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가족 / A Normal Family

2024 / Jinho HUR / IMDb / KMDb
★ 3.4

영화제 둘째 날 관람한 첫번째 영화. 영화가 끝나고 있었던 GV에서 나온 감독과 배우들의 말처럼 아침 9시에 관람을 시작하기엔 다소 무거운 얘기였다.

대강의 구도만 알고갔지, 그들이 형제 부부인지 사촌간인지, 그런 것들에 대한 정보를 몰랐다. 그래서 좀 더 흥미롭게 본 것도 있다. 상세히 알고 갔다면 다소 진부하게 느껴졌을 수도.

영화가 시작되고나서 10분 정도가 흘렀을 때는 실망감이 컸다. 여느 한국 영화와 다르지 않은 구도, 구조, 흐름, 분위기. 이제 <8월의 크리스마스>의 허진호는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 찾게되는 까닭은 무엇인가를 되뇌였다. 어찌되었건 중후반의 힘이 초반보다는 커서 끝까지 보는데는 이질감이 없었다.

영화는 인간의 양면성, 그리고 어떠한 사건이 개인의 문제로 치환될 때 해야하는 도덕적 선택 두 가지에 대해 믹스를 시도한다. 사실 좀 더 어렸을 시절엔 “이게 왜 어려운 문제?“지 싶게 무가르듯 답이 나오는 쉬운 도덕적 선택이라 생각했다. 시간이 갈수록 나는 좀 더 사회라는 그물에 찰싹 달라붙은 인간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해결내릴 수는 없다는 어른의 사정을 좀 이해하게 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파국으로 치닫고 “보통의 가족"이라는 커다란 타이틀이 박히며 엔딩크레딧이 올라간다. 영화 속 살인같은 대단한 사건이 아니라 아주 작은 사소한 마음의 거리낌일지라도, 누구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회개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런 회개의 순간은 누구나에게 한 번쯤 서로 다른 타이밍으로 찾아오는데, 그걸 잡거나 잡지 않는 것은 온전한 나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끈을 잡고서 내 스스로와 사회에 당당한 사람이 될 것인가, 다른 식으로 당당한 사람이 될 것인가.

수현 배우가 맡은 지수 캐릭터가 흥미로웠다. 가족이면서 가족이 아닌 적당한 거리의 3자의 위치에서 사건과 가까워졌다 멀어지며 조망하는 것이 가장 관객의 시선과 맞닿아 있는 느낌이었다.

멧돼지, 라면, 초장. 나이브한 양면성의 시각화가 좀 아쉬웠다.

이상하리만치 허진호가 아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만들었다면 어떤 깊이가 더해질지가 궁금해졌다. 나라면 어떤 감정을 빼고 어떤 깊이를 더하는 것이 좋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