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색 / No Form

2012 / Ming-Liang Tsai / IMDb
★ 3.3

전주영화제의 메인이벤트처럼 느껴진 행자 연작 상영이 있었다. 그 중 차이밍량 감독이 GV를 진행하는 <무색>, <행자>, <몽유>를 묶어 상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시장 한 가운데 설치한 카메라와 그 앞을 천천히 걷는 배우. 그 사이를 스쳐 지나가기도, 가만히 서서 구경하기도 하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 그들의 초상권을 생각하면 요즘 시대에 나올 수 있는 영화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화장실을 가는 것인지 상영 도중 상영관을 조용히 고개 숙이고 걷거나, 뛰어 나가는 인물들이 영화를 완성시키는 느낌이었다. 행자 연작을 미술관이 아닌 영화관에서 보는 맛이었달까. 나중에 GV에서 같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어 흠칫 놀라기도 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생각하며, 관찰 카메라의 어려움에 대해 생각했다. 카메라라는 변수가 등장함으로서 세상에 존재하는 진짜 행자는 영원히 포착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는 생각. 영화라는 매체의 존재와 기능으로까지 생각이 이어져간다.

GV에서 겪은 차이밍량 감독은 정말 말이 많은 사람이었다. 굉장히 열정적이고 프로액티브한 사람이었다. 그가 추구하는 미학과 영화적 체험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하고싶은 말이 많은 사람이 이렇게 고요한 영화들을 만들었다는게 놀랍다. 이 말을 GV에서 질문을 던지는 첫 아이스브레이킹 멘트로 썼는데, 감독도 관객도 모두 깔깔하는 순간이 되기도 했다.

문성경 프로그래머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GV 진행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본인 스스로도 궁금한게 많아 질문을 잔뜩 준비해왔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관객에게 양보했다. 단순히 단방향적으로 떠나는게 아니라 다시 돌아와아만 하는 삼장법사에 대한 질문도 꽤나 감명깊었다.

작년 전주영화제에서 느꼈던 이강생 배우의 이미지보다도 훨씬 강렬한 느낌의 이강생을 만났다. 토요일에 배우와 감독 그리고 일반관객들이 함께한 길거리 행자 이벤트를 보지 못하고 온게 아쉬울 따름이다.

처음 보게된 차이밍량 작품이었다.

시놉시스

타이베이. 샤오캉(이강생)은 쌀국수 가게와 야시장을 지나 하얀 공간으로 걸어간다. 그가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이 영화는 본래 휴대폰 광고로 제작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제품은 등장하지 않는다. 또한 마카오에서 개봉한 영화와 달리, 제품은 매대에 진열되기도 전에 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