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 Venice
지난 여름, 칸 영화제를 놓친게 두고두고 후회가 되었다. 다신 그런 후회를 하고싶지 않았다. 그리하여 뫼비우스 상영 일자가 공지되자마자 기간을 맞춰 베니스행 비행기를 예약했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베니스는 아마도 손에 꼽히는 여행지가 될 것 같다. 살기엔 어떨런지 모르겠지만, 해산물의 비린내만 빼고서는 모든게 너무나도 좋았다. 여행 전에는 그저그런 관광지겠거니 상상했었다. 물론 상상처럼 그저그런 관광지는 맞지만, 바포레또를 타고 아드리드해를 누빌 때는 이보다도 더 좋은 관광이 있을 수가 없더라. 가족끼리 가기보단 연인과 간다면, 파리보다도 더 낭만적인 여행이 될 듯 하다.
영화제에 대한 감상은, 일단 그 프로페셔널함에 감탄했다. 국내 영화제가 젊은 패기로 이어져가는 느낌이라면, 베니스 영화제는 뭐랄까, 정말 연륜의 미가 느껴졌다. 가령 전주 영화제의 스탭들은 자원봉사자가 꽤 되며, 카라티를 입은 젊은이들이 대 다수였는데 베니스 영화제는 모두 수트를 입은 경호원들이 극장 입구들을 모두 봉쇄했으며 출입이나 이것저것이 굉장히 까다로웠다. 리도 섬 곳곳의 카페에서 세계 각국에서 온 기자들을 볼 수 있었다. 프로그램북을 펼쳐놓고 꼼꼼히 체크를 하며 빠듯하게 그러나 여유롭게 영화제를 즐기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아참. 본의 아니게 집에 카메라 메모리 카드를 두고오는 바람에.. 둘째날 영화제가 열리는 리도섬으로 넘어가 부랴부랴 카드를 샀다. 그리하여 베니스에 도착한 5일 밤 당일에는 사진을 하나도 못찍고 6일 오후쯤에서부터야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비싼데다가 용량도 적어 사진이 엉망 진창이다. 물론 베네치아 운하 사이사이는 어떻게 찍어도 다 걸작이 되어 나와야했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바로 리도섬으로 향했다. 올해가 바로 베니스 영화제 70주년! 아무리 생각해도 베니스 영화제의 심벌은 항상 참 멋지다.
티켓오피스 앞. 나름 일찍 도착해서 줄을 섰는데도 이미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는 매진. 사실 다른 영화생각은 없었지만 프로그램북을 천천히 읽어보니 재밌을 것만 같은 영화가 꽤 되었다. 하지만 그 영화들도 모두 매진. 남는 표가 몇개 되지 않는다해서 남는거라도 보고가려고 일단 표를 구했다.
베니스에 온 목적을 말하라면 3가지!
- 영화제에 참석할 것.
- 맛있는 해산물 요리를 먹을 것.
- 바다에서 수영을 할 것.
결국 리도섬의 비치에서 수영을 했다! 결국 유럽 바다에서 수영을 하게되는구나 흑흑
실컷 수영을 하다가 지쳐서, 둑의 끝자락에 가서 벌러덩 누워 바다에 발 담근 채 한 숨 잤다. 절로 잠이 오더라.
드디어 영화를 관람하러! 덴마크 출신 감독의 Pine Ridge 라는 영화였건만 글쎄… 여튼, 감독과 주연 배우와 함께 관람했다. 상영 전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하는 감독.
이것이 그 황금 사자상!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사람들이 웅성웅성 거리고 검은차가 주루룩 서있었다. 궁금해서 나도 서있다가 옆에 사람에게 누굴 기다리는거냐 물으니 이탈리아 대통령이라는데. 진실일지 아닐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그리고 해가질무렵, 바포레토를 타고 다시 베니스 본 섬으로 넘어왔다. 아드리드해로 지는 석양이 꽤 아름다웠다. 모기는 꽤 물렸지만ㅎㅎ
저녁을 먹고 베니스의 야경을을 좀 감상했다. 유럽 어느 도시의 골목과 비슷해보이지만 촘촘하게 펼쳐진 운하와 곤돌라가 꽤 장관이었다.
리알토다리에서 바라본 대운하.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못본게 끝내 아쉬워 운하에 걸터 앉아 맥주를 마시며 아이패드로 김기덕 감독 영화 한 편 감상했다.
유럽의 응접실이라 불리는 산 마르코 광장. 오늘은 무라노, 부라노, 토르첼로 섬 여행을 계획!
