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 종의 전쟁 / War for the Planet of the Apes

2017 / Matt Reeves / IMDb
★ 4.1

너무 좋은 점이 많은 영화였다. 트릴로지의 첫 시작이었던 <혹성탈출:진화의 시작>을 뛰어넘는 시퀄들이 나올 수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비견할만큼 좋았다.

영화의 시작에 앞선 두 개의 영화를 압축해 보여주는 타이틀이 정말 좋았다. 그리고 그 타이틀에서 이어지는 샷의 구도가 정말 좋았는데, 헬맷에 쓰인 글귀와 닉네임으로 단숨에 이 혹성으로 퀀텀점프해 나도 무리를 뒤따라가는 느낌이었다. 문자가 사라져버리고 있는 영화 속 현재의 상황과 맞물려 문자가 주는 축약적인 이미지와 메시지가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눈에 띄게 좋았던 것은 카메라와 음악이었다. 숲을 헤쳐가는 부대를 위에서 부감으로 찍거나, 숲으로 다시 돌아가거나 숲을 빠져나오는 유인원들을 옆에서 따라가며 찍는 등 와 어떻게 이렇게 미장센을 만들었지 하며 감탄했다. 그리고 튀지 않으면서 몰입에 부스터 역할을 하는 음악 역시 너무 인상깊었다. 영화를 보면서 정말 가슴이 두근거렸다.

수많은 크라우드를 어떻게 변주하며 만들었지, 로토스코핑은 어떻게 한 것이지, 물이나 불같은 유체와의 인터랙션 역시 미쳤다 생각이 들정도로 VFX의 만듬새도 너무 좋았지만, 이따금씩 어색하게 느껴지는 장면들도 더럿 있었다. 웨타가 아니면 누가 만들 수 있었을까 싶으면서도, 그래서 조금 아쉬움이 남는 포인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레딧을 천천히 읽으며 정말 자랑스럽고 존경이 차올랐다. 나도 누를 끼치지 않게 잘 해야하는데..

너른 호숫가로 이동한 부락을 보며 아주 맨 처음의 <혹성탈출>을 떠올렸다. 올해 개봉한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에서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도 알게 되었다. 여러모로 시리즈에 있어서 야무진 살림을 하면서도 스스로의 위용을 뽐내는 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다.

한국에서 혹성탈출이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네이밍 역시 일정 지분을 차지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다음 시리즈가 무척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