루쯤은 해수욕을 하며 물멍을 때리고 싶었다. 그런 날이 하루쯤은 되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나자레는 생각한 대로 아담한 도시였다. 골목골목이 아름다운 건 덤.
호텔 주인의 배려로 일찍 체크인을 했다. 민소매와 수영바지로 갈아입고, 목에는 물안경을 끼고, 카메라 없이 가방 없이 편한 마음으로 돌아다녔다.
나자레의 비치가 세계에서 가장 긴 비치라는데, 정말일까? 아직까지는 해운대 느낌이지만.
비치의 한쪽 면을 가로막고있는 기암절벽이 장관이다. 사진에 그 규모가 잘 담기지 않는게 아쉬울 따름.
푸니쿨라를 타고 기암괴석을 따라 올라간다.
점점 멀어지는 나자레 시내.
위에서 바라본 전망. 물이 찬데도 아직 해수욕을 즐기는 이들이 많았다.
점심으로 해물죽을 먹었다. 이야.. 프랑스의 부야베스도 이런 맛이었을까? 정말 맛있게 먹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침이 고이네.. 양이 많은데 쉐어할 이가 없어 아쉬웠다. 죽 위에 날달걀을 얹어 내가 보는 앞에서 섞어주는데 왜 샤브샤브집 마무리죽이 생각나던지..
언덕 위 마을을 구경했다. 오래된 건물들이 많았다.
그리고선 한참을 절벽을 따라 걸었다. 지금은 상상되지 않지만 이 곳에 정말 대단한 크기의 파도가 일곤 한다 한다. 그때마다 대단한 서핑 대회가 열린다고.
올 때는 푸니쿨라를 탔지만 내려갈 땐 걸었다. 나자레의 명물 그네에 앉아 시내를 바라보며 한참을 탔다.
이제 해수욕의 시간! 비치로 가는 길에 라임맛 sumol을 샀다.
신나게 파도를 타다가 추워질 때쯤 나와, 책도 읽고 누워서 잠도 쿨쿨 자기를 반복했다. 비치를 즐기는 사람들. 휴대폰 없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세상과의 단절이 아니라 세상과 연결되는 기분이었달까. 간식으로 해변가 간이 매점에서 도넛을 사와 찹찹 먹었다.
석양을 보다가 자리를 털었다. 오후 내내 뜨거운 햇빛 아래 있었더니만, 엄청 타버렸다.
갈매기가 무척 많았다. 덕분에 갈매기 발자국 구경도 했다.
저녁을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다, 엄청난 고소한 냄새의 테이크아웃 전문점을 발견하고 수프를 포장해왔다. 그나저나.. 전자제품 케이블 파우치를 리스본에 두고온 것 같았다ㅠㅠ 내게 남은 전력량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충전할 수 있는것, 새로 구입해 충전할 수 있는것. 맥북은 아무래도 아껴쎠야 할 것 같다.
이 날은 하루종일 바다에 깊이 던져버리라는 서래의 말을 반복해 생각했다. 덕분에 근사한 플레이리스트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나자레를 떠나는 날. 체크아웃까지 시간이 남아 바닷가를 산책했다. 아직 오전이라 햇살이 따갑지 않고 좋았다. 대전에 돌아가서도 종종 이렇게 햇살 아래 커피타임을 가저야 겠단 생각을 했다.
해안가를 가득 채운 비린내의 소스를 찾았다. 생선을 말리는 덕장과 판매 매대 줄이 길게 서있었다.
붐비지만 편안했던 이 곳에서의 1박 2일을 오래 간직할 것만 같았다.
다시 등짐을 메고 다음 도시로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