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 Exhuma
2024 / Jae-hyun Jang / IMDb / KMDb
★ 4.0
장재현이라는 꽃봉우리가 영글어가는 소리.
<검은 사제들>에서 으잉? 했지만 관심이 거기서 멈췄었는데, 이 <파묘>를 보고 <사바하>가 보고싶어졌다면 이 영화는 성공적이라 해야할 것 같다. 이전에도 극을 만들어가는 능력이 예사롭지 않다 생각했는데, <파묘> 역시. 게다가 <파묘>가 정점이 아니라 더 올라갈 일만 남았을 것 같다는 알 수 없는 기분좋음까지. (물론 이런 오컬트 영화를 보고 마냥 기분이 좋지많은 않았지만.)
전반과 후반부에 있어, 전반에서는 대부분의 관객의 호평을 받았지만 후반에서는 사람들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 것으로 알고 있다. 왜 불호인지 이유를 명확히 알겠지만, 난 그마저도 나쁘지 않았다. 비주얼적으로나 오디오적으로 약간의 과한 친절이 덧붙여지긴 했지만, 몰입에 방해가 되는 수준은 아니었다. 영화의 진행 방향이 최고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 해서 그 아쉬움이 이 영화에 대한 혹평으로 돌려지기엔 좀 안타깝다.
다들 해야하는 연기를 피하지 않고 해낸다. 이도현의 연기는 100%를 넘어서 매력이 느껴지도록 좋았던 것 같다. 미술, 카메라, 조명, 로케 등등 영화적 요소에 있어서도 몰입을 방해하는 것이 없었다. 구지 따지자면, 후반부의 크리처가 그닥 무섭게 느껴지지 않아 위협감에 있어서 힘이 조금 부치는 것 같긴 했지만.. 혹평하는 이들이 예를 드는 <곡성>의 외지인에서 느껴지는 서스펜스와 사뭇다른 긴장감이 영화를 조금 느슨하게 하긴 했지.. 영화가 묘사하고자 하는 바가 무서운 크리처가 아니었기에, 거기에 힘을 주지 못했단 생각이 들면서도, 그렇다면 서사의 구성을 좀 다르게 했어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걸어가는 서사가 좋았다. 각 장의 제목이 등장할 때 작은 일본어 단어들이 붙는 것을 보며, 일본 관객이 이 영화를 봐주길 원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끝까지 보니 정말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알 수 없는 서글픔이 밀려들었다. 인생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