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 Bogota: City of the Lost
2024 / Seong-je KIM / IMDb / KMDb
★ 3.3
팬데믹 시절 콜롬비아 로케 촬영을 중단하고 창고에 묵혀있던 것이 벌써 여러해. 이번에 부산에서 프리미어로 상영한다는 얘기에 무척 궁금했었다. 결과적으로 티켓팅에 성공해 첫 상영으로 보고왔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주조연 배우들도 영화관에 자리를 잡고 함께 관람했다. 그들도 완성본을 보는 것은 처음이라 한다.
영화제가 시작할 때까지 예고편이 공개되지 않아 무척 불안했었는데…
영화는 깔끔하다. 그런데 만듬새나 센스가 깔끔하다기보다, 이야기의 맺고 끊음을 그렇게 처리한다. 서사나 캐릭터에 상상의 여지를 남기지 않고 제거하거나 살린다. 그게 참 장점이자 단점이다. 킬링타임용 영화로서 드라이하게 영화를 볼 수 있다는게 장점이면서도, 영화가 끝난 뒤 비로소 영화가 시작되는 것이라는 ‘영화’라는 매체의 존재의 이유에는 다소 부합하지 않는 영화처럼 느껴졌다.
이 영화는 영화에 등장하는 보고타의 어느 한인 시장을 무척 닮아있다. 짠하기도 한데, 아주 진절머리가 나기도 한다. 영화의 제작사 타이틀부터 음악, 리듬, 나레이션 같은 대다수의 센스들이 너무 올드하고 고리타분하다. 팬데믹 이전 돈잔치 때의 폭탄돌리기 영화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상선언보다는..)
KBS 다큐멘터리3일에 포장될 수도 있는 동면의 다른 면을 본 느낌이다. 유튜버 <파라과이맨>이나 KBS 걸어서 세계속으로 <상파울루 편>을 통해 지레짐작했던 남미 이민 세대들의 이야기에 조금 더 촘촘한 그물을 얹었다. 그런데 그 그물이 결과적으로 영화에 좋았던 것인지는 아리송하다.
이제 더이상 고통 속에 성장하는 캐릭터의 송중기는 보고싶지 않은 것 같다. 이제 그건 너무 뻔하고 식상해져버렸다. 그나저나 국희와 진심으로 통했던 친구는 미구엘 뿐이었던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