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 / Sabakan
2022 / Tomoki Kanazawa / IMDb
★ 4.1
롯데시네마 시사회로 개봉 전에 보고왔다. 한국 수입사에서 고등어 서포터즈에 당첨되었지만 서울에 살지 않으니 여간 활동에 참여할 수 없어 아쉬웠었는데, 이렇게 시사회로 미리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원제는 사바캔, 고등어 통조림. 우리나라 응팔처럼 번역된 제목이 길어졌지만 정말 재밌게봤다. 오랜만에 느끼는 예고편으로부터의 성공 예감이 그대로 반영된 영화였다.
좋았던 점들이 아쉬운 점들보다 훨씬 많은 영화였다. 먼저 좋았던 것들.
영화는 구구절절하지 않다. 관객이 피로를 느끼지 않고 되려 한 발 더 나아가 아련할 만큼만 전개한다. 어머니의 사고, 부메랑섬 누나 형의 사연, 귤 아저씨의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지 않는다. 덕분에 세련된 따뜻함이 담겨진 느낌. 그런 의미에서 과하리만치 들어간 초난강의 숏들이 좀 아쉬웠다. 초난강 역시 타케처럼 얼굴이 등장하지 않은채 보이스오버로만 출연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는 대체로 좋은 사람들이 사는 세계를 보여준다. 어린이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세계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좋은 사람들이 가득하다. 덕분에 불편함이나 불안함 없이 온전히 영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어린 시절, 나의 친구들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대단하지 않은 걱정이지만 우리에게만큼은 거대하게 느껴지던 걱정과 고민들로 가득하던 시절. 완성하지 못한 그랜드마트가 떠오르기도 했다.
영화는 집필하는 자전적 소설을 소개하는 액자구조의 형식을 띄고 있다. 딸에게 들려주던 돌고래 이야기,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정보가 액자 속에서 불현듯 떠오른다. 더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기억과 추억들. 덕분에 마음이 쓸쓸해지는 순간이 있었다. 더불어 돌고래섬에 다녀오는 이야기가 어린 시절 이야기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 좋았다. 많은 영화들이 사소한 에피소드로 많은 시간을 낭비하곤 하는데, 이 영화는 그런 함정을 기가막히게 피해간 느낌이었다.
74년생인 초난강이 연기한 히사와 실제 연배가 비슷해서인지, 더 몰입이 되는 포인트들이 있었다. 비록 그는 히사 역을 맡은 아역배우와 너무나 닮지 않아 자꾸 괴리감을 느끼게 했지만.. 오오이즈미 요가 맡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좋은 연기와 좋은 음악이 시너지를 낸 느낌이다. 특히나 아역배우들의 진심이 느껴져서, 응팔에서 느꼈던 것 같은 묘한 아련함까지 느껴지곤 했다.
쭉쭉 자라 다리가 길어진 줄도 몰랐던 여름.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몸과 마음의 성장을 바라보며 미소짓고 있는 줄도 몰랐다. 일본의 어느 감독은 집에 남겨진 아이들의 여름을 보며 <아무도 모른다>를 찍었고, 어느 누군가는 이 영화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