쳐다보지 마라 / Don't Look Now
1973 / Nicolas Roeg / IMDb
★ 3.6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있던 정성일, 신형철 평론가의 블라인드 시네마로 보게되었다. 이 <쳐다보지 마라>는 신형철 교수님의 픽이었다.
굉장히 우아하다고 생각했다. 첫 시퀀스에 등장하는 목가적인 풍경에서 단순한 편안함만 느껴지지 않고 알 수 없는 긴장과 아름다움이 동시에 느껴지는데 그 때부터 수작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막상 영화가 진행되면서는 그 감흥이 떨어지기도 했는데, 어떻게보면 좀 나이브한 구도들이 잡혔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렇다해서 영화를 더 꼬았으면 좋았을까? 반문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이 영화를 정석대로 잘 만들었다는 반증이 되는 것 같아서.. 스스로 비판만 할 줄 알고 답은 내놓을 수 없는 챙피한 관객이 되어버렸다.
영화가 끝나고 있던 GV에서 정성일 평론가가 말한 시간에 대한 관념이 좋았다. 이 영화의 원작 소설에서도 배경이 베니스로 되어있어 자연스럽게 베니스에서 촬영되었는데, 그 베니스라는 설정이 주는 것이 1500년대로 시간을 박제시켜 다른 요소들을 자유롭게 하는 느낌이었달까. 나도 베니스를 방문했을 때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자유로움을 느끼는 이유가 그런 도시의 분위기에서 왔던거라는 생각에 설득당했다. 베니스를 베니스답게 사용하지 못한 영화들이 머릿 속을 스쳐지나가기도 했다.
떡밥들이 던져지지만 그게 사실일 수도 있고 사실이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신형철 교수님도 그 부분을 언급하는데, 그건 어쩌면 원작 소설이 1인칭 시점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각색의 과정에서 영화화의 결과가 아닐까 한다는 언급이 있었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알 수 없는 서글픔에 대한 언급도 좋았다. 딸을 잃은 애도의 시간을, 우리도 잊어버리고 사건에만 집중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야할 것을 해야하는 순간에 제 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환호든 애도이든 사랑이든 이별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