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무주산골영화제 / Muju Film Festival

코로나19의 여파로 일일 사전 예약자 100명만 입장할 수 있는 무주산골영화제에 다녀왔다. 사실 덕유산야외상영권만 예매에 성공했는데, 이번 메인 상영표는 짜요를 보러 갔을 때 취소표를 줍줍한 결과였다. 무척 한산했고, 조용했다. 정말 좋은 시간들.

아침까지 논문 발표 영상을 업로드하느라, 느지막히 점심에 일어나 후다닥 무주로 넘어갔다. 두 편의 영화와 두 번의 세미 공연을 관람했다. 커피 한 잔을 제외하고서는 아무 것도 먹지 않았는데, 신기하게도 배가 고픈 줄도 몰랐다. 집으로 돌아와서야 허겁지겁 식사를 했던 기억이.

내가 정말 영화를 좋아하는 것인지 스스로를 시험하는 중이다. 관람한 두 편의 영화 모두 수작이라, 내심 놀랐다. 무주산골영화제는 이미 개봉한 영화들로 채워져 있다. 이번에 놓치면 절대 다시 못본다는 불안감 없이, 매번 좋은 영화를 선택해 볼 수 있게 된다는 장점에 대해 곱씹었다. 야외상영이 기다려진다.



예매권을 바꾸러 메인 행사장으로 입장. 어딘가에 입장할 때마다 철저한 방역 수칙을!



등나무 운동장 행사장. 하이브로우와 굿즈샵 등이 들어와 있었다.



천막 건너편에는 등나무 운동장 스테이지가.



저녁에 있는 10cm 공연 대기줄이 벌써.



좋아하는 가수는 아니지만, 군중심리에 따라 나도 돗자리로 콩찜을.



나도 잔디에 철푸덕 눕고 싶었지만 벌레가 무서워 그러진 못하고.



대신 커피를 한 잔 테이크아웃해 하이브로우가 마련해준 테이블에 앉았다.



이번 무주산골영화제에서 나눠준 책갈피. 센스 무엇!



만원의 입장료를 내고 모든 영화와 공연을 볼 수 있는 프리패스를 구매한 셈. 크게 세 타임으로 구분되었는데, 첫 타임을 지나고야 도착해 어떤 영화들을 볼까 고민에 빠졌다.



텀블러에 커피를 주문한 덕에 하이브로우 업사이클 키링을 받았다. 병뚜껑을 압착해 만든 덕분에 알록달록.



바람이 불 때마다 천막이 휘날려, 안쪽에서 리허설 중인 까데호의 모습이 사라졌다 보이길 반복했다.



멋진 음악에, 바람에, 잔디에, 짜요가 넘겨준 아무튼 비건을 읽었다. 착실히 읽고 다음 이에게 넘겨줘야지.



소박한 굿즈샵. 종이가 아닌 천 포스터가 인상깊었다. 미니멀리스트를 지향하며 아무것도 구매하지 않았다.



보고픈 영화의 대기표를 받아왔다. 선착순 입장 제한이라 줄을 서있어야하나 고민했는데, 대기표 시스템이 있어 정말 다행이었다. 디즈니랜드 패스트트랙이 생각나는 형태.



까데호의 리허설 장면을 등나무 운동장 뒷편에서 바라보며 다시 운동장으로 걸어돌아간다.



드디어 입장. 멀찌기 떨어진 스팟에서 구경. 바람이 정말 시원하다. 영화 시간과 겹쳐, 반만 보고 나와야해 아쉬웠다.



네 다섯개 정도의 상영관이 운영되는데, 전용 상영관이 아니다보니 다목적홀에 임시 객석을 설치해둔 형태였다. 정말 산골영화제의 느낌 뿜뿜.



영화를 보고난 뒤 다음 영화 대기표를 받으러 줄을 섰다. 혼자였다.



표를 받고, 다른 행사장에 들러봤다. 넥스트 액터로 선정된 안재홍 전시관.



다른 의상보다도 정봉이의 점퍼가 인상적이었다. 정말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두툼하고 폭신한 촉감!



기념품으로는 아직 다 끝내지 못한 1999, 면회 속 안재홍의 엽서를 픽했다.



다시 두 번째 영화 관람 전, 짧게나마 10cm의 공연을 보러 등나무 운동장으로 복귀.



앗! 근데 이전에 맡아둔 돗자리는 의미가 없는 것이었던 것.. 아마도, 한참 전에 왔어야 대기표를 받을 수 있는 줄이었던 것 같다. 내 돗자리만 덩그러니 놓여져 있어, 자리를 털고 맨 뒤로 돌아 섰다.



석양이 진다.



공연장 안에 들어가기를 진즉 포기하고, 천막 아래 누웠다. 그리고는 책을 마저 읽었다.



천막 너머로 10cm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천막 밖에 누운 이들도 소리지르고 따라부르며 신나게 즐겼다.



등나무 운동장을 나와 두 번째 영화를 보러 나섰다. 영화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밤 10시. 짐을 챙겨 대전으로 돌아왔다. 인생에서 잊지 못할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