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 Kingdom of the Planet of the Apes
2024 / Wes Ball / IMDb
★ 4.0
멋지다 정말!
사실 챙피하게도 이전의 혹성탈출 시리즈는 푸티지 몇개로만 보고, 제대로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번에 개봉하는 시리즈를 보기 전에 이전 작품을 정주행할까 고민했지만, 정말 좋은 영화라면 이전 영화와 연결이 스무스하면서도 새로 유입되는 관객에게도 친절한 영화이기에 후자를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아주 짧은 몇 문장의 소개글만 읽었음에도 영화에 빠져드는데 전혀 무리가 없었고, 되려 이전 작품들이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뜨내기 풍미가 거의 희미한 영화였다. 극장에 걸린 메이저 외화에서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기도 했다. 생각과 고뇌에 빠지게 만드는 주제들이 무심히 던져지는 순간도 여럿이었다. 혹자는 <반지원정대>가 디스토피아 이후의 <아바타>같은 현실에서 겪는 어드벤쳐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되려 두 영화들보다 더 깊숙히 친해질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누군가에겐 포비아로 느껴질 수 있는 개체에 단 몇 분만에 매료되게 만드는 능력이 탁월했나 싶기도 하다. (누가 만든거야 정말? 하하!)
카메라 depth가 전반적으로 굉장히 좋게 느껴졌다. 덕분에 울창하고 거대한 자연 속을 나도 함께 떠도는데 나뭇잎 하나하나가 실감나게 느껴졌다. 어디까지가 실사고 어디까지가 모델을 얹은건지 헷갈리기도 했다. 회사에서 이 영화를 wrapup하며 보낸 메일에 따르면, 영화 전체 샷 중 VFX가 들어가지 않은 샷은 38개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제 FDLS를 구식이라 하지만, 이 정도의 퀄리티를 내놓다니 더 좋은 기술이 들어가는 <(아바타3)[https://www.imdb.com/title/tt1757678]>는 정말 얼마나 좋을까? 카메라 워크, 라이팅, 페이셜 모션, 시뮬레이션, 컴포지팅 정말 예술 그 자체로 간만에 눈이 즐거운 시간이었다. 장엄함을 함께 꾸며가는 사운드도 좋았다. 극장을 나오는데, 정말 너무 자랑스럽기도 하고, 아직도난 너무 모자란 사람이기에 회사에서 더 많이 배우고 싶단 생각을 하기도 했다.
다시 평화가 찾아왔을 때, 소중한 사람을 망원경으로 데려가 우주를 보여주는 것. 우리가 치열하게 사는 모든 모티베이션은 어쩌면 거기서 시작하지 않았을까.
같은 실수를 끝없이 반복하는 우리들. 그런 우리에게도 희망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