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랜드 / Wonderland

2024 / Tae-yong Kim / IMDb / KMDb
★ 3.5

크랭크인을 시작했을 때부터 화제를 모았지만, 이렇게 극장에서 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줄이야. 극장에 걸리고 있지 못하는 코로나 전후의 영화들을 생각해보면 그것만으로도 다행으로 느껴진다.

시간이 너무 흘러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이 전혀 아닌게 되어버렸다. 온갖 LLM 모델이라든가 Rendering, Generative 기술을 짬뽕시키면 어색하나마 초창기 버전을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분야간의 기술 격차로 인한 몰입이 방해되진 않았다. 먼 미래가 아닌 요즘 세상에 등장할 법한 이야기란 생각에.

누군가는 초반이 너무 루즈해 아쉬웠다 했는데, 난 되려 반대였다. 뒤로 갈수록 주제는 모아지지만 만듬새에 있어 영화가 집중력과 뚝심을 잃어가는 것 같아 초반의 흐름이 이어졌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더불어 전개의 속도나 감정의 속도가 더딘 감이 있어 아쉬웠다. 꽉찬 느림이 아니라 텅빈 느림이라 이따금씩 지루해질 뻔 했다. <아일랜드>라든가 <그녀>같은 영화들을 생각했는데, 좋은 영화를 가르는 미묘한 차이가 그런 센스에서 오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흡입력이 있고 흥미로워 더 아쉬움이 남는.

상실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과정은 인간에게 무척이나 괴롭지만, 반드시 대면하고 극복해야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는 것. 상실이라는 감정마저 기술에 기대어 해결받고 싶어하는 미래가 오지 않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