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썬 / Aftersun

2022 / Charlotte Wells / IMDb
★ 4.0

영화가 끝나고나서 찾아오는 고독과 먹먹함이 컸다.

많은 관객들이 비슷한 감정을 느낀데는 영화 속 주인공 캘럼이나 소피가 가엽거나 안스러워서라기보다 그들에게서부터 우리의 과거를 봤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나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놓쳤는가, 잊어버리고 살았는가, 그리고 극복했는가.

게다가 그 순간들을 놓치지 않았는데도, 상대를 충분히 생각하고 있는데도 위로가 되지 않는 고독과 우울이 있어서 더 먹먹해졌다. 나의 최선이 부족했던 것인지, 이미 상대는 도달할 수 없는 커다란 어둠에 잠식당해 어쩔 수 없던 일이었던 것인지. 정답을 알 수도 없고 결과를 되돌릴 수도 없어 나 역시도 어둠으로부터 도망치는데 급급하다.

누구나 자신의 얘기를 하고싶어 하지만 그런 개인적이고 사사로운 이야기를 제3자에게 귀기울여듣게 하는 것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샬롯 웰스 감독은 참.. 너무 영리하고 진득하다. 몸을 숙여 가만히 듣고싶어 진다.

한 여름의 짧은 소도시의 여행에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떠올리고, 해결되지 않는 상실에 대한 의문에서 <환상의 빛>을 떠올렸다. 다만 <애프터썬>은 그저 <애프터썬>일뿐이다.

그린나래미디어와 왓챠의 콜라보로 9월 한달동안 그린나래미디어의 수입작을 보는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다. 그 첫 시작으로 고른 영화였는데, 뜻밖의 감정의 홍수에 마음을 진정시키기가 좀 어려웠다.

퀸과 데이비드 보위가 함께한 Under Pressure를 이렇게 슬프게 들었던 적이 있던가. 해결되지 않는 미안함에 잠을 뒤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