토르첼로는 다른 섬들과는 꽤 다른 느낌의 섬이었다. 아주아주 오래된 마치 흙으로 빚어놓다 못해 스스로 자연이 된 것만 같은 성당이 서있었는데 결혼식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어떤 미국인 노부부가 물어보는 것을 엿들었는데 베니스에 사는 사람들인데, 여기와서 결혼식을 올리는 거란다. 그나저나 이탈리아 사람들 수트빨이 장난이 아니다. 이탈리안 스타일이란 이런 것인가!
아드리해 곳곳에 개인 요트를 타고 다니는 사람 천지인데 정말 어우 너무 부러웠다. 특히 요트 앞쪽에 누워 인생을 즐기는 젊은 사람들은 직업이 뭐길래..
발길을 옮겨 부라노 섬으로! 선착장 앞에서 파는 튀김들이 맛있다길래 요기를 하려 시켰건만 아니.. 그 맛있는 오징어를 어쩜 이렇게 비리게 튀겼지? 흑흑.
부라노섬은 어우 정말 아찔할 정도로 예쁘다! 이날 정신 못차리고 사진을 찍어댄 것 같다. 온갖 형형색색의 건물들이 즐비한데, 그 가지수를 셀 수가 없다.
그 가지수가 얼마나 많은가 대강 세보자고 시작한 인증이 겉잡을 수가 없게되었다. 결론은, 그냥 많다.
부라노에서 자리를 옮겨 제일 가까운 무라노로 이동했다. 유리공예로 유명한 섬인만큼 섬 곳곳에 유리 공방과 상점이 가득하다.
섬 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바포레토의 맨 뒤에 앉아왔다. 바람도 시원한데다가, 물안개 사이로 비치는 무지개가 어찌나 아름답던지.
베네치아의 명물 곤돌라. 어우 너무 비싸서!
그리고서는 대운하를 앞에두고 서있는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에 갔다. 현대미술을 좋아하진 않지만, 나름 흥미진진했다. 그녀가 구입해서 살고, 밥을 먹고, 결국은 죽어서 묻히기까지한 미술관이라니. 상상만해도 대단한 여자다.
발걸음을 재촉해서 다시 리도섬으로 돌아갔다. 사실은… 아직 수영에 대한 미련이 더 남아서 수영좀 하려고 갔더니만 폐막식 레드카펫이 깔려 섬 전체가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레드카펫에 취재진의 배치에 정말 놀랐다.
더욱더 절망적이었던건… 7시가 되면 더 이상 수영이 금지되는건지.. 아무도 들어가지 않고.. 수영하던 사람들도 다 빠져나오고 있었다. 일찍올걸 흑흑
수영을 체념하고 맥주를 한캔 사 폐막식을 구경하기로 했다. 폐막식 내부는 초대된 사람만이 입장 가능하기에 밖에서 다른 사람들과 커다란 스크린으로 구경했다.
폐막식이 끝나고 유명인사들이 식장을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나도 그 구경의 물결에 합류했는데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기에 누구냐 물어보니 꽤 유명한 이탈리아 감독이란다. 글쎄 금시초문이야.
다시 본섬으로 돌아와 산 마르코 광장에. 플로리안이라는 굉장히 유명한 카페란다. 음료값 이외에도 저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음악에 대한 음악료를 일인당 6유로쯤 더 내야한다고. 광장에는 이 카페를 따라 만들어진 유사 카페들도 꽤 있었다. 덕분에 광장을 거닐면서 귀가 끊임없이 즐거웠다.
다음 날은 아침 일찍 종루에 올라갔다. 그냥 종루에 걸터앉아서 한 시간정도 베니스를 하염없이 구경했다. 신기하게도 위에서는 골목 사이사이의 운하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베니스가 아니라 다른 도시라 말해도 믿을 만큼 베니스같아 보이지 않았다.
난 너무너무 좋아했는데, 동행한 다른 한국인은 별로라 했던 조형물. 대운하로 들어오는 배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골목 사이의 운하에서.
대운하.
나중에 써먹으려고, 촌스럽지만 그래도, 베네치아 모자를 사왔다 하하하
베니스에는 정박중인 크루즈선이 굉장히 많았는데 볼 때마다 마음이 쿵쾅거리며 설레었다. 공부해보고 싶기도하고, 나도 크루즈타고 여행하고싶기도 하고.
갈 땐 비행기를 탔지만 올 때는 스케줄이 안맞아 버스를 탔다. 밤버스 탈만하던데?
부다페스트 집 앞 공원에서. 아. 역시 집이 최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