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제션 / Possession
1981 / Andrzej Zulawski / IMDb
★ 3.7
부산국제영화자에서 블라인드 시네마 세션에서 보게된 <포제션>은 정성일 평론가의 픽이었다. 신형철 교수님이 <쳐다보지 마라>를 선택한 것에 대한 답변으로 선택하게된 영화라 했다. 본인은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그저그랬는데, 이후에 신형철 교수님의 <박쥐> 평론을 읽고나선 완전히 설득당해 박찬욱의 최고의 영화로 선택하게 되었다며 (신형철을 경유해 좋아하게된 <박쥐>라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박쥐>의 레퍼런스 영화 중 하나인 이 <포제션>을 선택했다 했다.
사실 <쳐다보지 마라>도 이 <포제션>도 평온한 일상에서는 전혀 선택할 일이 없는 나와는 굉장히 멀리 떨어진 그래프의 영화였다. (이 영화의 존재조차 몰랐다.) 생각치도 못한 기회에 생각치도 못한 영화 두 편을 연달아 본다는 경험이 꽤나 흥미로웠다.
물음표로 가득한 영화이면서도, 느낌표로 가득하기도 하다.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는 영화는 아닌데 각자가 해석하는 모든 것이 정답인 영화. 웰메이드 휴먼가족드라마. 그래서 이따금씩 숨이 턱 막히도록 영화가 뻗어나가는 시퀀스가 굉장히 신기했다.
첫 시작부터 매끄럽게 이어지는 핸드헬드 촬영이 신비롭기도 했다. 초반의 타이틀덕분에 81년작임을 금방 알 수 있었는데, 오래 지나버린 시간을 무색케 만드는 말끔함이었다. 전체적인 만듬새가 그랬다. 감독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왜?” 가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다. 간단한 대화조차 이뤄지지 않는 부부인데, 서로의 감정도 모른채 왜 헤어지려 하거나 매달리려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아직도 궁금하다. 영화과 남긴 숙제려나..
정성일 평론가가 언급한 두 가지의 해석방향 (실존하는 괴물을 묘사한 것인가, 관념적인 괴물을 묘사한 것인가) 두 가지를 모두 영화를 보는 내내 갈팡질팡하며 오갔었다. 후자라고 하기엔 다른 제3의 인물들이 괴물의 존재를 지각하는 장면들이 나오며 전자라고 하기엔 주제가 모호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괴물이 실존하든 실존하지 않든 “괴물"이라는 개념이 주는 위압이 있어 크게 관람에 문제가 되진 않았다.
공산주의 치하에서 자랐지만 파리에서 유학을 하고 결국엔 무정부주의자가 된 감독이 독일을 배경으로한 미국 가족의 불륜 영화를 찍으며 모든걸 폭파시켜버리고 싶었던 것 같다는 정성일 평론가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근데 미국이 아니라 영국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