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 / Sleepwalk
2012 / Ming-Liang Tsai / IMDb
★ 3.2
전주영화제의 메인이벤트처럼 느껴진 행자 연작 상영이 있었다. 그 중 차이밍량 감독이 GV를 진행하는 <무색>, <행자>, <몽유>를 묶어 상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몽유는 비엔날레를 위해 설치된 작품 공간에서 촬영되었다 한다. 이상하리만치 무덤 속을 걷는 사람의 모습같이 느껴졌다. 가보지 않은 진시왕릉같은 느낌도 있고, 무령왕릉의 벽돌아치를 떠올리기도 했다. 게다가 공간 밖 차 소리, 빗 소리가 오버랩되어 좀 더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던 것 같다. 나중에 GV에서 말이 나오길, 승려복 속에 마이크를 차서 이강생 배우의 숨소리가 녹음된 것이라 한다.
거울에 비쳐 우리를 보는 것만 같은 이강생 배우의 앞뒷모습을 보며 영화는 끝나버린다. GV에서도 던진 질문인데, 앞서 본 <무색>도 이 영화도 배우가 카메라를 빤히 응시하는 것이 인상깊었다. 그의 얼굴이 포커스되어서가 아니라, 관객이 스크린을 거울삼아 자신의 얼굴을 보게되는 것 같단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영화에서 삶의 무게라는 고통을 읽었고, 그래서 영화가 끝난 뒤 스크린이라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고통 속에서 어쨌거나 하루 하루를 견뎌 나가는 나 자신의 모습이기도 했다. 이렇게 걷기만 하는 영화의 시작과 끝맺음을 어떻게 결정하는지, 그게 무척 궁금했다.
서사가 빠진 영상에서 영화를 느껴야한다는 괴로움이 조금 있었다. 같은 주제를 풀어내는 다른 스타일의 영화들을 생각하기도 했다. 영화란 무엇인가.
시놉시스
2012년, 타이완의 건축가 마이클 린과 랴오웨이리는 차이밍량 감독에게 베니스건축비엔날레에서 전시할 단편 영화 제작을 요청한다. 타이완에서 열린 비엔날레 프리뷰 전시의 공간을 활용해 행자가 등장하는 <금강경>과 <몽유>라는 두 편의 단편 영화를 만들었고, 감독은 밥솥에서 피어오르는 김을 바라보며 마지막 숨을 내쉬고 죽어가던 모친의 얼굴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