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용문객잔 / Goodbye, Dragon Inn

2003 / Ming-liang Tsai / IMDb
★ 4.0

<차이밍량 행자 연작>을 읽고 내친김에 보게된 영화다. <애정만세>와 고민했는데 이 영화가 러닝타임이 더 짧다는 서태웅 식의 이유로.

행자 연작으로만 차이밍량을 접했던 관객으로서 정말 충격적이었다. 영화가 시작한지 몇 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미장센에 홀려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빛과 색, 구도와 움직임,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빗소리가 정말 예술이었다. 수평이 맞지 않은 구도인데 어느 미술관에 걸린 명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숨이 멎는 아름다움이었다. 에드워드 양 감독도 그렇고.. 도대체 그 시기 대만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영화관에 머물다 떠나는 인물이 실존하든 실존하지 않든, 영화관이 문을 닫든 닫지 않든, 우리는 이렇게 스크린 앞에 앉아 영화를 만난다. 영화라는 존재의 역할과 확장성이 피부로 와닿았다.

내가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것에 대한 찬사를 표현한 80분 남짓한 시간. 20년이 훌쩍 넘었지만, 그 찬사에 나도 공감을 한 표 던질 수 있게되어 영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