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과 상상 / Wheel of Fortune and Fantasy
posted on 2024.09.28
2021 / Ryûsuke Hamaguchi / IMDb
★ 3.8
지금까지 본 하마구치 류스케 작품 중에 가장 흥미로웠다. 3개의 단편을 이어붙여 우연과 상상을 변주해 나간다. 포스터에는 세 번째 장면만이 인쇄되어 있기에, 사실 단편으로 구성된 줄도 몰랐다. 도대체 그 둘은 언제나오는거야? 생각하며 기다렸는데, 아주 잘못된 생각이었다. 형식과 시선이 아주 일본의 누벨바그였다.
몸과 머리와 마음을 배배 꼬며 봐야했다. 주인공들이 난처해지는 순간들이 여럿 있는데, 그걸 그저 스크린 밖에서 지켜보는 느낌이 아니라 나도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는 일행같이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흠칫하며 인물들의 눈치를 봐야할 것만 같은 시간도 있었다. 관객을 영화로 끌어들이는데 아주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고 흥미롭고 생각해봄직 하지만, 뭔가 마음 깊숙히까지 들어오는 느낌은 아니었던터라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따금씩 (예를 들어 메일을 작성하며 받는 이를 수기로 타이핑하거나, 오랜만에 반가운 이의 얼굴을 마주쳤을 때) 이 영화가 생각날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럼 깊숙히 들어왔다고 봐야하는 것인가.
아직 보지 못한 하마구치 류스케의 영화들이 많은데, 남은 올해동안 찬찬히 들여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