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 / Victory
posted on 2024.08.15
2024 / Beom-su Park / IMDb / KMDb
★ 3.1
아쉬움이 여러 부분에서 남는다.
뉴진스가 끌어올린 필카 필터 풍이 가득한데, 어쩌면 그 뿌리가 에드워드 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정말 필름의 시대여서가 아니라 빛과 사물의 배치가 그랬다. 여러 대만과 일본의 청춘물이 생각나기도 하고, 여러모로 좋다는 매체들에서 많은 것들을 차용해온 느낌이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의 매력을 발산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 빌려온 형식과 멋이 본인을 더 멋지게 만드는데 사용되어야 하는데, 그냥 흘러가는 강물에 튜브 하나만 놓고 올라탄 느낌이라 감흥이 덜했다. 카피도 주체적이어야 하는데.
강약의 조절이나 흥이 나지 않는 편집과 구도, 그리고 서사의 빌드업도 아쉬웠다. 이따금씩 튀는 고증도 아쉬웠다. 고등학생을 벗어나지 못하는 혜리의 캐릭터 소모도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밉지만은 않았는데, 그건 나의 아주 개인적인 서사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었다. 신거제대교가 막 오픈하려는 때, 메일을 통해 전달받던 거제의 향기를 동경하던 것. 멋들어지게 춤 한 번 춰보겠다고 공간만 있으면 틈날 때마다 합을 맞추던 명신 지학반 친구들. 두모에서 출퇴근을 하러 북문을 통과할 때마다 마주치던 노조분들. 그냥 이런저런 나의 추억 여행 버튼을 마구 누르는 영화라.
덕분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 클릭비의 영스트리트 시그널로 사용되던 <DAGAWA>와 <백전무패>가 생각나 헬스장에서 한참을 뛰었다.
그나저나, 봉구목소리까지 연기한 이미도씨는 출연료를 떠블로 잘 받으셨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