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3 가마쿠라 / Tokyo #3 Kamakura

도쿄 시내에 있을까, 덴엔토시선 여행을 할까 고민하다 가마쿠라에 다녀왔다.

두 가지의 목적이었다.

  1. 오즈 야스지로, 하라 세츠코의 흔적 찾기
  2.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투어

시간 여유가 생겨 덴엔토시선 투어까지 하고 오려했는데, 저녁 8시가 다 되어서야 도쿄행 요코스카선을 탈 수 있었다.

처음 가마쿠라에 갔을 땐, 에 뭐 여기 클리어~! 라고 넘겨 짚었는데 가면 갈수록, 알면 알수록 다양한 색의 도시란 생각이 든다. 그 매력에 수많은 이들이 남아버린걸까.

힘든만큼, 많은 생각을 한 날.



아침부터 또 날씨가 좋아버렸다. 일요일 아침, 한적한 주택가를 걸어 지하철을 탔다.


니주바시마에역에 내려 마루노우치를 건너 도쿄역으로 향했다.


한적한 마루노우치가 어색하다.


도쿄역에 도착. 예전엔 역 앞 광장이 공사중이라 못봤었는데 이제 환하게 뚫렸다~!


요코스카 라인을 탈 예정!


개찰하기 전에 꽃집에 들러 꽃을 샀다. 환한 낱개의 꽃보단, 안개꽃이 어울리는 이를 위해!


기타가마쿠라에 도착했다.


기타 가마쿠라에 내린 건 처음인 것 같다.


영화에서 많이 보던 플랫폼. 어딘가에 하라세츠코나 류치슈가 도쿄행 열차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데.


이 역에, 그 당시가 고스란히 담긴 것이 여전히 남아 있을까?


여튼, 가마쿠라-에노시마 패스를 샀다! 후지사와-오후나-가마쿠라 JR, 쇼난 모노레일, 에노덴이 무료~!


은각사에 들어섰다.


꽃이 번거로워 무덤부터 가보기로. 저기 ‘오즈’ 가 보인다.


혼자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내려왔다. 내려오고 나서 다시 보니, 근처에 하라 세츠코의 본명인 ‘아이다’ 가의 무덤이 있던데, 혹시? 확인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다.


공상하며 걷기 좋다길래, 경내 구경에 나섰다.


멋진 절경을 그리고 계신 할머님 할아버님들이 곳곳에.


주지의 거처로 사용했었지만, 지금은 주로 강연에 사용한다는 호조. 그 호조 뒷 문에 앉아 바라본 일본식 정원.


바람이 솔솔부는데, 정말 천국이 따로 없었다.


세월아~ 네월아~ 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일본식 정원을 좋아하지도 않고, 사찰이나 신사는 더더욱 좋아하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고요해지며 편안해지는 게 무척 좋았다.


호조를 나와 다시 걸어 올라가기 시작.


CG같던 햇살과, 풀의 움직임.


벤텐도에 오르는 계단.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었고, 다 올랐을 땐 조금 헥헥댔다.


아름다운 경치에 넋을 잃고 앉아버렸다.


차도 시켰다.


저 멀리 후지산의 만년설이 보인다~! 처음으로 가마쿠라에 와서 후지산을 보게 되는구나.


한동안 잘 쉬다가, 절을 내려왔다. 기타가마쿠라부터 철로를 따라 걸어 내려가는 사람들. 나는 JR을 타고 가마쿠라로 이동했다.


가마쿠라에서 한 정거장정도 떨어진 카레집에 가기위해 에노덴을 탈까 고민하다 걷기 시작했다.


왠지, 그라지오소가 생각나는 이름.


고쿠라쿠 카레, 극락 카레에 도착했지만 오늘 재료가 다 떨어졌다고.. 후.. 물기가 없이 소금에 절인 절묘한 맛의 비프카레라는데.. 다음에 가마쿠라에 오게되면, 그 땐 꼭 먹어야지. 부디 그때까지 성업하시길.


이렇게 된 이상 바닷마을 다이어리 로케이션 장소인 마고코로에 가서 먹어야겠단 생각으로 에노덴 대신 또 걷기 시작했다.


유이가하마 비치 도착.


으… 마고코로 오늘 영업 안한단다. ㅠㅠ


하세 방향으로 걷기 시작. 나가 뭐시기로 읽어야할 줄 알았는데, 하세다.


안돼!!!! 3연타로 당했다. 바닷마을 다디어리에 나온 치카라 모찌와 후쿠멘 만주를 먹기위해 들린 치카라 모치야도 오늘 휴업이란다..ㅠㅠ 일단 하세 중심으로 이동..


가마쿠라에서 만난 ‘하라’ 는 내가 만나고픈 진짜 하라가 아니더라도 도키도키하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에 등장했던 베르그펠드에 갔다.


독일빵을 샀는데, 왜 언니들이 독일빵을 사오랬는지 알 것 같은 맛이었다. 으.. 너무 맛있는 맛! 우리 집 근처에 있었다면 왠지 나도 동생들한테 매번 사오라고 시켰을 것만 같다. 반개짜리를 샀는데도 빵이 커서, 지금도 옆에 남아있다.


다행이 이토코는 영업중. 호박 킨츠바를 샀다.


만주인줄 알았는데, 만드는 과정을 슬쩍 보니 앙금의 모양을 잡고, 겉에 가열된 전분을 그냥 슬쩍 묻히는 방식이더라. 첫 입에는 생각보다 덜 크리미해서 놀랐는데, 다 먹고나니 아.. 오미야게로 사갈까? 고민되었던 무척이나 내가 좋아하는 식감과 단맛이었다.


