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일대 / Caught by the Tides

2024 / Zhang-ke Jia / IMDb
★ 2.9

글쎄, 내가 전작을 보지 않아서인지 그저그런 정도가 아니라 별로였다. 사람들 말에 따르면 그간의 지아장커 감독의 영화를 집대성했고, 눈물이 그렁그렁할 정도로 좋았다던데, 정말 좋은 영화는 그의 전작을 모른다 하더라도 이 영화 자체만으로도 좋아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만의 파티라는 느낌에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첫 푸티지가 너무 좋았어서 이걸 어떻게 요즘 시대에 찍었지 싶은 날것의 2000년대라 생각했는데, 진짜 2001년에 찍은 푸티지였다. 센터에 모인 여자들이 돌아가며 노래를 하는데, 시키기 전까지는 무척 쑥스러워하다 차례가 되면 꾀꼬리의 목소리로 노래를 뽑아내는.. 주제없이 찍기 시작한 다양한 푸티지를 콜라주해 하나의 관통하는 주제로 영화를 만들려 했다지만, 그런데 정말 그 푸티지들을 관통하는지는 의구심이 든다.

왜 영화가 좋지 않았냐를 생각해보면 여러가지인데, 단순히 호흡때문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냥 주변에 있는 다양한 카메라가 손에 잡히는대로 찍었다, 큰 뜻은 없다, 시대를 반영하려고 했다, 라는 이유로만 신변잡기적인 샷들이 들어가는게 과연 영화의 형식과 내용이 부합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있어보이는 내용을 있어보이는 방법으로 대충 모아찍은 논문을 보는 느낌이었다. 마트에서 넓은 화각의 어안카메라를 사용할 때 그 자각이 확 올라왔다. GV에서 AI와 양자물리학을 언급하는데 이과생들이 듣는다면 “갖다 붙이기는” 싶은 얕은 소비처럼 느껴졌다. 촌스러울 지경.

NPC로 가득한 세상에서 홀로 배회하다 결국 NPC의 하나가 되어버리는 이야기. 올림픽이나 월드컵같은 주기적인 행사들로 시간을 언급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우리도 어떤 시기를 기억할때 ㅇㅇ월드컵 이전에~ 라는 식으로 기억을 모듈화 하기도 하다보니. <손에 손잡고>가 불러질땐 좀 웃음이 나기도 했다.

아무래도 <스틸라이프>나 <산하고인>같은 감독의 전작들을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