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5 / Jeju Island #5

대전으로 점심비행기를 타고 돌아가는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일출을 보러갈까, 근처에 엄청 맛있다는 빵집에 가서 빵을 사올까 아침일정을 생각하다 잠들었는데, 결국 둘 다 안했다. 대신 커피 한 잔에


바다 구경을 오래 했다. 그 많던 어선이 모두 돌아왔나보다. 수평선이 깨끗하다.


늑장을 부리다, 짐을 챙겨 체크아웃을 하고 이호테우 해변으로 넘어갔다.


주민분들의 자원봉사 겸 단합대화가 있어 해변이 시끌벅적했다. 사진에 보이는 인원의 세 배 정도의 인원이 집결해 있었다.


그 덕분인지 해변에 관광객이 많지는 않았다. 주차장이 만차라 걱정했는데, 다 주민분들이었나보다.


제주시내로 넘어가는 길. 멋진 한라산 절경에 차를 세우고 한참을 서있었다. 사진에 다 담기지 않는 완만한 곡선이 아쉽다.


아침으로 먹으려는 우진해장국이었는데, 대기가 너무 길었다. 깨끗하게 포기. 다음에 와봐야지.


뭘먹을까 고민하다, 성게미역국을 먹기로 하고 근처 음식점을 찾았다. 차를 타고 이동하기엔 시간이 애매해 주차는 그대로 해놓고 걸어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집으로 물색했다. 식당 근처에 목욕탕 굴뚝이 있었다. 아직 영업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난 번 본 영화 행복목욕탕이 떠올랐다.


찾아간 곳은 복집식당. 오래된 집이라 한다. 할머님 한 분이 계셨다. 뭘 먹으러 왔냐해서 쭈뼛거리니 오늘은 갈치국밖에 안된다고. 그럼 갈치국을 달라 말씀드렸다. 할머니가 틀어놓고 가신 TV에서 삼김시대의 종말 뉴스가 흘러나왔다.


드디어 맛보게된 갈치국. 내 취향이 아닐 것 같아 절대 먹을 일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언제나 만남은 뜻밖에 이뤄지고야 만다. 전혀 비리지 않은 맛에 사실 꽤 놀랐다. 반찬도 맛있어 (특히 무말랭이!) 공기밥을 뚝딱해버렸다.

절반쯤 먹었을 때 관광객 두 분이 들어왔다. 할머님이 뭐를 먹겠냐 물으니, 그 분들이 성게미역국이라 했다. 할머님이 아무말 없이 성게미역국을 만들러 가시는 모습을 보고 아니.. 왜 나한테는 갈치국밖에 안된다 하셨지?! 의문이 들었지만 덕분에 맛보게 된 갈치국에 금세 잊어버렸다.

그렇지만, 내 생애 갈치국은 저 한번으로 족하다. 갈치는 아무래도 굽거나 조려야 제맛!


밥을 다 먹고 잠깐 짬을 내 산책을 했다.


차를 반납하기까지 50분정도가 남았는데, 반납장소가 근처라 짧게 용두암 근처 드라이브를 했다.


이제 진짜 마지막 바다구나. 주유를 하고, 차를 반납했다.


셔틀을 타고 공항에 도착.


다이너스로 칼 라운지에서 여행 마무리를 했다.


처음 보는 스카이팀 디자인의 대한항공 기체.


사진을 찍으면서 알게됬는데, 무의식중에 나는 저 비행기 날개 끝자락과 나란한 자리에 앉는걸 좋아한다는 것을. 그래서 여행을 다닐때마다 대부분 비행기에서 찍은 사진에 날개가 등장했던 것이었다.


비행기가 좀 지연됐는데, 마치 보너스 운항처럼 제주도를 쏵 훑어주셨다. 덕분에 차로 지나쳐 온 곳들을 찬찬히 역행하며 구경했다.


제주의 논밭은 grid 형태로 나눠있지 않다는 것이 재미있다.


진짜 제주를 떠나며. 많은 경험, 그리고 생각을 갖고와 기념품이 필요없는 그런 즐거운 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