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염방 / Anita
2021 / Lok Man Leung / IMDb
★ 3.8
2003년까지 달려가는 영화와, 2003년으로 회귀하는 나.
2021년 BIFF에서 예매까지 성공했지만 막상 보지 못하고 대전으로 올라와야 했다. 결국 뉴욕발 서울행 비행기에서 기내 컨텐츠로 보기 시작해 한국에서 마무리지었다. 5부작으로 편집된 버전은 디즈니플러스에서 서비스 중이었지만, 이 2시간 반짜리 영화는 국내에서는 스트리밍되는 사이트가 없었다. 결국 홍콩 VPN으로 접속한 디즈니플러스에서 보게 되었다. 4월 1일이 장국영의 기일이라 더 뜻깊은 마무리기도 했다.
처음 매염방이라는 존재를 인식했던 것은 홍콩의 어느 잡지에서 였던 것 같다. 중학생 때 다음에 있던 장국영 팬카페 활동에 열심이었는데, 그 때 직구로 얻게된 어느 홍콩 잡지에 메인 지면을 차지한 것이 장국영이 아닌 매염방이었다. 영화로도 음악으로도 매염방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기에, 그저 사진을 통해 전해오는 억센 큰 언니의 이미지로 배우를 기억에 각인시켰던 것 같다.
영화 <매염방>은 데뷔부터 사망까지 이르는 연대기를 다룬 영화이다. 중간중간 당시의 실제 영상들이 삽입되어 편집되었는데, 그게 어색하기보다 더 추억 속으로 몰입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다른 일화를 차치하고서, 태국으로의 도피 신이 무척 좋았다. 생각해보지 않았던 인생의 한 지면을 상상하게 만드는 여백이 있었다. 지나온 인생을 되짚고 앞으로 남은 생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기를 엿보는 데서 내 인생의 방식에 대한 힌트를 얻는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이 된다면 5부작으로 편집된 버전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계단을 올라 무대 뒤로 퇴장하며 외치는 씩씩한 “Bye Bye"는 꽤나 오랜동안 뇌리에 남을 것 같다. 찬란한 유산을 남긴 이들에게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이렇게 오래 잘 기억되고 있다 전하고 싶다.