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 죽음의 바다 / Noryang: Deadly Sea
2023 / Han-min Kim / IMDb / KMDb
★ 3.5
드디어 길었던 시리즈가 끝났다. 명량이 2014년에 나왔으니 장장 10년에 걸친 작업이었을텐데, 지금은 후련한지 아쉬움이 남는지 스탭들의 심정이 궁금하다.
명량, 한산, 노량에서 한 인물을 서로 다른 배우가 서로 다른 시간을 연기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모두 진중한 이순신을 그리지만 영화의 무게와 속도가 달라, 영화로부터 전달되는 메시지가 조금씩 다른 것도 흥미로웠다.
이순신 3부작의 아쉬운 점은 아무래도 만듬새와 영화적 센스. 평타를 받쳐주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머리가 끄덕여지는 인물을 그릴 땐 그 이상으로 더 잘해줬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시리즈를 볼 때마다 무딘 칼로 서걱서걱 사과를 깎고 있는 이미지를 계속 상상했다. 매력이 없다. 두 번, 세 번 다시 돌려보고 싶은 매력과 호감이 부족한 영화. 고증이나 어떤 인물에 대한 애정에 영화적 역량이 몰빵되어 다른 부분들을 신경쓰지 못한, 살림에는 재능이 없는 그런 느낌이랄까.. 나름 신경쓴다고 이번 노량의 중후반에선 일개 군졸의 시선을 롱테이크로 따라가는 시도를 보이기도 했는데, 마치 김밥천국에서 좀 있어보이기 위해 메뉴 중간에 스테이크를 끼워 팔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VFX 작업에 참여한 외국인들은 어떤 마음으로 방망이를 깎았을까, 크레딧을 보며 국적의 경계가 사라져버린 차가운 자본주의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배우들을 알아채지 못한 경우가 더러 있었다. 특히 이순신의 첫째 아들 이회 역을 맡은 배우가 안보현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이무생도 이게 이무생이 맞는건가, 아닌건가를 한참을 들여다봤다. 배우들의 머리를 밀어 놓거나 전투모를 씌워놔서 일거야 라고 치부했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그냥 관객으로서 현실을 새까맣게 잊은채 서사에 완전히 몰입했기 때문에 그랬다는 생각을 했다. 늘어지는 영화가 아쉬웠는데, 막상 그 롤러코스터를 탄 입장에서는 입장료가 아깝지 않게 잘 즐기다 왔구나 하는 생각.
그나저나 <영웅>도 그렇고 <한산>에서도, 그리고 이번 <노량>에서도.. 신기전같은 대량의 화살이 퍼부을 때 프락셀을 받는 것처럼 볼이 따끔했다. 사실 피부과에 갈 때마다 저 영화들을 생각하는데, 그 리스트에 <노량>도 추가..
사실 이 홈페이지의 데이그램은 난중일기와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꽁치가 먹고 싶습니다> 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문득 현충사와 한산도에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네이버맵에 마킹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