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 Picnic
2023 / Yong-gyun Kim / IMDb / KMDb
★ 3.3
노장들이 열심히 매체에 홍보를 다니는 것을 보면서도 사실 크게 구미가 당기진 않았었다. 틀에 박힌 이야기겠거니, 싶으면서도 노장의 힘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공존하는 팽팽한 힘의 균형이 머릿 속에 남아 있었다. 메가박스 빵티에 성공한 덕분에 봐야겠다는 쪽으로 좀 더 기울어져 결국 보고오게 되었다. 아무래도 명절 즈음 개봉하는 이런 영화들로 시작하는 연휴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이상하리만치 영화에서 냄새가 느껴졌다. 누군가에게는 그게 무척이나 사무치게 그리운 고향의 냄새, 조부모님의 향기라 할 수도 있겠지만 내게 있어서는 좀 묘한 감정의 냄새였던 것 같다. 마냥 좋고 그리운 것만도 아니고, 이따금씩은 그 고리타분한 말린 나물의 냄새가 미치도록 신경을 거슬리게 하기도 했다. 비단 영화가 남해의 어느 어촌에서 촬영되어서가 아니라, 나문희 배우의 집으로 나오는 도시에서도 느껴지는 어른들의 냄새였던 것 같다. 어쩌면 그건 완생으로 가는 냄새가 아니라 죽음에 가까운 냄새라 생각해 거리를 둔 것 같기도 하다. 여튼, 그 냄새 때문에 두 시간의 러닝타임을 어떻게 견디지, 좀 두려워지기도 했다.
생각보다 영화는 과하지 않았다. 완전히 선 안쪽으로 걷는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른들의 넉살로 선을 살짝 넘겼다 들어왔다를 반복하며 기분 나쁘지 않은 밸런스를 맞춰 나간다. 연기 귀신들이 어딜 갈까! 특히나 김영옥 배우님의 뭉개지는 발음이 너무 실감나 놀랐다. 나문희, 김영옥 배우 두 분 다 성우 출신의 또렷한 딕션으로 유명하신 분들이라 더 놀랐던 듯 하다. 사투리 때문인지, 연세 때문인지, 서로 살아오고 생각한 바가 달라 그런지, 반만 알아들을 수 있었던 내 조부모님의 목소리가 생각나곤 했다. 의도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아이러니하게 그런 점들이 좀 뭉클하곤 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달력 뒤에 적은 손글씨였다. 우리나라 영화들은 노년이거나, 조금 아프거나, 그런 한글에 서툰 사람들의 글씨를 획일화된 아이 글씨로 퉁치는 경우가 있다. 사실 완전한 아이의 글씨도 아니라, 성인이 아이를 흉내낸 글씨라 더 신경이 쓰인 것 같다. 차라리 완전하게 아름다운 멋들어진 서체였다면 어떨까, 그런 아쉬움이 남았다.
그나저나, 크레딧의 이곳저곳에 등장하는 팽현승씨가 궁금하다. 처음엔 성이 특이해 눈길이 갔는데, 크레딧의 곳곳에 등장하는 바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