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터슨 / Paterson

2016 / Jim Jarmusch / IMDb
★ 3.5

잘 만든 영화인게 느껴지지만 나와는 핀트가 맞지 않는 영화들이 있다. 이 패터슨이 그런 영화였다.

닮은 감독들과 영화들이 주구장창 스쳐지나갔는데, 그들이 패터슨과 짐 자무시를 닮은 것인지, 이 영화가 그들을 닮은 것인지 문득 궁금해졌다. 서로 다른 공간과 시간과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데 비슷한 호흡으로 비슷한 생각을 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게 바로 지구촌 한마을..?

영화가 끝날 때까지 미쳐버린 광인의 1인 상상극일까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던지. 끝까지 영화를 보고나서는 내가 얼마나 영화로부터의 자극에 절여져 있는 사람인지 좀 반성하기도 했다. 근데 또 완전히 나만의 잘못이라고 하고싶진 않다! 이창동을 계속 떠올렸는데, 그가 유려하게 서사를 풀어나간다면 짐 자무시는 불규칙한 패턴으로 소리를 내는 저음의 악기처럼 미세하게 신경을 긁는 재주가 있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날이 서 있었고, 그 예민함이 자꾸 영화를 의심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손글씨 폰트도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었다. 실제 노트에 적히는 폰트와 화면으로 보여지는 폰트가 다른게 맞는지, 스팟에 따라 달라지는게 아니라 모든 알파벳이 각각 같은 형태를 보이는 디지털 폰트가 맞는지에 매몰되어 막상 내용에 집중을 못하기도 했다. 어쩌겠어, 타이포그래피에 원체 관심이 많은 것을..

그린나래미디어 챌린지로 보게 된 네 번째 영화였다.

챙피하게도 처음 본 짐 자무시의 영화였다. 그의 다른 영화들은 어떤 느낌일지 무척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