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란 / Uprising
2024 / Sang Man Kim / IMDb / KMDb
★ 3.5
싫었던 것보다 좋았던 것이 더 많았다. 그래서 아쉬운 점들이 더 크게 아쉽게 느껴진다.
가장 좋았던 것은 음악. 일렉기타가 임진왜란과 이렇게 잘 어울릴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음악이 튀는데 그게 나쁘지 않고 되려 극을 더 살려주는 느낌이었다.
똑같은 백성들에게 칼을 겨누는데 그 주체가 왜적이기도 하고 임금이기도한 나이브한 묘사들이 더럿 나오는데, 그게 대놓고 나쁜 나이브함은 아니었다. 어쩌면 직유도 센스있게 날리면 통찰력있는 묘사 한 방이 될 수도 있다 생각했다.
수많은 인물이 등장했다 사라지는데, 그 흐름이 불분명한게 아니라 OX퀴즈로 떨궈내는 사람들처럼 그룹지어 사라진다는게 신기했다. 그 등장과 퇴장에 소요한 편집의 밸런스가 궁금하기도 했다.
드라마나 영화로로 배운 임진왜란은 이순신이 전부였기에 뭍에서의 임진왜란은 항상 새롭다. 영화는 다양한 부분에 있어 낯설게하기 스킬을 보여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혼자 방방 뜨는 느낌이 아니었. 어떤 부분에서는 묵직하게 중심을 잡고가기 때문이라 생각했는데, 그 말뚝이 무엇일지 궁금하다. 한 민족으로서 공유하는 감정이 그 말뚝인 것인지.
천영이 스스로를 면천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스토리라고 여길 수도 있다 생각했다. 단순히 손등에 새겨진 신분과 과거를 불에 지져 끝내는게 아니라 마음이 스스로를 면천시킨 느낌이었다. <상도>의 임상옥이 복수심으로부터 벗어날 때도 비슷한 해방감을 느꼈었다. 세대를 초월하는 지금과 맞닿아 있는 이야기.
아침을 잘 드시지 않는 등의 곳곳의 유머에 피식거리기도 했다. 죽음에 이르면서도 통역을 마무리지으려는 직업적인 사명감을 배우기도 했다. 초기의 박찬욱의 각본과 어떤 부분에 있어 다르게 진행되었는지 무척 궁금했다.
넷플릭스 작품을 극장에서 사람들과 함께 관람하는 것은, 그리고 OTT 작품을 관람이 끝난 뒤 감독과 배우들로부터 뒷 이야기까지 전해들을 수 있는 경험이 생경했다. 좋은 배우들의 좋은 연기가 좋았다.
GV에서 유난히도 말이 없던 정성일 배우가 끝맺음 말으로, 지금 본인 가족들은 잔치 그 자체라며 인사를 마쳤던게 계속 귓가에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