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텍사스 / Paris, Texas

1984 / Wim Wenders / IMDb
★ 4.3

4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세련되게 느껴지는 서사, 색감, 촬영, 편집, 음악. 영화의 모든 리듬이 생동하며 왜 이 영화가 걸작인지 스스로 증명한다.

전주영화제에서 허진호 감독이 큐레이팅한 J스페셜클래스로 관람하게 되었다. 이 멋진 걸작을 리마스터링된 화질로 커다란 스크린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감탄하며 보게되어 행복하단 생각을 했다. 끝나고 이어진 GV가 시큰둥할 정도로 영화가 압도적으로 좋았다.

이질적인 두 공간이 합쳐진 제목부터 괴랄한 영화일 거라 생각했는데, 오프닝도 그렇다. 영화를 보다보면 프랑스와 미국의 합작이 아닌 텍사스에 위치하는 지역인 파리를 지칭한다는 것을 알게되는데, 그 엉뚱한 방식이 영화와 닮아있단 생각을 했다.

청록색의 사용이 기가막히다. 거기에 살짝식 얹어지는 붉은 계열의 색들이 멋들어진다. 오리지널이라 생각해온 왕가위크리스토퍼 도일의 미장센도 어쩌면 빔 벤더스로비 뮐러로부터 시작한 거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아직도 보다 만 <베를린 천사의 시>에 너무 데어서 빔 벤더스의 작품들을 들여다 보지 않았었는데, 로드무비 3부작을 진작 봤었어야 했구나. 미리 접했다면 이 <파리, 텍사스>로 color scheme을 뽑아보는 건데 하는 아쉬움이 강하게 남는다. 붉은 의류의 변주 역시 인상 깊다. 결국 분홍 스웨터와 검은 의상으로 이어지는 흐름 역시 머리를 지끈하게 만든다.

유럽 사람이 미국에서 찍은 현대판 서부극이라니!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 중 몇 명이나 여전히 살아 영화를 하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시놉시스

<파리, 텍사스>는 빔 벤더스의 전작 중 가장 잘 알려져 있고 국제적으로 성공한 영화로 꼽힌다.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으며,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비롯한 주요 국제 시상식에서 연달아 수상한 바 있다.

전주영화제 공식 리뷰

빔 벤더스는 자신의 많은 영화가 스크립트 대신 지도와 함께 시작된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꼭 <도시의 앨리스>(1974), <잘못된 움직임>(1975), <시간의 흐름 속으로>(1976)의 여행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그의 영화는 언제나 다소간은 로드무비였다. <파리, 텍사스>의 트래비스는 처음에는 자신이 무얼 찾고 있는지,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른 채로 멈추지 않고 길을 걷는다. 그의 실존적이고 공허한 방황은 비로소 아들과 함께 아내를 찾아 나서며 뚜렷한 목적을 지닌 여정으로 바뀐다. 이제 이 여행에는 끝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끝에는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트래비스와 가족들이 다 같이 거실에 앉아 슈퍼 에이트로 촬영된 홈무비를 보는 장면을 좋아한다. 홈무비에 담긴 사적인 삶 속에서 그들은 카메라를 향해 웃고, 손짓하고,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고, 포옹한다. 벤더스의 모든 필모그래피를 통틀어 가장 큰 감정을 일으키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허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