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윅 4 / John Wick: Chapter 4
posted on 2023.04.12
2023 / Chad Stahelski / IMDb
★ 4.0
영화가 본인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기 때문에, 다른 곁가지들은 신경쓰지 않고 액션 그 자체에만 몰입할 수 있어 좋았다. 이전 존 윅 시리즈를 full로 보지는 못하고 유튜브에서 1~3편을 모아놓은 하이라이트만 보고 갔음에도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영화를 보면서 여러 단상이 스쳐 지나갔다.
- 키아누 리브스가 맡은 존 윅은 말수도 적고, 하는 말도 명확한듯 흘리는듯 그 발음이 생경하다. 한국에서 비슷한 느낌의 배우를 찾는다면 누가 있을까? 장혁?
- VFX보다도 SFX와 로케이션 헌팅에 큰 예산이 들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크레딧을 보니 정말 그랬을 것 같다.
- 맨 몸 액션, 칼, 총, 쌍절곤, 하고 싶은 액션의 종합세트처럼 만들어둔 기분이 들기도 했다.
- 복싱을 배우지 않았다면 그냥 보고 지나쳤을 것 같은데 이젠 이런 롱테이크의 액션이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고작 2분의 시간을 스파링하는 것도 기진맥진인데, 합을 맞추는 절도와 다이나믹함이 살아있는 액션을 하는 키아누 리브스와 견자단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
- 영화가 예산을 아끼면서도 공간의 활용을 극대화하는게 정말 영리해 보였다. 도쿄 국립 신미술관이 오사카 컨티넨탈로 쓰이거나, 파리의 거리를 헤매다 어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서 실제 로케가 아닌 세트에서 촬영하는 트랜지션의 흐름이 끊기지 않고 좋았다.
- 여러 영화의 오마주가 있다는 소식만 들었지 어떤 영화인지는 몰랐다. 다 보고 나오니 그 오마주의 방법이 꽤나 새련된 것 같다. 이소룡의 사망유희를 떠올리게 하는 몽마르트의 계단신이나, 장도리 액션의 올드보이, 그리고 그 마지막을 석양의 무법자로 마무리 짓는 방식도 흐뭇했다. 남을 올리며 나를 올리는 법을 알고있는 사람들 같았다.
- 얼마 전에 뉴욕을 다녀온 덕인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지형 지물이 낯익었다.
- 쿠키 영상은 계속해 반복되는 복수의 꼬리를 목격한 느낌이었다. 카르마란.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데도 이상하리만치 낭만이 느껴졌다. 존재와 복수의 이유가 흐릿해져가는데, 관객의 나 역시도 액션에 몰입한 나머지 폭력과 정당성이 주객전도되는 느낌이었다.
집에서 보지 않고 영화관에서 보게 되어 다행이다. 존 윅의 펀치에서 느껴지는 진동의 소리가 매우 커서 영화관 좌석을 통해 울리곤 했다. 이게 바로 많은 감독들이 언급하는 영화관 경험의 감동인걸까. 탑건 이후로 느껴보는 오랜만의 진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