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영재 형주 / Journeys in Math and Genetics

2024 / Chang-hwan CHOI / KMDb
★ 3.3

올해 전주 영화제에서 첫 관람작이었다. 예고편이 좋아 기대가 되었는데, 기대를 뛰어넘게 좋진 않았다. ‘전주영화제 상영작’이라는 타이틀과 딱 궤를 나란히 하는 느낌이었다. 뭐가 불만이었나를 생각해보면, 영화에 좀 덕지덕지 붙은 군더더기가 거슬렸던 것 같다. 타이틀에 붙은 수학영재를 보고 진작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기하학과 생물학을 본격적으로 언급할 땐 특히나… ‘보이는 것보다 많이 가지고, 아는 것보다 적게 말하라’라는 셰익스피어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경북의 제작지원을 받아 경북과 대구 곳곳에서 촬영된 것처럼 보였다. 동문치킨에서 치킨을 픽업했는데 ‘삼미통닭’을 사왔다고 말하는 것 같아 잠깐 으잉하는 순간이 있긴 했지만. 모두가 잠들고 고요한 대구의 어느 시내를 달리는 스케이트보드의 소리가 달콤하게 들리기도 했다.

결과적으로는 상실을 극복하기 위해 의도치 않았던 이들이 유대하며 아픔을 극복해 나가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수와 형주도 훗날 그 어른들처럼 지금 이 순간을 잘 추억하게 될 지도 궁금해졌다.

영화 상영 후 GV가 있었는데 무척 아쉬웠다. 영화는 그렇게까지 별로인건 아니었는데, 마치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humble한 소개 정도가 아닌 부끄러운 작품으로 소개하는 것 같아서. 그들끼리의 친밀함이 그 안에서만 맴돌아 관객들과 단절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아무런 질문이 나오지 않았던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결국 아버지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는데, 배우들도 모른채 촬영을 진행했다 한다. <맘마미아>처럼 그 사실이 정말 중요치 않고 과정이 중요하다 생각하지만, 그래도 너무 영화가 갖는 철학이 아무 것도 없고 될대로 되라 식이었나 싶어 좀 실망스럽기도 했다.

곽민규 배우가 다른 것보다도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영화로 밥먹고 사는 세상이 되었음 한다는 말을 했던게 기억에 남는다. 부디 그런 세상으로 향하는 길에서 우리가 걸어가고 있는 것이기를 바라며.

시놉시스

16살 수학영재 형주는 엄마의 죽음 이후 자신의 아버지가 생물학적 아버지가 아니라고 의심을 하게 되고 몰래한 친자 확인 유전자 검사에서 친부가 아니란 걸 알게 된다. 혼란에 빠진 형주는 자신의 수학적 능력을 이용해 생물학적 아버지를 추리해 나가고 단짝인 지수와 함께 친부를 찾는 여행을 떠난다.

전주영화제 공식 리뷰

“나는 수학을 믿는다. 교과서뿐만이 아니라 온 우주는 수학으로 설명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인생엔 그닥 도움이 되지 않는다.” 초반에 등장하는 형주의 독백은 시종 웃음을 머금고 보게 되는 영화 <수학영재 형주>의 줄거리를 요약해 준다. 16살 수학 영재 형주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세상만사에 수학적 기호를 들이대지만 항상 실패한다. 특히 엄마의 이른 죽음은 형주에게 큰 충격을 줬고 세상에 대한 의문부호가 더 많이 생기게 했다. 유전자 검사도 엄마의 유전병 DNA를 물려받은 자신의 유전자에 대한 의문에서 비롯됐다. 충격적인 결과를 받은 형주는 엄마의 일기를 뒤져 결국 세 명의 아버지 후보를 알아내고 그들의 유전자를 채취하기 위한 여정에 오른다. 수학을 철저하게 신봉하는 형주는 삶에서 오류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순수한 열여섯 소년으로서 지극히 당연한 이 무오류의 신화는 세 남자를 만나면서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어쩌면 형주에게 이 여행은 성장하는 과정이자 자신의 삶에서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형주를 연기한 정다민 배우와 여러 독립영화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던 김세원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아버지 후보 중 하나로 나온 가수 김일두가 대표곡 ‘문제없어요’를 부르기도 한다. (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