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모든 / All the Long Nights

2024 / Shô Miyake / IMDb
★ 4.1

이야!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본 영화 중 가장 재밌게 본 작품. 개막작이기도 했는데, 나는 둘째날 전주대담GV로 관람하게 되었다.

조건 없는 도움에서 느껴지는 기쁨들. 중소기업 행복편. 부딪히고 공감하고 만나고 이별하는 과정에서 몰입을 놓은 순간이 없었다. 잔잔하게 흘러가는데도 탄탄하게 줄을 잡아당기고 있는 느낌이 신기했다. 적절한 양의 유머도 유지한다. [미야케 쇼]((https://www.imdb.com/name/nm4999608) 감독의 성장이 괄목하게 피부로 느껴지는 것도 놀랍다. 공교롭게도 작년 무주영화제에서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을 보고나서도 남다은 평론가와 미야케 쇼 감독의 GV에 참석했었는데, 이번 GV도 두 사람이 함께하는 GV였다. 작년 대담에서는 영화는 만족스러웠지만 대담 자체는 실망스러운 편에 가까웠는데, 이번엔 완전히 달라진 느낌이었다. 물론 아직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만큼 열렬한 팬인 것은 아니지만, 다음에 미야케 쇼 감독의 새 영화가 개봉한단 소식을 들으면 관심을 갖고 찾아볼 것 같다.

다시 생각해봐도 두 주인공의 이성적 사랑을 배제하고, 인간적인 연대를 유지하는 솜씨가 놀랍다. 기업의 문화나 개인의 예절을 보며 참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 대해 잠깐 다시 생각해보기도 했다. 되려 GV를 하며 성적인 것들에 있어 부끄러움을 갖는 정도가 그나마 한국과 일본의 비슷한 면모 중 하나인걸까 싶기도.

어느 순간 가디건을 벗어두고 회사 자켓을 입고 있는 야마조에. 아직 남아있는 불씨가 희망적인 수준의 양인 사람들을 그린 영화. 정말 꺼지기 직전의 불씨를 가진 이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문득 타마플라자에서 출발해 아자미노를 넘는 아오바구 자전거 라이딩이 하고싶어졌다. 일본 쿨타임이 차간다.

시놉시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일을 시작한 후지사와는 PMS(월경전증후군)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고, 구리타 과학이라는 작은 회사에 입사한다. 또 다른 신입 사원 야마조에, 알고 보니 그 또한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 동병상련을 느낀 야마조에와 후지사와는 서로 도우며 마음의 상처들을 점차 치유한다.

전주영화제 공식 리뷰

한 달에 한 번, PMS(월경전증후군) 때문에 짜증을 억제할 수 없게 되는 후지사와는 어느 날, 동료 야마조에의 작은 행동을 계기로 분노를 폭발시킨다. 하지만 야마조에는 공황 장애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두 사람 사이에는 동지같은 특별한 마음이 싹트게 된다.
세계 영화계가 가장 주목하는 작가 중 하나인 일본 미야케 쇼 감독의 신작 〈새벽의 모든〉은 일본 작가 세오 마이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는다. 영화는 PMS 증상을 앓고 있는 후지사와와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야마조에의 우정과 연대를 중심에 놓지만 두 사람이 일하고 있는 직장 구리타 과학의 구성원과 그 주변 사람들까지 꼼꼼하게 묘사한다. 악인이라고 부를 법한 인물이 등장하지 않고, 반복되는 일상의 공간에 매번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며, 시간의 흐름이 어느새 인물 내면에 스며듦을 보여주는 등 〈새벽의 모든〉은 전작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2022)을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많다. 또한 16mm 필름으로 촬영되어 아날로그 감각이 두드러지고, 일상의 사운드 각각에 목소리를 부여하며, 모든 장면에서 빛의 흐름을 지극히 섬세하게 묘사하는 등 이 영화는 미야케 쇼 감독의 시그니처라 할만한 요소들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새벽의 모든〉은 일반적으로 보기에 그리 넓지 않은 세계를 배경으로 삼고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을 담고 있음에도 그 세계가 결코 소소하게 느껴지지 않는 미야케 쇼 영화의 아름다움 또한 품고 있다. 이번 영화의 세계는 후반부 우주에 관한 이야기로 더욱 확장되는 느낌을 준다. 영화 전반에서 인서트 샷으로 계속 보여지는 아름다운 밤 풍경은 우주의 현현처럼 보인다. 구리타 과학의 천체투영기(planetarium) 발표회에서 후지사와의 해설로 들려주는 다음 이야기는 이 영화의 핵심 주제이기도 하다. “아침 없이는 수많은 생명이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밤 없이는 우리는 지구 밖 세계에 대해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밤 덕분에 어둠 너머의 무한한 광대함을 상상할 수 있다.” (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