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소마 / Midsommar

2019 / Ari Aster / IMDb
★ 3.9

이렇게까지 아기자기하고 서늘한 호러라니.

정말 아리 애스터 감독은 어떤 사람인걸까. 어떤 생각을 하고,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며 살면 이런 <미드소마>나 <보 이즈 어프레이드>같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creepy하다기 보단 경이롭다.

하도 어마무시한 후기들이 많아 무척 궁금했었다. 아무래도 호러물은 여름이 제격일 것 같아 2024년 여름의 막차로 선택한 영화였다. 역시 믿음을 배반하지 않는 영화.

미드소마는 너무 친절한 영화다. 계속해서 상냥하고 나긋하게 다음에 나올 일들을 알려준다. ‘설마’ 일어나겠어싶은 일들이 계속해 일어난다는게 문제라면 문제일까.

머리에 인장처럼 박혀버려 절대로 떼어내지지 않는 트라우마들이 있다. 트라우마를 후벼파다가 결국엔 머리가 돌아버리는, 어느 근대단편소설의 흐름과 맞닿아 있는 느낌이었다. 이상한 말이지만 나도 이따금씩 미쳐버릴만큼 상처에 소금이 뿌려질 때 그 아픔을 극한으로 확장시키는 상상을 하곤 한다. 그래서 이 상상들이 creepy하지 않았던 것 같다. 괴로움이 허우적대다 잠시 딴길로 새는 것도 괴로움을 극복하는 방식 중 하나라는 것을 이해하기 때문에.

그래서 결국 오대수는 울었던걸까 웃었던걸까. 대니도 울까, 웃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