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 Small, Slow but Steady
2022 / Shô Miyake / IMDb
★ 3.3
무주산골영화제에서 미야케 쇼 감독의 GV로 보고왔다. 복싱을 배우고 있는 터라 더 몰입해서 봤다. 케이코 역을 맡은 키시이 유키노 배우를 처음 보는 터라, 진짜 복싱 선수를 캐스팅한걸까? 배우인가? 아리송하게 저울질하며 보기도 했다.
회장님과 케이코가 유사 부녀의 관계에 대해 생각했다. 복싱장이 문을 닫을 때 케이코가 복싱을 그만둘 지 고민하는 것이, 복싱 자체에 대한 회의 때문인지, 본인을 걱정하는 가족들, 복싱장에 대한 애착, 여러가지가 복합적일 거라 짐작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을 믿고 키워준 회장님과의 의리와 아쉬움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래된 복싱장을 보여줘야 하다보니, 굉장히 협소한 공간에서 카메라가 고정된 채 인물들의 움직임만으로도 역동감을 만들어 낸다. 링 위에서 시퀀스 합을 맞추는 긴 샷이 좋았다. 꾸밈없는 진심이 느껴졌다. 후에 GV에서 듣길 감독님도 키시이 배우와 함께 3개월이 넘게 복싱을 배웠다고. 지금은 브라질리언 주짓수로 바꿨지만.
영화 속에서는 첫 번째 실전 경기, 실제 인물의 타임라인에서는 두 번째 시합의 편집이 궁금했다. 영화가 담은 경기 내용은 케이코가 완전히 수세에 몰리며 지는 느낌이었는데, 막상 경기 결과는 케이코의 승. 어떤 의도로 이런 편집을 한 건지 궁금했는데 아쉽게도 GV에서 나까지 질문 순서가 오진 않았다.
도쿄의 도시적인 모습을 원거리에서 정적으로 담아내거나, 마지막 엔딩에서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 실루엣으로 사라지는 케이코를 보며 봉준호 감독의 <마더>를 생각했다.
팬데믹 상황을 고스란히 담은 영화 리스트가 생긴다면, 그 안에 들어갈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 마스크를 끼고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 마스크 때문에 더욱더 의사소통이 어려워진 청각장애인 케이코.
영화는 재밌게 봤는데, GV에서 미야케 쇼 감독의 답변들이 이따금씩 가볍게 느껴져 조금 안타까웠다. 나쁘거나 가벼운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어인 이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