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복순 / Kill Boksoon
2023 / Sung-hyun Byun / IMDb
★ 3.0
드디어 끝내다 길복순!
처음 넷플릭스에 풀리자 마자 보기 시작했는데.. 끝까지 보기까지 거진 한 달이 걸린 것 같다. 오글거리는 대사와 액션을 참아내는 인내의 시간이었다.
다 보고나니, 전반보다는 후반이 나은 영화였단 생각이다. 개연성이 너무 후지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점점 눈감아줄 수 있는 사연이 속속 등장해서일까.
이런 영화를 보면 항상 그런 고민에 휩싸인다. ‘왜 평범히 본인 일을 묵묵히 해나가던 킬러가 갑자기 컬러를 바꿔야 했을까. 왜 평소같지 않게 행동하고 생각할까. 왜 극한까지 가버리는걸까’. 이런 고민이 든다해서 무조건 나쁜 영화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참작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인생을 버티고 버티다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어진 서사의 빌드업이 탄탄한 경우인데, 공교롭게도 이 영화가 포착하는 타임프레임이 킬러가 컬러를 바뀌는 딱 그 순간부터를 담은 것 뿐이구나 생각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영화 스스로가 생각하는 ‘멋짐’에 빠져 그런 서사와 개연성에 할애하는 에너지와 시간을 소홀히 했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희성이라는 캐릭터를 심은 것은 꽤나 영리한 선택이었다 생각했다. 단조로운 이야기를 휘젓고 다니며 구멍을 봉합하는 뱀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문득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에서 느꼈던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길복순은 그 매력이 전혀 없어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막상 그 매력을 글로 정리하려니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나저나 미디어엘이라는 회사에서 VFX를 참여했던데, 후반 액션 CG를 어떻게 했는지 궁금했다. 피의 텍스쳐는 후졌지만.. 여러 액션 시나리오가 한 컷으로 합쳐지는 장면을 어떻게 찍는게 예산을 줄일까 궁금했다. 처음엔 전도연의 virtual double을 만들어 작업하는게 깔끔하고 자유도가 높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크레딧에 작업한 인원과 직책을 보니 CG가 아닌 단순한 비디오 합성같기도 했다. 그게 효과와 가격의 절충안이었던 것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