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워 킬링 문 / Killer of the Flower Moon
2023 / Martin Scorsese / IMDb
★ 3.9
3시간 26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어떻게 흘러가는 줄도 몰랐다. 개봉일이라 그런지, 새벽 1시가 넘어 끝나는 스케줄인데도 상영관이 사람들로 가득찼다. 앞자리 커플 관객과 옆자리 코골이 때문에 종종 스크린을 벗어나 현실로 돌아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몰입해 봤다는건 그만큼 영화가 좋았단 얘기겠지.
먼저, 영화에 빈틈이 없다. 천천히 고조시키는 긴 호흡의 교향곡같은 영화인데, 모자라거나 넘치는 점이 없다는 것이 신기했다. 배우들의 열연이란 말은 이런 연기들을 두고 하는 말일까, 이렇게 연기해 준다면 제작자로서 제작비가 아깝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따금씩 덜컹거리기도, 평온하기도 한 카메라는 오클라호마로 관객을 끌어당기는데 정말 제격이었다. 마스터샷 없이 마스터샷을 본 기분이 들기도 했다.
영화 중반쯤 세상의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푸른 초원만이 남은 장면이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숨을 죽이게 되기도 했다. 인간이라는 종에 가려진 아름다운 지구의 소리를 만난 기분이었는데, 왠지 모를 태초로의 회귀를 느꼈다. 나는 저 땅에서 태어나지도 않았건만 나의 마더랜드 같다는 느낌을…
말아 올라가지 않고 fade in/out 되는 엔딩크레딧에서 알 수 없는 위엄이 느껴졌다. Physical한 부분을 담당했던 이들의 이름이 한참을 지나고서야 ILM이 VFX를 담당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근데 어느 부분이 CG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하루가 지난 뒤에 생각해보니 폭발이라던가 도시라던가, 꽤나 많은 곳에서 쓰였겠군 싶었다. 영화를 보는 동안은 세트와 시간에 단숨에 몰입되어 정말 그 시대를 찍고 돌아온 냥 치부해버렸던 것 같다. 훗날 되돌이키면 크게 좋아할 영화는 아닌데, 왜 그렇게 몰입을 한건지.
축약된 제목이 아쉽다. 아마.. Killer of the Flower-Killing Moon 에서 후자만 똑 떼어낸 것 같은데, 덕분에 영화와 제목을 연관시키는게 더 어려워졌다.
사건을 회상하며 눈물을 고일 수 있는 이가 말하는 시간들. 2.5자는 본인들의 과거를 이렇게 회상하고, 풀어낸다. 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