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트라, 콜라레스, 카스카이스, 포르투갈 / Sintra, Colares, Cascais, Portugal
리스본 서쪽에 윙치한 신트라, 콜라레스, 카스카이스에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다. 일찍 일어나는 새처럼 일어나 하루를 보냈다. 계획과 무계획이 아름답게 공존하는 하루였다.
기차를 타고 이동했다. 신트라로 향하는 기차에서 나와는 반대방향으로 기차를 타는 이들을 보며, 리스본이 한 나라의 수도라는 사실을 다시 지각했다. 삶을 이고 있는 사람들.
첫 행선지로 페나 왕궁을 선택했다. 정오만 지나도 웨이팅이 장난 없다고 들었는데, 10시 타임에 맞춰 갔음에도 웨이팅이 길어 한참이 지나서야 입장할 수 있었다.
1854년에 세워졌다는 비교적 얼마 안된 페나성은 그 색도 형태도 무척이나 과한데 신기하게 아름답다. 신트라 산맥 위에 우뚝 서있어 그 풍광이 배가되는 듯. 부모님을 모시고 오고싶단 생각을 했다. 이 성까지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말을 타고 다녔을 시대를 상상했다. 자갈길을 밟는 말발굽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무엇 하나 쉽게 조각하는 법이 없는 사람들. 괴이한데 묘하게 아름답다.
성 뒤로 끝없이 펼쳐진 대서양이 보인다.
아침 유적지 공기의 냄새와 온도가 좋았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바다와 성을 번갈아 바라봤다.
성벽을 둘러 걸어볼 수 있었다.
성 내부를 관람했다. 다이닝룸. 의자가 좁고 작다. 체구를 상상했다.
중정.
돌출된 테라스에 위치한 테이블을 보며, 뷰를 즐길줄 아는 이들이었단 생각을 했다.
절벽을 그대로 살려 세워진 성. 대단해 정말~
무어 성으로 이동하는 중. 버스 대신 정원을 가로질러 걸어가보기로 했다. 고요한 숲의 소리도 햇살도 좋았다.
한참을 걸어 무어성에 도착했다. 성을 쌓아야만 하는 인간의 본능에 대해 생각했다.
그 옛날의 무어인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 성을 지은걸까.
성벽을 따라 올랐다. 반복되는 계단에 어질어질했지만 바람이 시원해 참을만 했다.
버스를 타고 신트라 시내로 이동. 원데이 티켓을 샀지만 사람이 많아 몇 대를 보내고서야 탈 수 있었다.
점심으로 수제 맥주와 스테이크 샌드위치를. 빵에 발린 홀그레인머스타드가 킥이었다. 맛있게 해치웠다.
테이블 옆에 곱게 핀 꽃덩굴이 아름다웠다. 맥주를 마셔서였나.
정신을 차리고 신트라 궁전으로 향했다.
무어인부터 포르투갈 왕족까지 여러 세대를 거쳐갔다는 곳. 덕분에 곳곳에 이국적인 무어양식을 구경할 수 있었다.
신트라를 빠져나와 버스를 타고 콜라레스로 향했다.
대서양에 발을 담갔다.
한참 시간을 보내다 다시 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간다.
옛 사람들이 세상의 끝이라 믿었다는 유럽대륙 서남단 호카곶에 도착했다.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생각했다. 아일랜드 둘린과는 다른 온도의 끝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까 콜라레스에서 사온 와인을 뜯어 홀짝였다. 환상적이야!
윤슬이 아름다웠다. 제주도와 비슷하다면 비슷하지만 스토리가 더해지니 더 아름다웠던걸까. 역시 스토리인가. 석양까지 기다릴까 싶었지만, 돌아가는 차시간이 걱정되어 발길을 돌렸다.
리스본으로 돌아가기 전 카스카이스에 들렀다. 그런데.. 뜻밖의 카스카이스 락페행. 며칠동안 지속되는 큰 축제가 열리고 있는듯 했다. 오늘 헤드라이너 밴드의 음악이 너무 좋아 다음날 CD를 사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과 석양을 반주삼아 푸드트럭에서 저녁을 해결했다.
술을 한 잔 할까, 에그타르트를 먹고올까 고민했는데 돌아오는 기차에서 완전히 지쳐버려 그냥 숙소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