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여들의 히치하이킹 / Lazy Hitchhikers' Tour de Europe

2013 / Ho-jae Lee / IMDb / KMDb
★ 3.2

솔직히 좀 실망스러운 점도 많았다. 근데 그게 “왜"인지 스스로 잘 정리가 되지 않아 그냥 알 수 없는 나의 헤이터적인 모습이 나온건가 괴롭기도 했다. 사람이 누군가에게 기대기도 하고 자신의 어깨를 내어주는 것이 인간을 더 발전시키는 원동력이겠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민폐"로 가게된다 생각하는데 이 영화가 그 경계에 아슬하게 걸쳐있다 생각되서였던 것 같다. 청춘인데 뭐 어때라고 치부하기에는, 누군가는 이 영상을 보고 영향을 받아 같은 길을 걸어갈텐데 사회적인 역할에 있어 너무 무책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나와 동년배들이, 그리고 나도 비슷한 시기에 유럽에서 열심히 호스텔월드를 뒤지며 숙박을 했었기 때문에 시시콜콜한 웃음이 날 때가 있었다. 그 시절엔 가이드북을 보며 여행을 배웠는데, 요즘 20대는 유튜브를 보며 여행을 배우니 벌써 라떼는이 되어버린 여행이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 형태가 어찌되었건 받아들이게 되는 문화적 충격은 같은 것 같지만.

노동을 하며 돌아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구걸을 하며 돈을 벌어 항상 좋은 기후가 있는 곳으로 이동해 머무는 홈리스의 일년을 상상해본 적이 있다. 대단한 코어가 없어 글쓰기로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디지털 노마드라는 단어가 일상의 단어가 된 것처럼 세상 어딘가에 실제로 존재한다 해도 놀라지 않을 것 같다.

런던에서의 정착을 버리며 시작된 여행기가 없었다면 영화가 어떻게 마무리되었을지. 결국 이들이 영상판에서 다 한 사람의 몫을 다하고 있을지, 근황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