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의 해부 / Anatomy of a Fall

2023 / Justine Triet / IMDb
★ 4.2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수작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냥 영화를 잘 만드는 사람이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관객을 영화로 끌어들여 함께 사건을 되짚어보게 만드는 능력이 좋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눈치채지 못할만큼 그런 관찰자의 시선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영화 초반에 이어 중반에 반복된 음악 덕분에 잠깐 영화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시간 순이면서도 플래시백때문에 시간 순이지 않은 것만 같은, 그 적절한 밸런스가 좋았다.

아무리 해부를 하고 난도질을 해도 세상에 “진실"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관계와 사회가 켜켜히 쌓여 뒤를 돌아봤을 때 비로소 “진실” 비스무리한 것으로 사건을 종결시키고, 그게 그냥 “사회적 진실"로 굳혀져버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좀 더 명확한 “사회적 진실"일지, 존재하지 않는 “진실"이란 것에 수렴해가는 과정 그 자체인지 문득 궁금해졌다.

그린나래미디어 챌린지로 본 마지막 영화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애프터썬>보다 영화적인 만듬새가 좋은데, 여전히 <애프터썬>에 마음이 쓰이는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