혹시나해서 오르골당에도 들렀는데, ZARD 는 없었다.


결국 점심을 먹으러 간 곳은 woof curry 라는 곳. 기대도 안했는데 맛도 그닥.. 단지 가마쿠라 문학관에 가는 길에 있는 가장 가까운 커리집이었기에.


그래도 뚝딱 해치우고 가마쿠라 문학관으로 출발!


으아니? 입장 줄이 무척 길었다.


오늘 장미축제 중이란다.


도시락을 싸왔다간 상납하게 된다고.


티켓을 끊고 입장!


입구부터 들려오는 연주소리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공연장이 이렇게 멋지게 꾸며져 있을 줄이야~!


누군가의 대저택으로 사용하던 곳을 문학관으로 탈바꿈한 것인데 저 멀리 바다도 보이는 꽤나 멋진 저택이었다.


앵콜로 크라이슬러를 연주.


저택으로 사용할 땐 어땠을까, 계속 상상하게 된다.


문학관 내부로 입장. 실내는 촬영 금지라 사진은 없지만, 이시카와 다쿠보쿠나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친필을 볼 수 있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명필이더라~!


문학관 구경을 마치고 나오니 연주회가 끝나있었다.


정원에서 한적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장미 정원 구경.


구경을 마치고 저택을 빠져나왔다.


원래 저택의 정문은 사용하고 있지 않은데, 몇십년 전, 정문에서부터 저택까지 이 길을 걸어가던 집주인은 퇴근길이 어떤 마음이었을까, 를 계속 상상하며.


고토쿠인으로 넘어갔다.


대불상. 매번 지나치기만 하고, 들어오질 못하다가 이번엔.


내부도 구경했다. 조각화해서 만들어진거라고.


하세로 걸어내려왔다.


당분이 떨어지는 것 같아 잠시 목을 축이고.


비록 가려 했던 샵들은 못갔지만 찰나의 행복으로, 미련이 싹 녹아 사라져버렸다.


저 멀리 즈시가 보인다.


에노덴을 타고 고쿠라쿠지역에 내렸다.


요시노와 스즈가 뛰어가던 그 거리. 고쿠라쿠지에 내려본 것도 처음인데, 사실 바닷마을 다이어리에 등장한, 초록으로 둘러쌓인 코다네 집이 가마쿠라라는 것이 매칭이 되지 않았었다. 고쿠라쿠지에 내려보니, 왜 그런지 단번에 이해가 되었다. 초록의 마을이다.


역 구경을 마치고 다시 에노덴을 타고 이나무라가사키에서 내렸다.


역앞 슈퍼에서 가마쿠라비루를 판다길래..


맥주를 한 병 사들고 바닷가로 나왔다.


파도도 잔잔하다.


신발을 벗고 찰랑대며 걷고싶었지만 운동화를 신고 온 탓에.


맥주를 따서 마셨다. 뭘 마실까 고민하다 대불맥주를 샀다.


저 멀리 보이는 에노시마와 후지산.


안주로는 아까 베르그펠드에서 산 독일빵. 으.. 겉바속촉의 환상적인 조화.


사치와 카즈야가 헤어지던 계단. 그 장면 합성해봐야겠다.


이나무라가사키부터 에노시마를 향해 쭉 걸어 내려갔다. 흑사장으로 걸었는데, 사실 조금 걷다 보도블럭으로 올라가고 싶었건만 시치리가하마역까지 올라가는 계단은 나오지 않았다. 모래범벅ㅠㅠ


가마쿠라코코마에 근처 건널목엔 이미 진사님들이 장악. 그래도 오늘은 수가 적은 것 같다.


건널목이 닫히고 열차가 지나갈때 여기저기서 찰칵찰칵.


태양의 노래보단 슬램덩크가 먼저 생각난다. 반짝이던 바다때문이려나?


가마쿠라코코마에에서 에노덴을 타고서는


가마쿠라 역으로 되돌아왔다.


해질무렵의 가마쿠라 시내.


서둘러 가마쿠라로 돌아온 이유는 점심 만회용 카레 맛집에 가기 위해! caraway 에 왔는데, 40분정도 웨이팅을 한 것 같다.


으.. 정말 완벽한 비프카레였다. 누군가 말한 것처럼, 가마쿠라에 다시 방문하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향할 것 같은 맛. 싸고, 양이 많은데, 맛까지 챙기다니.. 사기캐다..


가마쿠라 역으로 돌아왔다. 도큐스토어가 보이길래 들러 츄도로 스시와 치비루를 샀다.


바로 옆 스벅에도 들러, 새로 나온 디자인의 요코하마 컵도 구경. 컨텐츠는 별로..


요코스카 라인을 타고 도쿄역으로 돌아왔다. 낮이아니라 밤이었지만, 하라세츠코와 류 치슈의 출근길이 얼마나 고됬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치요다선을 타고 네즈역으로 돌아가는 길.


치요다선은 요요기우에하라를 지나면 아이코이시다를 지나는 오다큐선이 되어버리고


아야세를 지나면 조반 라인이 되어버리는구나.


호텔에 돌아와 오늘의 웰컴드링크를 마시며 잠깐 독서.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 얘기를 다시 찬찬히 살피니 오늘 가마쿠라 여행을 다시 되짚어보는 것 같았다.


도큐스토어에서 사온 맥주와 츄도로를 맛있게 먹고 하루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