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란 / Hopeless
2023 / Chang-hoon Kim / IMDb / KMDb
★ 3.4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이 맞을까.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에서 상념에 빠졌다. 희망이 보여도 끝없이 바닥으로 잡아당기는 능력이 있는 영화들이 있다. <무뢰한>이 그랬고 <만추>도 그랬다. 해가 들어도 스산한 입김이 먼저 보이는 영화. 이창동, 박찬욱을 비롯한 멋진 선배들의 좋은 점들을 잘 배운 영화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다른 작품에서의 송중기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는게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송중기가 이 작품을 선택하고, 배역을 이해하고, 연기한 데는 전혀 문제되는 부분이 없지만 그냥 조금 어울리지 않는 옷같은 느낌이랄까. 스타일링이라도 달랐다면 조금 괜찮았을까. 그에 비해 홍사빈 배우의 연기가 너무 찰떡같아 극으로의 몰입감을 계속 잡아주었다.
필요한 부분을 긁어주는 음악이 놀라웠다. 누구의 작품인지 궁금했는데 강네네 음악감독이라고. 공간과 빛, 카메라 역시 거슬리지 않고 스무스해서 좋았다. 그간 한국 영화에서 보이던 오버피팅되어 반복되는 답습을 탈피한 느낌이었다. 멋져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필요해서 넣는 멋. 생각해보면 에드워드 양 감독은 그 선을 절묘하게 지켜 좋았던 것 같다.
영화는 좀 직유적이지만 심하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전개에 있어서 이야기를 휘어잡지 못하고 유야무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느낌이라 무척 아쉬웠다. 그래서 더 오승욱 감독의 <무뢰한>이 생각났던 것 같다. 영화의 초반부터 끝까지 묵직하게 밀어붙이는 힘이 이 영화에 있었더라면.
누군가의 장편 입봉작. 제작자의 입장에서, 관객의 입장에서 투입된 돈 값을 하느냐에 대해 묻는다면 십분 발휘했다 말할 수 있는 영화라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 선정이 좀 아쉬웠다. 그렇다 해서 딱히 생각나는 제목은 없지만서도.
림스치킨으로 기억될 영화. 그나저나, 나사못도 알뜰살뜰 모아 판매하려는 줄 알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